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게 피곤해서 그냥 옛날 추억이나 중얼거리렵니다.
일전에도 비슷한 글을 올렸었지만, 제 고향은 조낸 시골입니다.
딱히 유명한 특산물도 없고 관광지도 없는,
산에서 해가 떠서 산으로 해가 지는 그런 곳입니다.
몇 해전 공시지가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나오기도 했었던 깡촌이예요.
앞으로도 크게 개발될 일은 없으니
농사짓고 계신 아버지가 땅부자가 되실 일은 절대 없는 곳이지요.
유월은 항상 음습한 기분과 함께 시작했던 것 같아요.
늦어도 말경부터는 지리한 장마와 만나야만 하기 때문이지요.
저녁무렵 떼지어 몰려다니는 날벌레들이 점점 많아지고 (실리더스 아님;;)
개구리 소리가 이제 여기저기서 본격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하지요.
따끔거리는 모기와 지긋지긋한 파리와도 이제 매일 조우해야 할 때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대기는 숨막히는 풀냄새와 숲내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초록색으로 변해버린 대지,
그 안에 숨어 허물벗기를 반복하는 아직은 어린 풀벌레들이 귀엽기만 합니다.
아침안개가 자욱한 농로길을 따라 등교하노라면
이미 논에서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허리숙여 일하고 계신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보이는 사람마다 인사드리면 모두들 웃으시면서 "하윤이 이제 학교가나" 하시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네요.
초딩때는 호기심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등교길에도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이어진 봇도랑을 헤집으면서
송사리떼와 장구애비, 게아재비, 올챙이 이런 것들을 잡다가
학교에 지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쓰고보니 호기심이라기 보다는 집중력이 좀 떨어졌던 것 같네요;
시골 학교에서는 가끔씩 특이한 숙제들을 내주곤 했습니다.
잔디 씨앗 모아오기, 꽃모종 마을입구에 심기 등등;;
아.. 여름방학때 한번씩 모이는 날 있죠.. 임시소집일이던가요?
그때는 지참해야 될 물건이 낫;이나 모종삽;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잡초제거를 해야 했거든요. 아놔;
논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던 초등학교는
여름 아침이면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던,
무슨 판타지에서나 볼 듯한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습이었답니다.
제가 54회 졸업생이 되는 셈이니 참 오래된 초등학교였지요.
도로에서 학교까지 들어가는 길은 굵은 잣나무가 양쪽으로 서있었고
운동장 뒤편으로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와 느티나무가 심어져 있어
봄가을 운동회때 마다 학부모님들에게 멋진 그늘을 제공해 주곤 했지요.
고학년이 되어서는 가을아침마다 리어카 가득 낙엽을 쓸어담느라 애를 먹긴 했었지만
그래도 그 나무들이 주는 푸근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을 듯 합니다.
아쉽게도 그 곳은 십여년 뒤 폐교되었고 이젠 군청에서 인수해 수련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교하고 나면 초딩들은 할 것이 마땅치가 않았지요.
부모님을 도와 일하러 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학교 끝나고 나면 친구네 집앞에 가서
"xx야, 노올자~~" 하고 외쳤었답니다.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도랑에 반두를 들고 나가 물고기를 잡거나
집 뒤편 기왓장 아래에 짱박아둔 구슬을 꺼내어 구슬치기를 하거나
아니면 마당이 넓은 친구네집에 가서 비석치기(우리는 옥대까기;라고 했지요)나 오징어 이런걸 하곤 했었지요.
그러고도 무료해지면 뒷산에 올라가서 칡뿌리나 이것저것을 캐보기도 하고
기차가 올 시간이면 못을 들고 철길위에 올려놓고
기차의 무게로 납작하게 눌린 못을 갈아 칼을 만들기도 하고
비료포대에 나뭇가지를 들고 뱀잡으러 간다고 수풀을 헤집기도 하고...
음... 또 뭘 했더라...
그러다가 "xx야 밥먹으러 온나" 하는 어머니들의 목소리에
아쉬움을 남기고 모두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래도 뭐 어때요.
내일도 오늘 같을테니까요...
쓰다보니 참 그리워집니다.
그때 그 친구들은 어디서 뭘 하며 지낼까요.
그래도.. 아마도.. 이런 기억들을 다들 뇌리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겠죠?
바쁜 삶 속에서 이젠 계절의 변화마저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되어버린 지금,
그나마 평화로웠던 그때의 기억을 간추려 되새김질 해보면서
하루하루 지쳐가는 자신에게 다시 힘을 주어보려 합니다.
-_- : 아놔 실리더스; 또 와우 하고 싶어지네 (2008/06/14 02:10)
-_- : 아..요람기 생각나네요. (2008/06/14 02:52)
-_- : 부랄큰타이거 아자씨 글은 나만 그런지 몰라도 읽는 맛;이 있는것 같애. (2008/06/14 08:16)
-_- : 여기 말고; 좀더 가치있는 목적을 가진 곳에 이 글을 써주세요 ㅋ (2008/06/14 13:56)
-_- : 13:56은 여기가 뭐 어때서-_- (2008/06/14 15:36)
-_- : 아 막 훈훈해지네영. (2008/06/14 15:58)
-_- : 아 정겹다..
1536, 1356 -_- 오묘한 번호다... 여기말고 볼글에 써달라는 의미같은데 왜 까칠하셈요? (2008/06/14 17:33)
-_- : 그건 그렇고 요즘 애들은
"딱히 유명한 특산물도 없고 관광지도 없는,
아파트에서 해가 떠서 아파트로 해가 지는 그런 곳입니다."라고 쓰지 않을까...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갔고 학원이 끝나면 집에 와서 자는 그런 생활만 12년 하고 나니;;
(2008/06/14 20:17)
-_- : 볼글에 어떻게 쓰나요? (2008/06/15 02:15)
-_- : 볼글에는 마일리지가 100점이상 쌓이면 쓸 수 있어~ 일단 전신샷 인증이 달린 자기 소개를 화낙;에 올려~;;;; (2008/06/15 13:39)
-_- : 음... 반성하게 되는군요..
뱀잡으로... 숲풀..헤칠때라는.... 이야기가 나올때.. 혹시 먼가를 봤다는 기대를 살짝.. ^^;; (2008/06/16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