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인생의 희노애락 싸인 곡선에 일희일비할 나이인데,

실제로는 꽤나 무덤덤한 편이다.



그래도

인생은 꽤나 다이나믹한 썸띵;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살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해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꺽어올린 절대값 싸인 곡선마냥

즐거운 일만 일어날 리 없는 게 사람의 삶;인 것 같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면

종종 젊으셨을 때 잘 나갔다는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데,



남자들의 자기 이야기에 과장과 미화가 빠지지 않는 건,

호가든 거품내기 정도로 이해하면 될 일.



그 분들이 화려한 과거를 그리워하며

상대적으로 초라한 현재를 한탄하며 하시는 말씀을 요약하면,

"난 계속 잘나갈 줄 알았어. 그래서 흥청망청; 에블레~ 했지."

가 되겠다.



세상을 오시;할 수 있는 기백? 자신감?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인생이

show me the money 몇 번 입력하고,

save 와 load 가 되는 게임이 아닌 다음에야,

저런 자신감과 낙관은 대체 어디서 오는건지 신기할 뿐이다.




반대로,

꼭 죽으란 법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가끔 죽는 사람도 있긴 하던데,

그런거 생각하고 살아봤자 효용;이 없으니까.



3년전인가?

일본으로 도피성 유학을 갔던 친구 녀석이 우리 앞에, 싼타페를 끌고 나타났다.

친구 녀석들 모두 궁상맞기 서울역에 그지 없는 복학생 또래일 때인데,

"일본에서 알바해서 모아서 샀어." 라는 녀석의 말에

우리는 굉장히 감탄했다.

와 저놈이 거짓말을 티나게 할 때도 있구나.

말빨; 빼면 시체인놈이.



다음 나올 말이 예상되면서도 몹시도 궁금했던 나를 포함한 녀석들.

"그건 그렇고 나 결혼한다."

그럼 그렇지-_- 니놈 말빨로 순진한 여자를 낚으셨겠지.

그 순진하고 철없는 여자의 미래를 애통해하는 숙연한 분위기 속에



어떤 여자야? 라는 질문에 나온 녀석의 대답에

우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200X년 미스코리아.

물론, 진선미는 아니고 본선 16명 중의 1人



조용히 담배를 빼무는 우리들.

일단, 녀석이 돌리는 청첩장과 끌고 온 싼타페 앞에서

의심;의 여지 자체가 있을 수 없었고

자초지종을 들어보기로 했다.



내가 사람의 조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사견은 제외하고,

사회에서 흔히 이야기꺼리가 되는 내 친구의 객관적인 조건들을 열거하자면

고졸(인문계), 이혼한 부모님, 장남, 자격증이나 기술 없음. 집은 중산층 정도.

외모는 평범, 스타일은 굉장히 좋은 편이고, 말빨이 아트-_-



나와 내 친구들은 딥블루씨 란 영화가 굉장히 재밌는 영화인줄 알고 봤었다.

아마도, 이놈이 영화 추천 설명회; 같은거 하면 대부분의 영화가 흥행하지 않을까-_-



여튼, 할 일도 없고 뭔가를 해야 할 나이에 임박하여

녀석은 일본으로 도피성 유학을 떠났고,

공부와 알바를 빡세게 하며 살고 있었단다. - 딥블루씨가 엄청 재밌는 영화라는 녀석의 말입니다.



어느 날

횡단 보도 앞에, 너무나 아름답고, 태;가 훌륭한 선녀를 발견했다는데,

녀석의 짐승같은 직감으로는 한국인이다!! 였단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한국말로

"저기요;" 하면서 아가씨에게 말을 걸어 보았고

"예? "

하면서 돌아보는 그녀.

녀석은 "내 생에 최고의 나이쓰 였어." 라 회고했다.



누구에게나

일생에 기회는 3번은 찾아온다던가.

녀석은 아마도 그 중에 하나를 만난거겠지.



무조건,

아가씨의 팔을 꽉 붙잡고 잠깐이면 된다며

정말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가장 가까운 커피숖으로 끌고 들어갔단다.



한국이었으면 불가능했을 상황이,

외국에서 만난 같은 한국인;에 대한 반가움으로 가능했으리라.



녀석의 말빨 앞에 누군들 제정신 차릴 수 있었을까.

둘은 그렇게 사귀게 되었고,

약 1년 가까이 일본에서 연인으로 지냈고,

아가씨가 친구보다 먼저 귀국하게 되었단다.



그리고 몇달 후

한국에 있던 아가씨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임신 6개월.



혹여나, 남자 친구에게 부담이 될까 싶어,

임신 사실을 알았음에도, 말을 하지 않고 귀국하여

남자 친구의 일본 일정이 끝나길 조용히 기다린 거란다.



아아 ㅜ.ㅜ 여기서 이미 우린 졌다.

-_- 님들도 지고 있을꺼임 아마도.



더 숙연해진 분위기속에 이야기는 계속 되었고,

녀석은 황급히; 귀국하여

장인, 장모님들을 만나 뵈었고,

모아둔 것도, 직장도 없는 녀석을

단지 태어날 아이의 아버지란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지 않으셨으며,

집과 차를 장만해주셨다한다. - 딥블루씨가 재밌다던 그 녀석이 차는 자기가 샀다고 주장 했습니다.



결혼식을 울산; 에서 했기 때문에

친구들이 울산으로 내려가서

결혼식 전날, 신랑 신부 친구들이 모여서 노는 자리에

울산에서 가장 잘나간다던 나이트 룸을 잡아주더라.



이미, 서울에서도 잠깐씩 한 두번은 봤기 때문에

범접할 수 없는 미모;에 길에서 보기 힘든 몸매; 를

제수씨가 가지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마음 씀씀이까지 예술일 줄이야.



그 시끄러운 나이트에서 한명 한명 친구 녀석들을 챙기고, 찾아다니면서

귓가에 머라고 이야기를 하길래 무슨 이야긴가 궁금했더랬는데,

내 차례가 되어 제수씨가 해준 이야기는,

"여기까지 와주시느라 너무 고생 많이 하셨고, 너무 고마워요. 즐겁고 재밌게 놀다 가세요."



아아 ㅜ.ㅜ

말도 안돼. 이럴 수가.

우째 이런 캐사기 케릭이 존재하나요.

창조주는 밸런싱에 실패했;



결혼식 당일 날이 되어,

우리는 신부측의 위용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신부의 아버지가 그 쪽에서 굉장히 유명인사였던 것.

삼촌은 부장 검사에, 여튼 소위 빵빵;한 집안이었던 것이다.

하객들이 어찌 많은지.



진심으로 친구 녀석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건 기울어도 너무 기우는데-_-;

그러나,

녀석의 뻔뻔함과 어딜가든 자기 밥벌이는 하는 능력이 - 제수씨도 이걸 봤으리라.

극대화 되길 바라며,

걱정 반 부러움 반으로 결혼을 축하해주었다.



그 후로 3년 뒤.

녀석은 집에 가지 않는다.

별거인 셈이랄까.

아마도 곧 이혼할 듯 싶다.



같이 갔던 바에서,

자신을 미혼이라 소개하는 녀석을 보며

야이 개새끼야; 라고 친구들이 하도 까대는 통에

이제 우리한테도 연락을 뜸하게 하며 겉도는 녀석.



다 알지.

니가 왜 그러는지 니 결혼 생활이 어땠을지.

네놈의 뻔뻔함으로 극복이 안되는 수준;차이를 어쩌겠냐.

아무리 배려심 깊고, 남과 비교할 줄도 모르는 캐사기 케릭 제수씨라 한들.

결혼이 둘만으로 되는게 아닌거지.

내 친구지만,

너는 아직 준비가 안됐어. -일리단-_-;



현재

녀석의 정점은 꺽였고,

녀석의 인생은 우울하다.

더 안타까운건, 녀석이 아니라 녀석의 아들의 미래지만.



그러나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을지도; 모르기에.



죽음으로 수렴해가는 싸인 곡선의 진폭은 좁아지게 마련이다.

굳이 그러려고 하지 않아도, 조금씩 무뎌지는게 사람의 감정이다.

크게 기쁠 일도 크게 슬플 일도, 너무 기꺼워하거나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젊어서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는 마음으로

늙어서는 기억을 두드려 조각한 추억이란 놈의 힘으로

그렇게 갈 길을 가면 될 것 같다.



모든 것이 불분명한 우리의 인생에서

끝 하나는 명확하지 않은가.

나는 그게 가장 마음에 든다.




Who wants to live forever?

-하이랜더 테마곡










-_-; : 글 쩐다 진짜. (2008/07/12 12:16)

-_-; : 마지막 저 노래는 퀸; 그건가요... 신해철이가 맨날 틀어줘서...... (2008/07/12 12:17)

-_- : 이걸 보고 신은 공평하다고 해야할지..몇년동안 미스코리아;;;랑 떡친거 생각하며 불공평하다고 해야할지.. (2008/07/12 12:22)

-_- : 진심으로 잘쓴다; (2008/07/12 13:00)

-_-; : 형 글빨 진짜 쩐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형이라 해도 안 이상할 것 같아;; (2008/07/12 12:25)

-_- : 헐 젊은친구가 참;; 형이라고 불러야 겠다. (2008/07/12 12:29)

-_- : 영감님을 차기 마스터로~ (2008/07/12 12:30)

-_- : 임신 6개월이 지난 후에 만났을텐데도 몸매가 쩔 정도면 흠..굉장히 지고 들어가는건데; 그 몸으로 나이트까지 따라와서 인사까지 챙기는 아가씨라...아직 어리고 세상물정을 몰랐어서 그럴거라고 하지만...별로 위로도 안되고 지는구나 -_-; (2008/07/12 12:34)

-_-1234 : 나 사실은 임신 6개월 이상이 지난 아가씨가 나이트에 있는게 웃겨서 리플 단건데...제대로 표현 못하고 너무 돌려서 달았어 ㅋㅋㅋㅋㅋㅋㅋ (2008/07/12 12:35)

접니다 : 저 때는 이미 출산 후; 꽤 지나서 입니다. 요즘 아기는 혼수라면서요 ㅎㅎ (2008/07/12 12:37)

-_- : 혹시 친구의 애가 아닐지도... 6개월이나 되서 연락한다는건 상식적으로 좀 말이..ㅎㅎ
그것때문에 친구가 겉돌고 있고 이혼을 하게 되는걸지도.. 너무 소설쓰는건가 ㅋ (2008/07/12 12:40)

-_- : -_-글 진짜 쩔어효~ 완전 재밌게 읽었네;; (2008/07/12 12:57)

-_- : 근데요, 임신까지 했으면서 조용히 남자친구 일정 끝나기를 6개월이나 그 사실을 숨긴체 기다린다는건 말이 한참 안되요;; 대단한 일정도 아니고...엔조이 후 바이바이 생각으로 한국 와보니 임신이었다가 어영부영 그리 됐을 수도 있고, 뭐 다른 가능성은 많은데...위에서 밝힌 사실대일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울듯; (2008/07/12 13:27)

접니다 : 제수씨의 사람 됨됨이를 모르시면 그런 의문이 생길 수 있겠습니다만, 제가 쓴게 사실입니다. 그 아들 녀석이 제 친구를 몹시 닮았다던가, 기타 생략한 부분이 많은데 생각하시는건 자유겠지만, 이상한 상상들을 하시는군요 ㅎㅎ 굉장히 가정적이고 조용히 인내하는 스타일의 자식에게 헌신적인 아가씨죠. (2008/07/12 13:33)

-_- : 볼글로. (2008/07/12 13:38)

-_- : 18.. 우리과 후배중에 거의 젤로 착하고 이쁜 여자애가 5년간 사귀던 남친과 깨지고 약2년간 쏠로 생활 후 지금 글쓴 친구같은 넘과 사귀기로 했다네.. 가슴이 답답... (2008/07/12 13:42)

-_- : 글도 멋지지만 그 친구의 한 때가 너무 부럽다;; (2008/07/12 14:50)

-_- : 글도 멋지지만 그 친구의 말빨이 너무 부럽다;; (2008/07/12 15:22)

-_- : 이거 접대형 얘기아니오? 접대형도 말빨이라면 안빠지자나요;;;;; (2008/07/12 17:15)

-_- : 답답할 것 있나. 좋은 사람이 아니라 다들 셀레는 사람이 필요한거잖아. (2008/07/12 18:04)

-_- : 접선생님 정말 글빨 쩌는군요!! 글빨에 말빨에 한의사... 부럽습니다 ㅜㅜ (2008/07/12 22:30)

발업드론 : 형님 친구분 부럽습니다;;;;; (2008/07/12 23:52)

뭐임? : 난 6개월동안 임신인거 숨기고 있다가 한국 온 다음에야 6개월이야;; 이러는 부분에서 흠칫;했는데-_-
다들 그걸 배려나 착한 마음씨 이런걸로 받아들이는거구나;;;;;
어우 누가 내 애를 지 뱃속에서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난 그냥 무서울 뿐인데-_-;;;;;; (2008/07/13 00:54)

-_- : 볼글로.(2) (2008/07/13 23:16)

-_- : 볼글로 -_-)b
근데 제 생각에는 신의 벨런싱이 성공적인듯 -_- 여자팔자 뒤움박 팔자라는 말도 있지만.. 미스코리아 본선까지 올라갔고 집안이 빵빵 한 아가씨에 말빨만 좋은 남편... 결국 애딸린 이혼녀 딱지크리... (2008/07/14 00:47)

C : 글 정말 좋아요!! 아침에 출근하고 성시경의 "안녕 내 사랑" 이란 노래를 들으면서 보고 있는데 그림이 연상되면서 왜 딱 이노래 뮤비;로 쓰면 좋을까란 생각을 했을까? 친구니까 그 친구 잘 잡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불쌍한 친구네. (2008/07/14 09:05)

-_- : 임신6개월 말 안 한 게 진짜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감. 왜 그걸 배려로 받아들이지-_-;; 일본 유학생활 연애하면서 그 친구분이 어느 정도로 공부하는지는 다 알았을테고. 공부한 게 빡세 보이진 않는데.임신 얘기한다고해서 그 공부에 과연 지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건가. (2008/07/14 12:02)

접니다 : 흠?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은게 왜 배려냐; 는 분이 몇 분 계시는군요. 그건 리플 다신 분 본인의 입장;을 저기에 대입하셔서 그럴겁니다. 생략한 부분이 많은데, 연애하면서 이미 제수씨는 남편감;으로 생각을 했었다는군요. 물론, 제 친구도 할 수 만 있다면 결혼을 하고 싶어했구요. (2008/07/14 12:13)

접니다 : 두 사람은 결혼을 생각하는 사이였고, 그렇다면 어짜피 정상적인 일정으로는 몇달동안 일본과 한국에서 서로 떨어져 있어야되는데, 자신의 임신 사실을 미리 알리면 당연히, 남자 친구의 일본 유학 일정이 틀어지거나, 초조하거나 그렇지 않겠습니까? 굉장히 사려깊고 배려한거 맞는데 ㅎㅎ (2008/07/14 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