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선생님, 오늘 저녁 시간 있어요?

아 네. 무슨 일로...?


이따가, 일산쪽으로 갑시다. 접선생님 양주 좋아하시죠? 양주 사드릴께요.

하악; 충성 /-_-


예전에 일하던 곳 원장이 어느 날

술 한잔 사주겠다고 저녁때 같이 가자더라.


자주 가는 단골 술집이 있는데, 분위기 오붓하고 좋다나.


종종;

거기 마담이 너무 센스가 넘친다느니

멋진 여자라느니

내 생에 그런 여자 첨 봤다느니.

풋풋한 소년같은 표정을 짓는,

막 불혹에 접어든 원장을 보면서,

불혹이 불같이 혹해서 불혹인가 하는 생각을 했드랬지.



여튼, 돈 많은 원장님이 쏘시는 맛깔나는 양주, 향기가 나는 양주 생각에 가슴 설레며

털레털레 원장을 쫓아간 곳은

나름 그윽하고 품위있게 아담한 작은 바 같은 이쁜 술집.



마담은 없고,

놀만큼 놀았어요 라는 뼈대에,

이제 그만놀고 싶어요 라는 살을 붙여,

언밸런스한 섹;기 어린 품위있는 30대초반의 아가씨 두명이 바를 지키고 있었다.



이미, 오기전부터 원장이 연락을 해뒀는지

열렬히 환영하는 표정과 제스쳐로

엄훠; 왜 이리 늦으셨쎄용

중동삘 나는 레이스 하늘하늘 늘어뜨려 입구를 가린 방으로 우릴 안내해주었다.



상부상조. 염화미소.

두명 중 더 어여쁜 아가씨를 내 옆으로 앉혀주며 미소짓는 원장.

꽃을 권하고 쪼개는 훈훈한 풍경.



접선생님 아시죠?

네넵 팍!팍! 띄워드리겠습니다!



애기 눕혀놓고 목욕시켜도 될 만큼 큰 쟁반에

푸짐한 과일과 양주가 나왔고

30살 발렌타인 형님과 누님;들이 훠크로 찍어주시는 과일을 낼롬낼롬 받아먹으며

아싸 지화자! 를 속으로 외치고 있을 때 즈음



불혹의 원장의 첫사랑인 마담께서 나타나셨다.

어머어머; 얘들아 가게 문 안닫고 뭐했니!



역시 내가 이 정도로 특별하다능 이라는 분위기로 흐뭇해하는 원장과

우리 원장만으로 오늘 매출 뽕 뽑을때까지 올리겠다는거군. 이라는 생각을 하는 나.



마담을 관찰해 보니,

원장이 버닝하는 이유는 느낄 수 있겠더라.

참 우아;하고 단아한 느낌. 갸냘픈 미모.

배려심 가득한 센스가 넘치는 말솜씨.

잘 정돈된 꾸밈새;



내 나이키-_- 운동화에 찢어진 청바지 따위를 칭찬하며 추켜세우는 솜씨를 보아하니

원장 매일매일 비행기 타고 안드로메다 관광했겠구나.



허허 우리 접선생님이 좀 멋쟁이지요. (라고 말하고, 어서어서 나를 띄워라고 이해한다.)

우리 원장님이 이래요. 저같은 하류잡배를 칭찬하는 대인배라능

을 시작으로

우리 원장의 위대함- 하루에 120명씩 환자를 끌어 모으는 경이로운 침술과 인성.

물론, 그 120명중 70명이상을 내가 봐야한다는 이야기 따위는 생략해주는 센스 - 을 입에 양주를 발라가며

열변을 토했다.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며,

아유 우리 접선생님이 나이가 어려서 그렇지, 지금도 대단하셔. 나중에 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껄 (이라고 말하고 듣기 좋으니 계속해 로 이해한다.)

이라는 잘 못하는 추임새까지 넣으시는 걸 보며, 다음 칭찬꺼리를 찾아 머리를 마구 회전하고 있을 때 였는데,



원장 옆에서 미소짓고 있는 마담을 보는 순간,

마담 입장에서도 원장한테 어느 정도는 호감이 있겠지 라는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돈 많은 호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



달달한 술이 조금 써지긴 했는데,

에이, 원장도 나이가 있는데 바보는 아니겠지.

심하게 이용당하거나 하진 않을꺼라고 생각하며,

나보다 나이 많으신 발렌타인 형님;께만 집중하기로 했다.



어쨌든, 화술의 달인들인 그녀들과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되어있는 원장,

열심히 머리 굴려가며 한잔이라도 더 삼키기 위해 노력하는 나까지

나름; 즐겁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 다음 달에 이 멤버로 하와이 놀러가요!! - 뜯어먹기 혈안이 된 그녀들

허허허 그럴까? 어때요 접선생님은? -잘 보일라고 정신이 나간 원장

홀짝홀짝, 아 좋죠~ 홀짝홀짝, 휴가 주시나요? - 원장 정신나간틈타서 하나라도 더 챙기려는 나

아 천천히 상의해 보고 정합시다. - 가끔씩 제정신이 돌아오는 원장



1차를 이 집에서 마무리하고

2차를 단란으로 옮기려는데

대충 얼핏 둘은 술값이 안주 값을 제외하고 300쯤 나온 것 같더라. -_-



마담: 어머.. 너무 많이드셨다. 죄송해요, 안주는 다 서비스로 하고 술값만 받을께요 *^^*

원장: 어허 이 사람 이래서 장사를 어떻게 할라고. 독하게 해야 돼 이런건.

마담: 그럼, 다음엔 꼭 제가 쏠께요. *^^*


이 패턴이 전형적인건; 잘 먹히기 때문이겠지-_-



암튼, 2차를 가서는

가수 뺨을 컴보로 날리는 그녀들의 춤, 노래 솜씨에 정신줄을 놔버렸는데

그 분들이 이제껏 본 사람들중에 춤, 노래는 최고;;

그 갸냘픈 몸에서 그런 성량이 어떻게 나오는지 -_-



감정 표현이 오로지 흐뭇함; 하나만 입력되어있는 원장 로봇께서는

접선생님 저분 노래도 참 잘하지요? 허허허

최곱니다-_-b



2차가 끝날 무렵 새벽 6시.

고주망태가 된 원장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처리하는 그녀들을 보며, -자주 그러는 듯

택시를 타고, 가까운 지하철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자고 있었다.



전화가 오는데, 생전 첨 보는 전화번호.

혹시, 술취한 원장을 누군가 길가에서 루팅한걸 수도 있겠다 싶어서

받았더니, 웬 아줌마.



접선생님이신가요?

네네; 그렇습니다만. 누구세요?

저 원장님 부인입니다.



(찔끔) 네 어쩐 일로...?

오늘 저희 남편이랑 술드셨지요?

네;;;

어디서 드셨나요?

아 그건 잘;; 술을 워낙 많이 마셔서;;



일산에 XX 술집가셔서 거기 마담이랑 드신거 아닌가요?

아, 병원 근처 술집에서 1차 마시고, 취한 상태로 또 어딘가로 가긴했는데

거기가 거긴진 모르겠네요;; (횡설수설)



XX단란 주점가신거 맞죠?

아; 간 것 같은데...

일산에서 드셨군요.

윽;;

알겠습니다. 이른 아침에 죄송합니다.



불륜의 현장의 중심에서 거짓말을 외치다.

기분 엄청나게 안좋아져버렸다.

무시무시한 죄를 지은 느낌이랄까.



여튼, 그러고 나서 주말이 지나

월요일 날 병원에서 원장이 날 보자마자

접선생님 담배 한대 핍시다. 라며 옥상으로 날 끌고 가더라.



사모님께; 걸리신 것 같은데 어떻게 됐나요;

제가 거짓말을 어설프게 해서 걸린 것 같아요.



머 그건 상관없다는 투로 괜찮다고 하시더니

담배를 후욱 뱉어내면서 퀭한 눈으로 말하는 내용이

밤새 안들어오니까 눈치를 채신; 사모님께서

원장을 추궁을 했고, 원장은 끝까지 극구 부인했고, 확인할 길이 없어지자

사모님이 원장님 핸드폰을 뒤져서; 그 마담한테 아침에 전화를 했는데.



마담은 그 전화를 받고

옆에 누워있던 남자를 바꿔줬다고 한다.

싸늘하고 냉정하게, 원장님 단골도 아니고 잘 모른다고 말했다고.



그래서 오해(진실)를 사모님은 풀어버리셨단다.


허허허;

그 남자가 누구 였을까요 접선생님.


자기보다 한참 어린 사람 앞에서

저렇게도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순진한 원장님.

여자라고는 평생 지금 결혼하신 사모님 말고는 만나본적도 없다는 원장님.

결혼도 사모님이 하자고 졸라서 하신거라는데.


거참...

정말 결혼한게 죽을만큼 후회되신다며,

접선생님은 결혼 절대 하지마세요. 라는 충고를 어떤 표정으로 넘겼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 마담이 정말 첫사랑이었다고

태어나서 이런 감정 첨 느껴봤다는 원장을 보며,

비슷한 류의 드라마를 보면서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앞에서 일어나니까

그냥 안스럽기만 하더라.



마담한테 이용당했다고 화를 내는게 아니라,

모른척 했다는걸 섭섭해하는 걸 보려니

허...허...허.

거참.



불혹에 찾아온 원장의 첫사랑은

이걸로 끝이었다.



생각해보니 끝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을 것 같기도...




결론?

순진;남이라고 다 좋은건 아니라는 거?

아 그리고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것도 나쁘다는 거

-_-





익명 : 첫사랑과의 후기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ㄷㄷㄷㄷ (2008/06/21 14:34)

접니다 : 19금 표시가 없잖아요. ㅋㅋ 감정;을 가지고 잠자리를 했던 사람 이야기를 까발리지 않을 정도의 개념은 보유한것 같아요-_- (2008/06/21 14:38)

-_- : 접니다 님 글 후기가 아니라도 너무 재밌네요. ㅋㅋㅋ 아 날씨도 구리구리한데 이런 글 읽으니 참 좆습니다;; (2008/06/21 14:39)

아마도 : 사랑은 계속될듯...접선생님의 상황설명을 보아..그리고 같은 여자지만 저런식으로 남자를 족쳐선 안되죠. 그 부인은 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고 족친대요. 조용히 빠르게 그리고 빠져나갈수 없이 족치는 방법이 얼마나 많은데... (2008/06/21 14:53)

접니다 : 차마; 쓰기 힘든 복잡하고 극한; 상황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저 분과의 사랑은 그걸로 100% 끝났을꺼구요. 끝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는건, 이미, 부인에게 마음이 떠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여자에게서 사랑을 찾을 것 같다는 의미에요. (2008/06/21 15:21)

-_- : 복잡하고 극한; 상황이 궁금해요 +.+ (2008/06/21 15:32)

-_- : 재미있어요-_-b (2008/06/21 15:51)

-_- :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를 바란다면 남 이야기 하는거라 염치없는거? 하지만 재밌네요 -_-b (2008/06/21 16:29)

-_- : 재밌게 읽었지만 왠지 씁쓸한건... (2008/06/21 16:35)

-_- : 와. 센스있는 글빨...부럽다.-_- (2008/06/21 17:40)

ㅠ_ㅠ : 괜차나, 그래도 원장이자나... (2008/06/21 17:44)

-_- : 접선생님 ㅋㅋㅋ 이 말 좀 재밌다
(2008/06/21 17:48)

-_- : 역시 수작...ㅋㅋ (2008/06/21 20:57)

반전 : 지하철에서 잠들었다고 생각했던 접니다는 사실 그러하지 않았고...
그 남자가 누구였을까요 접선생님?
원장님, 접니다. (2008/06/21 23:39)

-_- : 너 사랑해본 적 있어? 넌 없어.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하는거야. (2008/06/22 00:10)

유빈사랑♡ : 00:10님은...홍콩;에서 사랑으로 바꿨군요 (2008/06/22 00:51)

-_- : 읽다가 스크롤 내렸;; 형 너무너무 훌륭해. 마저 읽고 또 칭찬해주께염 (2008/06/22 01:48)

-_- : 접선생님;; 왠지 퍼펫의 향기가;; (2008/06/22 01:50)

부원장 : 난 원장님이 어제 요정 델꾸 갔는데... 워낙에 가정에 충실하신 분이라. 부원장들만 2차 붙여주고 집에 들어가셨다. 아들이랑 가부토;;; 놀이 해야한다고 (2008/06/22 09:57)

-_- : 마담 옆에 접선생님;이 계실거라 기대한건 나뿐? (2008/06/22 12:38)

익명 : 가부토 놀이라면 그 막장 애니 가부토? -_-; (2008/06/22 21:49)

-_- : 이거 볼글감인데-_-b (2008/06/24 09:17)

-_- : 볼글에 가도 되겠는걸 -_-b (2008/06/26 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