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왠지 네 생각이 나는구나
나는 여자친구와 1++ 한우를 먹었단다.
혀에 올리는 순간 눈녹듯이 사라져 목구멍에 걸리는 것도 없이
넘어가는 한우 말야
네가 나보고 차도 없는 남자라고, 벌이도 시원치 않다고, 미래도 안보인다고
데리고 놀다가 뻥 차버린게 엊그제 같은데 난 이렇게 1++ 한우먹으러 주말에
차를 몰고 외곽으로 나가는 멋진 남자가 되었단다.
물론 그동안 네게 연락은 한 번도 안했지만
근황은 친구들 통해 잘 알고 있어
너도 이제 삼십대 중반인데 여자나이 그 정도면 가망 없다고 봐야겠지
직장도 못구해 몇 년 놀다가 알바 비슷한걸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괜찮아 너 원래 월급 이백도 못받으면서 옷은 월급보다 비싼거 사고
스타벅스 머그컵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물 한 잔 마셔도 그 컵으로만 먹던
된장 1세대였으니까 지금도 충분히 주제에 맞게 잘 살고 있겠지
참 기억나니?
언젠가 우리 옥탑쪽방에서 맥주 마시다가 넌지시 '언젠가 우리도 결혼하게 되겠지?'
라고 했을때 개정색 하면서 '집도 없으면서???'하며 코웃음 쳤던거
이제야 말하는데 그 건물 통채로 우리집이다. 씨발년아
요근래 갑자기 뜬금없는 문자질로 간보는데 목구녕에서 똥나올때까지 쳐맞는 수가 있다.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