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글들

문득 초등학교 4학년 때가 떠오른다.

얼굴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남자애들이 개밥그릇이라고 놀리던 여자애가 있었다.

담임은 아이들을 미숙하게 다루던 젊은 여자였는데 남자를 한줄에 앉히고 여자를 다른 한줄에 앉혀 꼭 남자-여자로 짝을 지어줬다.

나는 짝을 바꿀 때 가장 먼저 그 못생긴 여자애를 짝으로 지목했다. 시끄러운 친구들 중 누군가 괴성을 지르며 놀려대기도 했다.

내 속마음이야 어떻든 그 앞에서만큼은 공평하게 대하려고 노력했고

그 여자애의 부모님이 항의해서 남자애들이 크게 혼났을 때에도 나에게는 질책하지 않았고 그 여자애는 고마워하기까지 했다.

이 사건은 어머니가 나의 어린 시절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그것은 어머니의 희망사항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내가 그 여자애와 앉겠다고 한 것은 행여 지원자가 없어 무안해질까봐서가 아니였다.

당시 선생님은 반드시 네개의 책상을 붙여서 두명씩 마주보게 했다.

혹시라도 그 여자애가 내 앞에 앉게 되는 일이 생겨 그 추한 얼굴을 정면으로 보게 되는게 싫었을 뿐이다.

또 우리 집 개밥그릇보다도 못 생겼다고 한 것도 나였다.

말 많은 친구가 퍼뜨리고 다닐때 귀찮은 일이 생길까봐 걱정했지만 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결국 내가 즐겼던 것은 개밥그릇에게 상처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좋아하는 개밥그릇의 착각을 관찰하는 일이었다.

당시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도 개밥그릇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_

나는 여자친구에게 만회할 수 없는 실수를 반복했고 지난 12월, 여자친구는 힘들다며 그만하자고 했다. 어떤 설득도 듣지 않았다.

그렇게 멍해있던 즈음에도, 봐주는 것 없다는 듯 나에게는 기억나지 않을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 중에는 사다프라는 여자와 가까워진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신을 추스리고 주변을 챙길 여력이 되자 비로서야 그 친구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사다프는 양 옆으로 기다란 눈매와 도톰하고 큰 입 때문인지 나이보다 한 두살은 더 들어 보이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짙은 화장과 어우러져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나는 그 친구의 몸을 볼 때마다 여체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곤 했다.

타이트한 옷을 즐겨 입는 그 친구의 어깨와 등에는 희미한 속옷 자국이 내비쳐 보였다.

속옷 끈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에워싸고 있는 그 비져나온 살이야말로 관능의 원형은 아니었을까 추측해보았다.

어느 날인가 앞서 가던 그 친구의 뒷모습을 몇 걸음 뒤에서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 친구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상체를 돌려 나를 확인하고 인사를 했는데 나는 속으로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아무렇지 않은 듯 짧은 대화를 나누며 헤어졌지만 사실 그 친구의 상반신이 내 쪽으로 돌려진 순간,

몸의 허리 굴곡을 따라 주름진 여분의 지방과 그 끝에 범람하듯 솟아오른 가슴이 두 눈에 들어왔고

아주 짧은 순간동안 그 육체에 안기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느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난 달 점심 시간, 나는 우연히 사다프의 옆자리에서 식사를 같이 했다.

그 친구는 이란인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그 친구가 태어나기도 전에

망명 길에 올랐던 할아버지 덕분에 단 한번도 이슬람식 예절을 배운 적이 없다고 들었다.

그 친구에게 서구화된 중산층 가정의 혜택을 누리게 해준 부모 또한 고등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었는데

입버릇처럼 조국의 현실과 여성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조했다고 한다.

엉뚱하게도 이 이야기를 듣는 내내, 왜 내 세상 모든 여자들은 조금만 친해지면 본인들의 가족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따지고 싶어질 뿐,

언제나처럼 사다프의 가족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발견한 그 친구의 어떤 면모에는 꽤나 마음이 끌렸다.

상대방의 감정에 동참해주기 보다는 고의적으로 상대방을 초조하게 만들고 그 거리감을 즐기는 위악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정관수술을 받은 나의 아버지와 그 사실을 알고 한동안 쌀쌀맞은 표정으로 귀가하던 당시 중학생이던 누나들의 관계에 대해 얘기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웃던 그 친구는 화제를 돌려 자기를 따라다니는 남자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어찌 어찌 알게 된 남자로 처음에는 관심 없었지만 어쩐지 그리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대꾸할 말도 없어서 억지춘향으로 너같은 애가 남자친구가 없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더니

몹시도 흐뭇한 표정으로 내가 할 다음 말을 주의 깊게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노골적인 기대감에 묘한 장난끼가 발동했다.

약속없이 일찍 집에 가는 금요일에는 이상하게 너랑 저녁을 같이 하고 싶어진다고 했다.

아부는 타이밍. 대충 지어낸 말치고는 꽤나 그럴 듯 하게 들렸나 보다. 하긴 반 정도는 솔직했다고 할 수도 있고...

그 말을 할 때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는데 그 친구는 점심 시간이 끝날 때까지 단 한번도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사다프를 쫓아다니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발렌타인 데이, 초콜렛을 입에 넣고 주차장으로 가다가 나는 도로변 벤치에서 그 친구와 그 남자를 보았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남자의 처절한 구애를 즐기는 그 친구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원래는 몰래 얘기만 엿들을 계획이었지만 (그 후에는 앞 뒤 대화를 각색하고 부풀려서 악의적인 뒷다마도 까야 한다),

하필 그 친구가 먼저 나를 본 바람에 할 수 없이 그들과 인사를 나눌 수 밖에 없었다.

사다프는 그 남자에게 얘가 걔야 라며 소개를 했다. 그 남자는 이미 내 장난에 대해서 알고 있는 듯 했다.

사다프에게는 잔인한 면이 있다.

그 날 점심시간의 돌발적인 장난을 그 남자에게 놀리듯 전했다는 것 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그 남자 앞에서 그런 식으로 도발을 하는 사다프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남자는 경계심 섞인 정중한 태도로 나를 대했고 그 짧은 시간동안 나와 그 친구가 말이 오갈 때마다 신경질적으로 대화를 중단시켰다.

웃는 표정이었지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사다프가 천연덕스럽게 피워내는 피비린내가 좋았다.

이 셋의 불편한 동행을 즐기는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도 무척 기뻤다.

그들과 헤어지기 직전 나는 그 남자 몰래 사다프 손에 초콜렛을 쥐어주었다.

사다프는 그것을 주머니에 찔러넣으며 나를 흘끔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그 친구도 장난과 연기 사이의 어떤 것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_

다음 날 아침에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하며 전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자리에 셋 중 하나만 빠져도 그토록 강렬한 느낌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 남자의 역할이었어도 상관없었을 것 같았다.

이렇게 변태적이고 병적인 즐거움은 인생에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혹시 착각은 아닐까도 생각해 봤지만, 전 날 초콜렛을 받은 그 친구의 얼굴은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 날은 좀처럼 사다프와 둘이서 말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

일과가 끝날 때쯤 되서야 복도에서 겨우 마주치게 되었고, 나는 인사도 생략하고 그 친구한테 저녁에 시간 되느냐고 물어봤다.

그 친구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괜찮다고 대답했다. 주차장에서 보자며 헤어졌다.

나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그 친구 등 위로 속옷 자국이 비치자 옷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한참 바쁜 시간이었지만 다행히도 기다리지 않고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대구 파이를 시켰고 사다프는 게로 맛을 낸 리조또를 주문했다. 양파 스프와 단호박 샐러드도 시켰다.

역시나 그 친구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주변인들의 결점을 즐겁게 늘어놓으며 식사를 했다.

고기와 지인은 씹는 맛이 좋아야한다.

발렌타인 데이날 뭐했냐고 묻길래 나는 캡슐 커피 머신을 충동적으로 구매했고 했다.

그 친구도 주방용품점을 지나칠 때마다 살까 말까 매번 고민한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을 가기 위해 길을 건널 때 사다프의 손끝을 잡았다.

혹시 뿌리치거나 무안한 상황이 될까봐 변명도 준비해두었지만 필요 없게 되었다.

차에 타서는 우리 집에서 캡슐 커피 마시자고 했더니 그럼 잠깐 마시고 가겠다고 했다.

결국 반잔도 다 마시지 못했다.

막상 소파에 앉아 있으니 할 말도 없었다. 굳이 말을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눈만 보다가 입술을 포갰다.

처음 사다프의 얼굴을 손으로 감쌀 때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한참을 키스하다가 입술을 포갠 채 침실로 데려가면서 블라우스를 벗겼다.

평소에 자위할 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사이즈의 가슴이었고 그 밑으로는 딱 바라던 양의 뱃살이 보였다.

사다프는 가끔 내가 가슴 훔쳐 보던거 알고 있었다며 웃었다. 만지고 싶냐고 물었다. 매일 떠올리면서 자위한다고 대답했다.

브라에 손을 집어 넣고 한 손으로는 후크를 풀렀다. 사다프의 손은 내 페니스를 잡고 있었다.

나는 사다프의 귓볼을 빨았고 사다프는 내 다른 손을 자신의 반대쪽 가슴에 가져다 놓았다.

침대에 눕자마자 사다프의 얼굴을 페니스 쪽으로 가지고 왔다.

사다프의 머리에 내 손을 얹고 내 페니스를 입에 문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위치를 바꿔 사다프를 눕히고 다리 사이에 혀를 집어 넣었다.

언젠가 친구의 파티에서 만난 백인과 섹스를 한적이 있는데 그녀의 목덜미에서 신 냄새가 났다.

그 냄새는 후에 독일 여행 중에 먹었던 사워 크라우트라는 요리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다프의 질에서는 특이하게도 은은한 굴도장 냄새가 났다.

혹시나 내 페니스에서 내가 모르는 음식을 떠올렸을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침대 맡의 서랍에서 콘돔을 찾아 꺼내자 사다프는 생리 엊그제 끝났다며 괜찮다고 했다.

들어 올린 두 다리 사이로 삽입했고 사다프는 고양이같은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두 팔로 몸을 지탱하고 내 밑에 깔린 사다프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사다프는 이란어를 중얼 거리고 있었다.

안에 쏟겠다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마주친 채로 몸에다 쏟아냈다.

잠시 후 정액이 두 다리 사이로 흘러 내렸다. 자기 전까지 두 번을 더 했다.

_

아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도 사다프는 자고 있었다.

남의 집에서 정신없이 잘 수 있는 것도 재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를 내지 않고 계란을 삶고 롤빵을 준비했다. 석류를 짜서 쥬스도 내왔다.

사다프는 아침을 먹으면서 내가 보기에 그 남자가 어떻냐고 물어봤다.

너가 어떤 답을 내리더라도 그 남자한테 우리 일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그 대답은 사다프를 설레게도 실망하게도 하지 않았다.

습관처럼 내가 마실 커피만 내렸는데 사다프는 집을 나설 때까지 달라고 하지 않았다.

사다프는 아마도 그 남자와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그 남자와의 관계가 계속되는 한, 내 장난을 기꺼이 받아 줄 것이다.

하이힐에 집착하는 여자는, 동물원 우리 한켠을 뺐기지 않으려는 늙은 원숭이만큼이나 뻔하기 때문이다.

2012.02.20 15:07:14
1. -_-
왠지 이란계 미인의 얼굴을 떠오르게 하는 글.
2012.02.20 15:15:39
2. -_-
본격 무낙싸이트.txt
2012.02.20 15:31:48
3. -_-
3000플로 짜증나 있는 무표정을 달래주는 글이닷
2012.02.20 15:43:49
4. -_-
좋다, 이런거
2012.02.20 16:10:55
5. -_-
이런 글은 테크닉만으로 되는게 아닐꺼야....
아 ....
나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인것만같아.
2012.02.20 16:16:40
6. -_-
아 ㅅㅂ 꼴렸다... 열라 꼴렸다 이란 여자라니 ㅠㅠ
2012.02.20 17:23:11
7. -_-
이란 여자라니.. 인증샷 없으므로 무효.. 엉엉...
2012.02.20 17:29:38
8. -_-
아 ㅅㅂ 할 말을 잃었습니다....
2012.02.20 18:49:56
9. -_-
말이 필요없다 -_-b
볼글로!
2012.02.20 20:01:38
10. -_-
아.. 졌다. 소설인가?
2012.02.20 20:27:32
11. -_-
역시 본격 무낙사이트!
2012.02.20 20:28:32
12. - _-
역시 무낙 싸이트...-_-b
2012.02.20 21:20:06
13. -_-
2012.02.20 21:49:12
14. -_-
전에 화낙에 뱀파이어 소설 쓰신 분인가요? 글 찰지다.
2012.02.20 22:55:54
15. -_-
페르시야 공주??
2012.02.21 00:52:29
16. -_-
이런 글이라면 져도 부끄럽지 않아.
2012.02.21 05:23:13
17. -_-
우와. 글쓴 레알 부럽.
비슷하게, 아는애가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을 새로 샀다길래 흑심을 품고 새벽 한시에 쳐들어가서 커피를 마신 적이 있었지.
쇼파에 나란히 앉아 커피 마시고 한시 반에 나왔어........................
객관적으로 봐도 내가 못먹을;;정도는 아닌데. 허벅지라도 만졌어야 했나.
커피머신 이야기를 보니 그때 생각나네.
오늘도 지나가다 만났는데 청바지에 반팔티 입은것만 봐도 마음이 동하더라. 흑. 저 포도는 고자일거야. 흑.
2012.02.21 05:37:52
18. -_-
와~공클금;;;저거 자연산인가
2012.02.21 08:31:36
19. -_-
조..좋은 글이다
볼글로 -_-)b
2012.02.21 09:08:17
20. -_-
개밥그릇 지못미 사다프 남친 지못미 ㅠㅠ
2012.02.21 12:04:38
21. -_-
밀란 쿤데라 느낌이 물씬 풍기네요ㅎㅎ
석류주스며 이국적인 느낌도ㅎㅎ
2012.02.21 16:15:35
22. -_-
오우 쓋 이란 여자랑 하고 싶다 -_-;;
2012.02.22 00:00:34
23. -_-
ㅋㅋ 난 해봤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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