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는 밤이었다.

 

  장대비를 그대로 맞으며 우뚝 선 것은 건장한 체구의 삼십대 장한이었다.

 

  민대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남루한 옷 밖으로 드러난 팔뚝은 우람한 근육으로 터질 듯 했다.

 

  우르릉- 콰쾅!

 

  천둥 번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리치는 가운데 장한은 말없이 서있었다.

 

  굳게 다문 입술과 단호해 보이는 턱을 타고 빗물이 흘러내렸다.

 

  "태벌성(太閥城)...!"

 

  장한이 신음하듯 한 마디를 내뱉았다.

 

  침중하기 이를 데 없는 음성이었다.

 

  태벌성!

 

  유서깊은 문파도 아니고 번성하는 세가도 아니지만 한 때 무림 천하를 위진(威振)시키던 세

력의 이름이었다.

 

  강호의 온갖 기인이사(奇人異士), 어중이 떠중이 낭인들이 모여살던 터전이기도 했다.

 

  지금은 한 더미 폐허로 변한 곳이었다.

 

  "무표정(武慓霆)...!"

 

  장한의 입에서 한 마디가 더 흘러나왔다.

 

  태벌성에서 뛰쳐나온 무리들이 건설한 또다른 무림 세력의 이름이었다.

 

  연분(燃焚)이 터를 잡고 시대협(是大俠)이 존장의 위를 계승한 무표정은 과거 태벌성만큼의

위용은 아니더라도 천여 명의 인원이 모여 제법 성세를 누리고 있었다.

 

  "마사오(馬査吳)...!"

 

  마지막으로 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하나의 인영(人影)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쌍의 판관필을 허리에 찬 서생 차림의 꾀죄죄한 중년 사내였다.

 

  "나를 불렀는가."

 

  사내는 정사무림의 공적이며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

 

  한때 해병상근(害病傷根), 애루가야(哀淚嘉夜)와 함께 무림삼기(武林三奇)로 불리우며

정사지간(正邪之間)의 인물로 평가 되었으나 지금은 그가 일으킨 무수한 혈겁과 재앙으로

만화가(萬禍加)란 별호를 가진 인물이었다.

 

  "오랜만이군, 친우여..."

 

  마사오는 메마른 웃음을 입가에 흘리며 말했다.

 

  누가 있어 고금제일마의 친우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고시촌(苦時村)에서는 깨달음이 있었는가?"

 

  "...허송세월만 했다."

 

  장한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는 바로 전전대(前前代) 태벌성주(太閥城主)로 어느날 홀연히 성을 떠나며 그 자신의 이름

을 거론조차 하지 못하게 하고 새로운 경지를 찾아 고시촌에 들어간 해병상근 안중호였던 것이다.

 

  "애루가야는?"

 

  "희기(喜奇)말인가? 별호는 애루(哀淚)가 들어가는데 이름에는 희(喜) 자가 있으니 참으로 괴이

하도다 킬킬킬."

 

  마사오는 그를 악명 높게 만든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안중호의 미간이 알게 모르게 찌푸려졌다.

 

  "그 놈은 태벌성을 재건해 보겠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명분만 그럴싸하지 실상은 사세(私勢)

를 모으는 것 같더군."

 

  "무표정이란 곳의 주축은 대체 누구인가?"

 

  안중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이름이 스치고 지나갔다.

 

  과거 태벌성의 구성원 중 절정의 무공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선(秘線)에 속하지

않던 자들!

 

  혹은 비선에 속하더라도 배신의 징후가 보이던 자들!

 

  "자네가 아는 이름은 아닐게야."

 

  마사오는 쥐꼬리처럼 볼품없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많은 자들이 사라져 종적이 묘연하네... 오리검(烏鯉劒) 돈주앙(燉朱昻), 설법(雪法) 정대단(丁

大丹), 태아(泰牙)... 이런 자들은 이미 잊혀진 이름이 되었어. 지금 무표정을 이끄는 자들은 자네

에게는 아마 낯선 이름들일 것일세."

 

  "그런 자들이 어찌 태벌성을 무너뜨리고 무림 일세를 차지할 수 있단 말인가?"

 

  "장강의 뒷물결은 앞물결을 밀어낸다 하지않나. 자네가 고시촌에 들어간 이후에도 수많은 신진

고수들이 일어나 화낙(花落) 지방에서부터 오랑캐의 땅까지 그 이름을 떨쳤네."

 

  "으음..."

 

  안중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실상 그는 다시 강호에 나오면서 일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무표정이 제법 강대하다고 들었지만 어차피 태벌성에서 흘러나온 세력이었다.

 

  지난날 태벌성의 제일 고수는 누가 뭐라해도 자신이었다.

 

  비록 자신에 버금갈 만한 고수들이 몇몇 있기는 했어도 자신을 능가할 만한 자는 없다고 여긴

터였다.

 

  더우기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적은 두려울 것 없다고 하지 않는가?

 

  내심으로 경계하고 있던 자들도 자신이 거느리던 수천 분재(雰材)들을 거느릴 역량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제법 영명(英名)을 떨친다고 해도 그만큼의 악명(惡名) 또한 가지고 있었으며

많은 자들의 반발심을 사기도 했던 것이다. 과거 수차례 태벌성을 뒤흔들던 분재의 난(亂) 또한

그런 맥락에서 일어난 것이다.

 

  자신이 떨치고 일어서면 과거 태벌성의 영화를 수복하는 것은 일도 아니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무슨 연분이니, 시대협이니 하는 생소한 자들을 상대로 애초에 계획했던 거침없는 행

보를 밀고 나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단 적이 어떤 자들인지, 얼마나 강력한지 파악해야 했다.

 

  일이 복잡해진 것이다.

 

 

  (다음편에 계속)

무표정(武慓霆)에서는 비선(秘線) 숙청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었다.

 

  비선이란 과거 태벌성(太閥城)의 한 축을 차지하던 사조직이었다.

 

  그 수는 많지 않으나 한 사람 한 사람이 무명(武名) 드높은 고수였고 태벌성주 안중호를

비롯한 마사오(馬査吳), 희기(喜奇) 등 무림삼기(武林三奇)와 긴밀한 관계에 있어 사실상

태벌성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이었다.

 

  음공(音功)이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자두(紫頭), 색마(色魔)로 유명한 로평(露平), 처

녀귀신을 부리는 영환술사 비행기(飛行技) 등이 그 대표적인 면면이었다.

 

  비선의 인물은 아니었으나 그들과 안면이 있던 시대협(是大俠)이 그들에 대한 숙청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은 들끓는 여론 때문이었다.

 

  무표정의 구성원은 대부분 태벌성 출신이었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 무엇 때문에 태벌성

의 비선을 무표정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과거의 혈사(血事)에서 찾을 수 있었다.

 

  원래 해병상근(害病傷根)이 스스로 고시촌(苦時村)에 은거한 뒤에도 한동안 태벌성은

성세를 누렸다. 모든 문제는 마사오가 태벌성주의 자리에 오르면서 시작되었다.

 

  마사오는 지나치게 제멋대로이고 종잡을 수 없는 위인이었다.

 

  물론 안중호도 독단적이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한때 안 마사(魔士)라 불리우며 강

호를 종횡했을 때부터 뛰어난 무공과 학식을 사해에 떨치고 있었다. 따라서 대부분 분재

들이 마음으로부터 승복하고 따르고 있었다. 간혹 난(亂)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직접 태

벌성주를 대상으로 한 적은 없었으며 안중호가 강력한 무위를 선보이며 단호하게 조치

하면 진압되곤 했던 것이다.

 

  마사오의 공부가 제법 뛰어나고 안중호와 같은 무림삼기에 속해 있다고는 하나 실상

그에 비롯하면 큰 손색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중호의 방식을 답습해 철권으로

성을 통치하려는 데다가 가끔 벌이는 어처구니 없는 기행(奇行)까지 더해지니 삼천 분

재들은 저마다 불만을 쌓아가고 있었다.

 

  헌데...

 

  태벌성에는 얼굴 모양이 새 같다 하여 조혁상(鳥革狀), 잘 보면 잉어도 닮았다 해서 

오리검(烏鯉劍)이라고도 불리우는 돈주앙(燉朱昻)이라는 검객이 있었다.

 

  원래 출신 성분이 가지각색인 낭인들이 모여드는 곳이 태벌성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

데서도 돈주앙의 입지는 특기할 만 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돈주앙의 성격은 그 네 글자로 요약할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 유서 깊은 학자 가문

출신으로 명망 높은 선생 밑에서 유학(儒學)을 공부했다고 떠벌이고 다니지만 그 말

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사람됨이 경망되다 못해 광기(狂氣)

마저 엿보이곤 했기 때문이다.

 

  그는 태벌성 내를 휘젓고 다니며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싸움을 벌였다. 조금이라도

누가 자신을 무시하거나 기분에 거슬리는 일을 용납하지 못했다. 그의 무공이 괴이

신랄하기 짝이 없는데다 결코 상대에게 승복하지 않는 투지까지 지니고 있었으니 모

두들 그를 우습게 여기면서도 감탄하고 비난하면서도 두려워했다.

 

  군문(軍門) 출신의 이자행(李紫行)과 의형제를 맺고 내가공부는 전혀 모르면서도

금강불괴에 가까운 철피신공(鐵皮神功)의 외공을 극성으로 익힌 용갈(龍褐) 행근

(杏勤)을 부하로 두니 한때는 그 위세가 무림삼기와도 비할 만 했다.

 

  몇 차례 분재들이 들고 일어나 이들을 쳤으나 역부족이었다.

 

  과거 절정의 무공을 뽐내며 안중호에 버금갈 정도의 명성을 날렸던 설법(雪法) 정

대단(丁大丹)도 태벌성 내의 여염집 규수를 건드린 것이 발각되어 분재들의 포위 공

격을 받고는 치명상을 입은채 도망쳤으며, 요요(妖曜) 태아(泰牙)도 같은 경과로 생

사가 불명하게 된 것을 감안한다면, 실로 돈주앙과 그 일당의 저력은 무서운 것이었다.

 

  해병상근이 태벌성주의 자리에 있을때도 돈주앙의 행태는 이와 같았으나 그때는

혼자였기 때문에 안중호는 '미친 개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 이라며 그를 내버려

두었다. 허나 안중호가 떠난 후 돈주앙이 동지를 모으고 세를 규합하여 큰 다툼을 일

삼아 태벌성의 평온을 해치는 것이 더이상 보아넘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마사오는 인피면구를 쓰고 인수라는 인물로 가장하고 다니며 기행을 벌이는

가 하면 태벌성에 분중지화(粉衆池花)라는 홍루(紅樓)를 차려 계집 장사를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벌일 뿐 아니라 바로 그 돈주앙에게 성내 감찰의 직위마저 주었

다.

 

  한때 태벌성주의 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기자검(記自劍) 연분(燃焚)과 돈주앙의

대결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운명의 그날.

 

  그날도 돈주앙은 여느때처럼 피에 젖은 칼을 술로 씻고 있었다.

 

 

  (다음편에... 또 계속할까 말까;)

 

 

  (이건 사실 뭐 재밌게 써보겠다 이런거보다는 지나간 역사를 기록하는 의미에서;;)

 

 

  (위의 말과 대놓고 모순되지만; 이 글에 나오는 인명, 지명, 사건은 모두 가상의 것이며

실존하는 인물이나 단체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습니다.)

 

"술로 칼을 씻다니... 오리검이라는 거창한 별호를 가지고 있는 것 치고는 칼을

제대로 간수할 줄도 모르는군."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아냥 소리에 돈주앙의 입가가 살짝 실룩였다. 하지만 백

전무패(딱히 이긴 적도 없지만)의 검객 답게 돈주앙은 동요하지 않고 의연하게

일갈했다.

 

  "어디서 주제를 모르는 개새끼가 짖어대는구나! 왠놈이냐?"

 

  돈주앙은 술병을 옆으로 치워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손에는 피와 술을 머

금어 기묘한 빛을 띠는 한 자루 왜도(倭刀)가 들려 있었다. 동영(東營)의 무예는

대부분의 무사들이 그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살수(殺手)들이나 익힐 법한 천한

것이라고 하여 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말끝마다 품격과 명예 운운하는 돈주앙

은 기이하게도 왜도를 애용하고 수십 자루를 모으기까지 했다. 실용적인 면모

라고 봐주기에는 평소 언행과 지나치게 모순되는 행태였다. 각설하고,

 

  "오호라, 네놈이었군. 지난번에 잔뜩 욕을 얻어 처먹고 사라진 줄 알았더니 아

직도 태벌성을 어슬렁거리고 있느냐?"

 

  "흥, 욕이라면 네놈이 나보다 열 배는 더 먹었을 터, 그런 네놈도 떡하니 버티

고 앉아서 감투까지 쓰고 있는데 나라고 해서 태벌성에 머물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나?"

 

  돈주앙과 마주선 것은 한때 태벌성주 후보로까지 거론되었으나 모종의 사건

으로 뭇 분재들의 지탄을 받고 주가가 추락한 기자검(譏刺劍) 연분이었다. 비

록 그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 해도 속보(速步)를 활용한 연합유수검(連合流水

劍)은 유유한 가운데 날카로운 살초가 숨어 있어 무림의 일절로 평가되고 있었

다. 아무리 돈주앙이라고 해도 마냥 우습게 볼 수만은 없는 상대였다. 더우기

돈주앙의 의형인 이자행은 얼마전 기보(奇寶)를 찾아 서장으로 먼 길을 떠나고

없었다. 허나...

 

  "네놈이 감히 용의 역린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돈주앙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광오한 대사를 하며 왜도를 겨누었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 패기와 투지! 이것만은 제아무리 돈주앙을 증오하고 멸시하는 자

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그의 장점이었다.

 

  "조혁상..."

 

  연분은 나즈막히 돈주앙의 별호를 되뇌이며 검을 펼쳤다. 속보로 방위를 밟고

이십 사초의 연합유수검이 난무하는 가운데 무시무시한 기세의 풍자(風字) 결이

돈주앙의 급소를 노렸다. 내력은 안정되고 초식은 정교한 것이 과연 명불허전의

솜씨였다. 돈주앙은 연신 개새끼를 외쳐대며 왜도를 무서운 기세로 휘둘렀으나

몇 번 검격이 교차하자 역부족이라는 것을 느꼈는지, 크게 펄쩍 뛰어 물러서더

니 품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들었다.

 

  "암기인가!"

 

  연분은 긴장하며 애병(愛兵)인 신문검(神紋劍)을 비껴들고 몸의 요혈을 방어

했다. 그러나 돈주앙의 손에 들린 것은 하나의 동패였다.

 

  "그, 그것은..."

 

  연분의 안색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비겁하다!"

 

  어느새 모여든 구경꾼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돈주앙이 꺼내든 것은 바

로 태벌성의 감찰 직위를 증거하는 동패였다. 이 패가 나선 이상 적어도 태벌성

내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이다. 주위의 비난에도 돈주앙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개새끼가 친구들을 데려왔군."

 

  돈주앙의 욕설에 구경꾼들 사이에서 화난 목소리가 높아졌다. 처음에는 그저

돈주앙과 연분이 싸우나보다 하고 모여든 사람들은 어느새 권력을 내세우는 돈

주앙의 행태와 무차별적인 욕설로 연분 편을 드는 자가 늘어가고 있었다. 이처

럼 사서 적을 만드는 것은 돈주앙의 특기 중 하나였다.

 

  "성내에서 친선 목적의 비무가 아닌 상대의 실명(實命)을 노리는 결투는 금지

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이는 내가 마땅히 감찰로서 해야 할 직무를 수행하

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과거 태벌성 내에서 무분별한 결투로 많은 무인들이 목

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어 성을 떠났다. 실명(實命)을 내건 생사결(生死決)을

즐겼던 자로는 정대단이 대표적이었으며 그 외 태벌성주 안중호를 비롯한 요

흠(謠欠) 임겸수(淋謙壽)를 비롯해 박사(博士) 정숙영(鄭淑英) 등 비선의 대부

분 인물들도 실명을 내걸기 주저하지 않았다. 허나 아나곤다(牙羅棍多) 김선

규(金宣圭) 같은 경우에는 실명 대결이라고 하고는 요혈을 연갑(軟甲)으로 몰

래 보호하는 치사한 술수를 쓰기도 했었다. 어쨌든 그 폐단이 날로 커지자 당

시 성주 안중호가 영을 엄하게 세워 금지한 이후로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

규정이었다. 그러나 연분은 쉽게 승복할 수가 없었다.

 

  "흥, 네놈이 여느 분재와 같으냐? 평소 네놈이 살초를 가리지 않고 펼치는 것

은 세 살 먹은 어린아이라도 아는 사실이다! 여느 때는 실명을 노리는 결투를

벌여놓고 지금에 와서 그런 규정을 들먹이는 것은 나에게 질 것 같아서 그러는

짓이 아닌가?!"

 

  연분은 그렇게 외치며 종전과 같은 풍자결을 펼쳐 돈주앙의 심장을 찔러갔

다.

 

  "불복하는 것이냐!"

 

  그러나 돈주앙이 검로(劍路)에 감찰패를 들이대자 연분은 초식을 마저 펼치

지 못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감찰패가 등장했다 하여 이대로 물러

서는 것 또한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라, 연분은 이를 악물고 다시금 공격해 들

어갔다. 그것을 또다시 돈주앙이 감찰패로 막으니 이와같은 공방이 수십 차례

되풀이되었다. 그러자 모여든 구경꾼들은 지루해 하면서도 서로 편을 갈라 싸

우기 시작했다.

 

  "저런 비겁한 자식! 검을 든 사내라면 정정당당하게 싸울 일이다. 저렇게 권

력을 남용하는 것은 추한 짓거리가 아닌가!"

 

  "그렇지만 말은 맞다. 규정은 규정이다. 연분이 함부로 살초를 펼치는 것이야

말로 잘못된 것이 아닌가?"

 

  대세는 돈주앙을 비난하는 쪽이었지만 연분을 나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

다. 급기야는 서로간에 손을 쓰는 일도 발생에 성내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

어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장탄식을 했다.

 

  "대체 이런 시국에 마사오 마 성주는 어딜가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주 (기억 못하시는 분들이 많길래; 지난 회들의 리플에 달린 의문점들까지

모아서 해설하겠습니다;;)

 

  (연분의 별호 한자를 나무랄 기, 찌를 자, 칼 검을 쓰는 기자검으로 변경하였

습니다;;)

  (연분이 욕먹었던 이유가 뭐더라... 마스터 자리와 관련되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나서 대충 얼버무렸습니다.)

 

  (김선규의 연갑이란 것은 사실 김선규가 가명-_-이었기 때문에 쓴 말입니다;

다른 사람 실명을 들어 비난하면서 나도 실명 걸고 욕하는데 왜 뭐라하냐 하다

가 실명 아닌 것이 들통났었죠;)

 

  (히끼의 초창기 닉이 에루가야; 였습니다;;)

 

  (시대협은 C대형이 맞습니다-_-)

 

  (음공의 자두는 래퍼 져드입니다)

 

  (색마 로평은 로퍼인데;; 제가 러커랑 헷갈렸습니다 죄송-_- 러커 씨바라마

후기써라...)

 

  (뱅기가 영환술사라고 한 것은 한때 처녀귀신과 사귄다-_-는 글로 화제가 되

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습니다;)

 

  (설마 요흡; 겸수님과 신바람 정박사를 다들 잊지는 않았겠져?;;)

 

  (정대단 퇴출사건;은 개인적으로는 티뷁에서 여자 건드렸다고 퇴출은 오버라

고 생각하지만;; 당시 그 여자가 결국 티뷁 회원도 아니었다고 하지만 소설;의 특

성상; 그냥 알려져 있는대로 썼습니다;;)

 

  (비선이 여자를 조낸조낸; 따먹고 다녔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몇

몇가지 사건들을 알기는 하지요... 하지만 이 소설;은 철저히 태벌성; 내에서 벌

어졌던 일들만 다루기 때문에 게시판에 언급된 사항을 빼고는 제가 알더라도 나

오지 않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지명, 인명, 사건은 모두 가상의 것이며 실제 인물이나 단체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근데 이것도 첨에 한두 번이 재밌지 이제 좀 식상하군요... 이제 그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