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남자가 있다 

'그'보다 작은 남자, '그'와 비슷한 크기의 남자 


이번에도 철수와 영희는 만나지 않는 반쪽짜리 후기입니다. 

조금 길다 싶은 그저 그런 사람 사는 이야기예요.


다시 지난주 금요일로 돌아가서, 

그 날 밤의 자질구레한 일들이 정리되고 난 후 이제 디제잉하는 ㅅ군과의 약속만 지키면

오늘 하루만으로 30점은 족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면 되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바로 그 날 다시는 사심 품지 않기로 마음 먹었던 친구에게 무언가 전해줘야 한다는 게 기억나서,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아 버렸다. 

남의 집까지 가서 전에 두고 갔던 볼펜.을 전해주고 나니 시간은 벌써 40여분이 지나가 있었다.

ㅅ군과 ㅅ군의 친구 ㄱ에게 전화했으나 아무도 받지를 않는다.

귀찮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하릴없이 집에 들어왔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고, 한번 물은 고기는 고기다. 

입질만 하고 끌려올라오질 않는 고기는 최악이기에,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문자라도 보내둬야지.

"대체 어디 있었는데?"

그리고 술 마셨으니 식고 잤다. 


술 마신 다음날은 술 안 마신 날보다 잠을 잘 자는 것 같다. 

침대에 든 시간으로 치면 제법 이른 시간에 잠이 깨어 휴대전화를 보니 

에헤라디야 답이 와있구나 입질만으로 끝나는 일은 없겠구나

"약속대로 기다렸지 넌 대체 어디 있었는데?"


보통 함께 놀러 다니는 사람들의 수가 제법 많아서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 친구의 친구 정도까지 왔다갔다 하게 되면 

면식은 있으나 대화는 나눠본 기억이 없는 사람, 

나와 ㅅ군처럼 서로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어차피 매주 주말 이틀을 전부 놀아 제끼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고,

그럭저럭 어제 놀았던 사람들 비슷하게 해서 오늘 밤에 또 어울릴 것이 분명했기에 

딱히 약속을 잡거나 세워둔 계획을 비틀 필요가 없으니 만사가 편했다.

보통 밤이 늦어지고 사람들이 덜 지쳤으면 모여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의 집으로 2차를 가는데,

오늘은 ㅅ군이 집에 사 둔 술이 많으니 자기네 집으로 가잰다. 


ㅅ군은 꽤나 독특한 케릭터이다. 

4.**/4.3의 학점을 자랑하는 인물일 뿐만 아니라, 그 게으름으로 악명이 높고, 

연애에 대해서는 확실한 회의주이자에 꽤나 성공적인 패류수집소년이기도 하다. 

194센티미터의 장신에 마르지 않은 적당한 근육이 잡혀있고, 피부는 검은 편인데다

그리 선하게만은 생기지 않은 얼굴까지 더해져서 얼핏 보면 참 무섭다. 

방은 꽤나 어두운 상태를 유지하는 조명이 있는 작고 꽤나 깔끔한 원룸이고,

선글라스와 시계, 포도주와 각종 양주, 그리고 포도주와 브랜디잔이 선반에 진열되어 있다. 

낮은 침대와 접이식 소파가 하나씩 있어서 사람들이 다 앉기에는 무리가 없고, 

ㅅ군은 책상 앞에 있는 커다란 '사장님 의자'에 앉고 나는 그 중간 쯤 바닥에 앉았다. 

가운데 바닥이 넓지 않아서 크게 어색치 않은데 아무도 바닥에 앉질 않는다. 

술잔이 오가고 쓸데없는 이야기도 오가고 나는 ㅅ군 다리 사이에 앉아있고 

다리가 슬슬 내 팔 쪽으로 붙어오고 나도 발등을 스다듬 스다듬 하다가 

발목을 거쳐서 손을 바지 속으로 슬슬 집어넣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일어설 생각을 않고 맥주 천에 럼 세 글라스를 비운 나는 취기가 돌아가고, 

ㅅ군은 외려 집에 오고부터는 마시질 않아 멀쩡해 보인다. 

5시쯤이 되어서야 사람들은 이제 그만 헤어지자고 소란을 피워대길래

핸드폰을 꺼내어 만지작대며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남자들이 여자들을 택시 태워서 보내야 안심이 된다며 다들 같이 나가잰다. 

ㅅ군에게 인사하고 사람들과 함께 나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어머나! 전화기를 그 방에 두고 왔네. 

사람들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다시 올라가보니 ㅅ군이 문도 안 잠근 채 

다시 올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애들 보내고 다시 올까?"

"그렇게 되면 좋지"

"문은?"

"안 잠글께"


잡아주는 택시를 타고 한 블럭을 돌아서 다시 집 앞에 도착. 

문은 잠겨있지 않고 ㅅ군은 그대로 랩탑 앞에 앉아서 음악을 틀고 있다. 

나는 방에 들어가자 마자 침대 퍼져서는 이불이 얇다고 투덜대며 그대로 한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얘기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하니 그러고 싶으면 얘기나 하다가 자고 가랜다. 

자기는 소파에서 잘테니 나는 이불 있는 침대에서 자라는데 이것 참 송구스러워서. 

하지만 한 방에 앉은 남녀가 아무리 서로 고프지 않다 해도 그렇게 되기는 쉽지가 않다.

어쩌다 보니 감지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자기는 간지럼을 안 탄다는 ㅅ군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확인;을 해보니 

이거 이만 저만 간지럼을 타는 게 아니다. 

간지럼 타는 장신의 남자만큼 사랑스러운 게 또 어디있겠는가.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당하고 있는 ㅅ군을 보고 있자니 이거 계속 안 간지럽힐 수가 없어서 

죽어라 죽어라 간지럽히다 보니 이거 어느새 내가 푹 안겨있구나.

남자 위에 왈칵 올라탄 채 마주보고 있으면 예의상 뽀뽀는 해줘야지.

그 면바지에 그 남방 입고 잘 거냐고 슬슬 물어보니 슬슬 반바지로 갈아입고 웃통을 깐다. 

이게 얼마만에 보는 넓은 등짝이냐 

배에 잡힌 왕자며 가슴 근육도 좋은데 이거 원 털이 한 올 한 올 단 한 올도 없다.

가슴에도 배에도 털이 없다 털이 없어 털이 없어 털이 없어 

털 없는 가슴과 배를 처음 보는 거는 아니지만, 왠지 있을 것 같았는데 없으니 이거 좀 당황스럽더라

침대에 누워서 멀뚱히 보고 있었더니 와서 적당히 내 위로 올라온다.

까무잡잡한 몸, 큰 키, 이미 나는 ㅅ군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침대에 있었고,

눈 앞에 보이는 어깨팍을 깨물어 버렸다. 

아야, 하면서 웃더니 키스를 해오는데, 적당히 큰 입과 넓은 혀로 해오는 키스만큼 좋은 것은 없다.

작은 입과 혀는 여자와 하는 기분일 뿐만 아니라 뻣뻣하여 왠지 불편한 느낌임에 반해,

위에서 완전히 내 입술을 감싸안고 입 안은 혀로 휘젖는 그런 키스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신음소리가 나올 정도

등 뒤에서 넓게 감싸 안고 커다란 손으로 배를 어루만지는 그 느낌도 얼마나 오랜만인지.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와 헤어진 이후 그보다 작은 남자들만 만나오며, 

나보다 이렇게 한참 큰 남자와 함께 있는 그 느낌이 그리웠구나 싶었다. 

ㅅ군의 손이 슬슬 배에서 위아래로 향해가고 

나도 나름 콧소리를 섞어가며 계속하라는 신호를 주는데 거기서 더이상 진도를 뺄 생각을 않고,

슬슬 자기 골반을 나에게 대고 들썩 들썩 거린다. 


크지 않아도 좋으니 철수는 딴딴한 게 좋다. 

크기야 적당하면 되고, 발기 전의 크기는 아예, 정말 아예 상관도 없다. 

그런데 아무리 커도 흐물흐물하면, 흐물흐물하면, 흐물흐물하면... 

다시 그 곳에는 나와 ㅅ군이 있을 뿐이고, 제대로 진도를 안 빼는 그 손길도 지겹고,

시간은 이미 새벽 6시이고...

언제인지는 몰라도 내가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늦은 아침 잠이 깨니 등 뒤에는 그토록 그립던 커다랗고 따뜻한 남자의 몸이 있지만, 

여기는 낯선 방이고 그 사람의 얼굴은 내가 찾던 얼굴이 아니다. 

이불은 침대 아래로 떨어져 있지만 추위를 참 많이 타는 내가 깨지 않고 잤던 건, 

아무래도 사람의 온기 덕이었겠지.

이불을 쫙 펴서 발끝까지 잘 덮어주고는 조용히 걸어나왔다.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남자가 있다.

'그'와 '그'가 아닌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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