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이 전면 금지되고, 1년여가 지났습니다.
체벌 금지를 환영하는 사람도 많았고
격렬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죠.
학부모는 물론이거니와 학생들 조차도
찬성과 반대가 갈렸었으니까요
체벌금지를 가장 많이 반대했던 집단은 아마도 교사들이었겠죠
교사 중에 한명으로써,
지난해에 썼던 체벌에 대한 생각을 다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교사지만, 체벌금지에는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체벌이 금지되기 전까지
매가 부러질때까지 때린적도 있었던
체벌이 아이들 훈육에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이제 5년차 초임이지만
체벌금지가 발표되었을때도
그리고 1년여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찬성입장입니다.
시행 초기에는 사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교사들이 적지 않게 당황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시험점수가 떨어지고, 무단지각, 무단결과, 무단결석을 하는 아이들
아이들을 때리고 삥뜯고 담배를 피는 아이들
모두 체벌의 대상이었는데, 그럴수가 없게 되니까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해야할까.. 어려움이 많았죠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에게 바로 매를 드는게 무슨 조건반사;처럼 되었었는데
그게 안되니까 비로소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이 아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를 요
그리고 이야기를 더 나누게 되었죠
왜 남들 다 오르는 쉬운 시험에서 이 아이만 유독 떨어졌을까
방학동안 주고 받은 이메일로는 성적이 많이 오를 거라 기대했떤 아이였는데
알고보니 같은 반 친한 친구들과 싸워서 사이가 급격히 낮아졌더군요
왜 무단지각과 무단결석이 많을까
2년전 부모님이 별거하시고 함께 살고 있는 아빠가 술마시고 때리는 가정환경..
아빠가 있는 집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학교 안다니는 친구들과 어울려다니는 아이..
그 외에도 새엄마와 살고 싶지 않아서 할머니하고만 살겠다고
새엄마가 있는 집에 보내면 차라리 가출을 하겠다는 아이..
이야기를 나눠보면 저마다의 이유가 다 있죠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얘를 내가 때려서 행동이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내 아이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가여워지는 아이들입니다
친구문제야 금방 해결할 수 있고 담임이 어느정도 개입해서 풀어줄 수 도 있었지만
가정문제는 교사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이유에 대해서 학부모와 이야기하다가
우리집 가정사에 신경끄라는 말도 들었었으니까요
제일 불쌍한 아이들이 부모한테 사랑을 못받고 사는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은 대부분 이미 집에서 맞고 있죠
지금 한달째 무단결석을 하고 있는 아이는;
학교를 안간다고 아버지한테 두들겨 맞고는 집을 나갔습니다.
이 아이를 때려서 뭘 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미 맞는게 이골이 난 아이들인데, 때린다고 말을 들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담배를 피고 친구들을 때리고 돈을 뺏는 아이들이 불쌍해졌습니다.
좋은 부모를 만나서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랐다면
다른 평범한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지내고 있을 아이들인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디서도 용서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라
남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잘못하면 맞는거 밖에 몰라서
자기 기분에 안맞는 다른 아이들을 때리는 아이들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어서
나라도 용서해주자, 사랑해주자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들을 대합니다.
아직 내공이 깊지 못해서
사랑한다고 말도 한번 못해봤지만
최대한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용서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요즘 기사에 교사랑 학생이 머리채를 잡고 싸우고
학생이 교감선생님을 때렸다는 기사를 보면서 체벌이 없어져서 그렇다는 글을 종종 봅니다만,
체벌이 그 아이들을 멈추게 할 수는 있어도 바꾸지는 못할겁니다.
아이들도 학생들을 아끼고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교사에게는 함부로 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다른 학교로 강제전학을 보낸다고 해서
그 아이들이 변하고 갑자기 평범한 학생이 되진 않죠
우리가 강제전학을 보내면 우리학교로 또 강제전학을 옵니다.
어차피 학교에 문제학생 수는 거의 변하지 않는 거죠
지난해에 저랑 친한 선생 반에 한 학생이 폭력으로 강제전학을 갔죠
거의 1년여간 그 선생이 많은 정성을 쏟은 학생이었는데 말이죠
강제전학을 간 그 학교에서는 상태가 갑자기 더 심해져서
여선생들한테 대놓고 욕하고 교실문을 발로 차고 선생님들도 때리려고 해서
또 강제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결국 지금은 학교를 안나갑니다.
중학교는 퇴학이 없으니까 본인이 그냥 학교를 안나가는거죠
그러다 다른 강제전학간 학생이랑 우리학교 소풍날 롯데월드에 와서
학생을 때리고 돈을 뺏고 했죠
이제 이 아이들은 우리 손을 벗어나서 우리가 어떻게 못하는 아이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교사들은 더 많이 참아야하고 더 많이 용서해야하고 더 많이 이해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교직 수업에서 배우는, 교직은 성직, 전문직, 노동직이라는 말 중에
성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거 같기도 합니다.
크리스챤은 아니지만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쪽 뺨을 내밀라는 말도 이해하게 되고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도 알거 같게 되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게 되는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어렸을때 아빠가 칼로 배를 찌르고 집을 나갔다는 그 아이는
정신지체 엄마랑 둘이 살고 있어서 배운것도 없고 사랑도 못받고
미움과 증오만 쌓여서,
발작을 일으키고, 주변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말리는 교사에게 욕을 하는 그 아이를
때리는게 교육일까요, 강제전학을 보내는게 교육일까요
"왜 나한테만 그래!!" 라고 소리쳤던 그 아이가 우리반은 아니지만 너무 불쌍해서
가슴이 아픕니다.
체벌이 없는 학교가, 체벌이 없는 가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고 용서하는 학교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랑이 넘치는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곽노현 교육감의 마음이,
냉방에서 자면서 밥을 굶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박원순 시장님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가정이 바뀌고, 학교가 바뀌면 나라도 바뀌겠죠.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쓴 글이네요
더 쓰고 싶은데 더 쓰면 글이 더 요상해질까봐 이정도만 쓰렵니다.
저도 네살짜리 딸 하나를 키우고 있지만
무표정 여러분도 아들, 딸 많이 사랑해주면서 키우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