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등학교는 섬에 있었다.

2주 내내 섬에 쳐박혀 있다가

2주에 한번씩 밖으로 내보내 주면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는데 ㅜㅜ

그때는 토요일날 나가면 월미도와 동인천에서 늦게까지 놀고 들어가는게 대세였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있는 한번의 주말이 참 애매한데

당연히 학교 일정엔 면학 및 종교활동으로 표시가 되어 있지만

누구 맘대로 면학인가.


어느 꾸리꾸리한 날

나와 친구 두명은 무작정 학교를 뛰쳐나왔다.

심심하고 시간도 많은데 선착장까지 걸어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대략 10키로미터.

두시간 가량 걸어 도착한 선착장.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선착장에 있는 중국집으로 급하게 피신했다.


셋 다 너나 할거 없이 짬뽕을 주문했고

특이하게도 싱싱한 홍합이 잔뜩 들어가 있어 짬뽕 위에 산을 이루고 있는 특대형 짬뽕 세그릇이 나왔다.

정말 홍합탕 한그릇 분량의 홍합. 그리고 매콤하니 시원한 국물.

두시간동안 걸어온 고딩이니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게눈감추듯 먹어치우고 일어서니 비가 그쳐 선선하고 기분 좋은 바닷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후로도 우리는 가끔 그 집을 찾았고

어김없이 항상 시키던건 그 짬뽕.

졸업하고 학교에 찾아갈 일 있으면 항상 가던 그 집이지만

나이가 먹어가고 한해 두해 지나가면서 점점 학교에 갈 일도 줄었고

만약 가더라도 그 집에는 가지 않게 되었다.


십년 쫌 안되게 지난 지금

장마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는데

그때의 그 친구 두놈한테 문자를 보냈다.

짬뽕에 소주 한잔 하고 싶지 않냐고.

재밌게도 두놈 다 같은 생각. 그것도 선착장 짬뽕 생각에 술약속을 잡거나 주문을 해놓은 상태.

셋 다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나긴 힘들지만

나도 짬뽕에 소주 한병을 주문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배고파서 입에 치

앗 지금 왔다!!

그럼 안뇽 형님들. 그리고 이 글을 볼지도 모를 고등학교 선후배님들 -_-(전에 1기 선배님 여기서 만났었죠;;;)

저녁식사 다들 하셨으면;;; 살찌니까 드시지 마시고

안하셨으면 맛있게 드십쇼.



-_- : 나는 소주를 처음 깔때 나는 그 소리. 까드득... 꼴꼴꼴꼴... 하는 그 소릴 좋아합니다. 아흐~~ 땡기네 (2008/07/02 19:30)

-_- : 인천과고...라는 느낌이-_- (2008/07/02 20:15)

-_- : 햐.. 은근히 볼글성인데요.. 이미 여러 잔 하고온 관계로 오늘은 여기서 폴드. (2008/07/02 22:42)

-_- : 인곽에 한표.. (2008/07/02 22:56)

-_- : 와.. 글 맛깔나게 잘 쓰시네 ㅎ (2008/07/03 00:58)

-_-154 : 이 글보고 황신혜 밴드의 짬뽕이란 노래가 생각 나서 검색해서 들었음.. 내가 왜 그랬을까? -_-; (2008/07/03 10:31)

익명 : 소주 안주에는 과일안주가 쵝오라는걸 불과 얼마 전에 깨달은 1인

매운거 먹음 속쓰려 ㅠㅠ 고기도 ㅠㅠ
(2008/07/03 12:50)

-_- : 인곽에 포공 다니는 것으로 추측됨. 학번은 0X대. (2008/07/03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