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 아니고 그냥 갑자기 써보는 내 옛날 이야기..
운동은 안했지만 그냥 헬스 열심히 해서 몸이 좀 좋았고, 깡패 비스무리하게 생겼어
군대다녀왔더니 집안이 좀 어려워졌다.
내가 상병달고 휴가 나갔을 때쯤
수도권 제일 못사는 변두리지만 우리집이었고,
아버지 직장하고 가까웠고 애들이 공부는 못했지만 나름 공기좋고, 인심 푸근해서 좋아하던 내 맘속의 고향집을 떠나야 했었다
각자 방하나씩은 쓰면서 중고 아반떼로 가족끼리 놀러가서 삼겹살 먹으며 웃던 그런 행복했던 집안은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가 IMF때 망하고
아버지가 악착같이 다른일로 버티다 버티다 결국 나락으로 빠졌었다
욕심을 내신적도 없고
무리를 하신적도
카드는 아직도 안쓰신다.
근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군대 다녀온 형의 마음 .. 내가 장남이었어, 동생도 대학생이었다
동생이야 뭐 집에서 알아서 해주겠거니 하고 내 대학 등록금이나 해야지 했는데,
우리학교는 당시에 등록금이 1년에 800가깝게 들었어 원래 칼복학 할려고 12월에 갔는데, 칼복학.. 하하하
말년에 집 상황보니 엄두도 못내겠더라, 동생은 1학년이었고 우울한 환경에서도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 대학생활의 꿈을 깨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휴학하고 등록금 벌러 나갔어..
그래서 처음엔 무슨 택배 짐 내려주는 데서 일했어, 짭짤했는데, 알꺼야, 키큰 사람들은 무거운거 나르고 하다가
허리 다치기 쉬운거..
나도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거기 있던 직원들이 너 그러다 인생망친다고 자꾸 겁주는거야..너랑 비슷한 애들 10명 다 허리 삐끗해서
지금 버는거 10배 디스크 비용으로 날렸다고..
나까지 다치면 큰일이겠다 싶어서 그만두고.. 아무래도 영어 공부도 해야겠기에 좀 편한 일을 찾았어
식당, 편의점, 노가다 등등등
토익이 잘 나올리가 있나.
어거지로 어거지로 첫학기 등록금만 모았고, 동생 용돈이나 좀 주면서 살았어
대학복학하니까 미치겠데, 공부는 안되고, 돈은 없고, 토익이니 뭐니 주변환경은 미치게 만들고
가장 중요한 등록금은?
결국 남은 학기 등록금은 전부 학자금 대출로, 연리 7.9%인가 고리대 떼면서 존나게 6학기인가 다 박아 넣으시고
동생하곤 불러내서 존나 진지하게 소주한잔 하면서 집안꼬라지 이야기 해서 군장학생 시켰지..
동생이 전공이 인문계라 어차피 취업제대로 하긴 글렀다고 웃으면서 군장 시작하긴 했는데
휴우우우, 당시 내 기분이 참 더러웠지, 돈 없어서 동생 군대 길게보내고 싶은 형이 어딨어..
아직도 뻉이치는 동생 전화 받을 때 마가 미안해 죽겠네,
지금 받는돈 반만 당시 한달에 들어왔어도..
늘어나던 부채, 거지같았던 주변환경
여자만나서 사랑하는게 돈 때문에 걱정되던 하루하루
그래서, 뭐 이런저런 드러운거 많이 했다
실험용 약먹는.. 하루에 20만원 받는 알바..무슨 각서쓰고 하던..
성인용 게임장에서... 돈 잃고 지랄하는 아저씨 랑 싸워서 조용히 내쫒는 기도 같은거..
용산구에서 돈받고.. 당시 한창 노점상 철거하던거
디자인 서울이라고 노점상 철거할때는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인간을 위하는게 디자인이라고 들었는데, 이건 우리한테 아무런 해도 안끼치는, 사람들을 그냥 사지로 내모는거 잖아
노점상이 나쁜건가?
디자인이 보기 안좋고 흉하면 약간만 돈 쓰라 그래서 포장마차나 안에 인테리어나 고급스럽게 해서 좀만 청결하게.. 운치 있게 하면 되지 않나..?
허가는 없었다지만 거기서 십년째 일하던 사람들을 나같은 깡패 비스무리한놈 불러서 때려 부시며 그냥 나가라 그래도 되는건가??
한달일해서 거지같은 280만원 받고 그만뒀다.
군대는 다시 돌아가도 그 시절 그 일은 두번다시 안한다.
그러다 아버지가 교통사고가 났다.
사는게 이렇게 고통스럽구나
인생이 고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공부나 하라 그랬는데, 일단 일은 계속했다.
노점상 철거는 두번다시 못하겠어서, 다시 성인게임장에서 일했다.
게임장에서는 인간의 막장을 봤다.
노점상에서 일하다가 우리에게 눈물짖고 쫒겨나던 분들은 거기서 내가 내쫒는 분들에 비해서는.. 정말 건강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도박중독자들의 눈빛은 공허하다.
이래저래 그시절, 정말 고통스러웠다
빚은 늘어가고,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가고 싶은 직장에 면접이 잡혔으나 정장살 돈이 없어서 친구 정장을 빌려입고 나갔다.
모두가 가고 싶어하던 그 대기업에 들어섰을 때, 나는 내가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번 정도 떨어지다 보니 대강 감이 잡히더라
기업마다 문화가 있고
약간 헝그리한 정신력을 제일 좋게보는 문화의 기업들이 있다.
(H나 D나 주로 무역, 상사, 영업을 강조하는 기업 들)
그래서 면접할 때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내가 왜 열심히 할지를 심각하게 이야기 했다.
모든 것보다 의지보다 중요한건 없다고 본다,
니네 회장이 지금 이 면접 통과하겠냐
너네는 점수가 아니라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거 아니냐
그래 나 토익이고 학점이고 대학이고 특출난거 없지만 난 지금 절박하다
나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군장학생가면서 나 보고 취업잘해서 어머니좀 부탁한다던 내 동생한테 부끄럽지 않은 사람 되게 해다오
나도 부끄럽지 않게 일하겠다.
각서라도 쓰겠는데 10년은 내 연봉 10배 이상 벌어들이면서 아무데도 안나가겠다
책보니까 이렇게 매달려서 계약 체결했다고 하더라, 자세라도 사다오
어떻게 졸업전에 취업 되었다
직장이나 대기업으로 한번에 왔다.. 그래서 학자금 대출 갚기는 어렵지 않았으며
난 지금 웃으면서 그 과거를 이야기 하고
부모님 다 멀쩡하시고
이제 다시 중고차를 사서 가끔 맛있는거 드시러 가시는
그런 즐거운 삶
아직도 우리집은 없지만
내 동생은 어차피 문과에 가망없는 전공이었으니 군장학생 경력이면 오히려 보수적이고 물류관리 업무가 많은
G나 H쪽에는 들어가기 좋을 것이며
결국 우리 가족은 다시 행복하게 살거다
해피엔딩인가.
내가 느꼈던 그 더러운 감정과 불법에 가까운 노동도 그냥 가카처럼 '나도 깡패 해봤는데' 하면서 웃고 넘어갈 일인가./.
내 친구들 중에 꼬인 애들.. 좀 잘 안된애들 진짜 불쌍한 애들 많어
자살한 친구도 한명 있어, 꼭.. 취업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었으나..50%이상은 경제난, 취업.. 비관적인게 컸겠지.
얼마전에 오피를 갔는데 오피나온애가 왜 일하냐니까 목표가 등록금이래..
사람이 말하다 보면, 이게 뻥인지 진짠지는 30넘으면 대강 아는게 있잖아..
그래서 그냥 돈만내고 그냥 나왔어
뭐 구라일 수도 있겠지 -_-
그래서 그냥 위의 이야기를 했어
오피애말이 반정도는 거짓말 이었던거 같아
암튼 상관은 없었어..
우리는 괴물같은 시대를 산다
진짜 팍팍 와닿는다.
아랫글에 오그라든다는 리플 달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느껴진다.
혹시 다니던 대학이 무슨 대학인지(전공이요), 지금 무슨 일 하시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