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술자리가 있어서 새벽에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네비로 TV를 보고 있었어요.
내용은 가슴 아픈 소년 가장 이야기.
제가 저런 다큐를 혼자가 아닌 상황에서 보는 거 좀 많이 싫어하거든요.
나이 마흔 다 되가는 시커먼 아저씨가
저런 거 보고 꺽꺽;;;거리면 보기 안 좋잖아요 -_-
그래서 다른 생각 하면서 TV에 집중 안 하고 흘깃흘깃 봤는데도
너무 슬퍼서 눈가에 이슬이 촉촉하게 맺힐 뻔.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택시 아저씨가 그거 보면서
울고 있어 -_-
새벽 두 시, 올림픽대로.
시속 150km 밟으면서 엉엉 울고 있어 -_-
콧물도 막 들이삼키고 계셔.
조또! 얼마나 집중해서 보고 있었으면!
택시기사는 슬퍼서 울고,
난 무서워서 울고.
둘.
급하게 외근을 나가느라 택시를 탔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어요.
이럴 때는 운기조식하며 괄약근 조절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하필 기사 스타일이 탑골공원 노인네 스타일. 계속 말을 걸어요.
주제도 워낙 다양해서 도저히 따라갈 수도 없는 수준이라 그냥 네네 거리고 있는데
대장이 꼬이는 느낌과 함께 방귀 한 방;;이 너무나 그리운 거에요.
사정 직전의 철수; 느낌이랄까.
방귀 한 방 뀌는데 오천원 달라고 하면 돈 내고 뀌었을 것 같아 -_-
정말이지, 적외선 카메라라 나를 찍었으면
엉덩이 주위로 황갈색 오로라;;가 감돌고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기사와 단 둘밖에 없는 공간에서 부왘~하고 똥방귀를 뀔 수는 없는 일.
날씨가 조금 쌀쌀했던터라 창문을 열고 달리는 것도 민폐고.
그런데, 그 때 거짓말같은 운전기사의 한 마디가 들려왔어요.
"하하, 죄송합니다 공기 좀 오염시킬께요!"
창문을 지이이잉 내리는 기사님의 한마디에,
왜 그랬을까. 저는 10년 가뭄에 단비를 만난 농부같은 표정으로 외쳤어요.
"저두요(뿌우우왘!!!)!!!"
입과 똥구녕이 동시에 외쳤는데 소리는 똥구녕 쪽이 더 컸어요.
순간 담배를 입에 물던 기사님은
라이터와 함께 담배를 내려놓으시더니
목적지까지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