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게 되면

 

연애의 처음 부분.

 

그러니까 누구를 처음 만나서 설레임을 느끼고

 

자꾸 생각이 나고

 

이 여자가 나를 관심있어 할까. 어떻게 하면 좀 환심을 사 볼까

 

어떻게 좀 멋있게 보일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을 하는

 

그런시기,

 

그래서 조금씩 분위기가 무르익어서

 

드디어 연애가 시작되는 그부분까지.

 

그 부분이 가장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일단 사귀기 시작하면. 물론 한동안은 점점 불타올라 열렬한 사랑 모드에 들어가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삼순이에서 려원이 말했던 것처럼 반짝이던 것들이 사라지고

 

연애가 일상으로 변해버리면 또 다른 "연애 도입부"를 그리워하게 되고

 

한눈도 팔게되고.

 

티격태격 하게 되고. 그러다 잘못되어 헤어지게 되기도 하고

 

맘에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또 설레임이 시작되고.

 

새로운 이쁜사랑을 시작하면 되는 건줄 알았다.

 

 

난 그런게 무한 루프처럼 반복될 줄 알았다.

 

 

그렇지만 나는 나이를 먹었다.

 

나이를 먹으면 많은 것들이 변한다.

 

철들만 하고 정말 정착할 여자를 찾기 시작하면 괜찮은 여자는 이미 남들이 다 채간후기도 하고

 

또 맘아프지만 나이를 먹으면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어지기도 하지만ㅠㅠ

 

그밖에도 많은 일들이 생기고

 

그런일들은

 

나이먹은 남자를 나이먹은 남자로 만들어 버린다

 

 

금방 치유될것 같은 별것아닌 상처도 같은곳에 자꾸 반복되다보면 흉을 남긴다.

 

잘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날 문득 거울을 보니 짜증이 확 밀려오게 상해버린 피부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어릴때 무심코 짯던 여드름 자국도 있고. 술담배무절재한생활과 관리소홀로 잃어버린 탄력

 

한두번 크게 났던 상처. 그런것들이 다 모여서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아저씨특유의 ㅠㅠ 거친 피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었다. (아 진짜 또 생각만해도 짜증이)

 

 

그거랑 비슷하게

 

나이 먹은 남자의 심장도

 

여러가지 종류의 상처가 남긴 흉터자국에 덮혀서

 

나도 모르는 틈에 언젠가 부터는 더 이상 이쁜 하트모양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상처입은 심장은 어느새 모양새뿐이아니라

 

기능적으로도 하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여

 

설레임을 느껴야할때 설레임을 느끼지 못하고

 

아픔을 느껴야 할때 아픔을 잘 느끼지 못한다.

 

다만

 

심장이 약해져서 겁이 많아지게 된다.

 

질러야 할때 지르지를 못하게 되고.

 

그렇게 좀 시간이 흐르다 보면

 

진짜 감정이 퇴화해서 무딘 아저씨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억울하게도

 

"설레는 연애의 시작부분" 이란 부분을 영영 잃어버리게 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설령 그게 연애가 시작된후에 빛을 잃게 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설레임이 없는 연애는 연애라 부르기 뭐하다.

 

그냥 외로움이 못견디겠거나

 

그밖의 어떤 이유로든 마누라가 필요해서

 

여자를 만나고, 설레임 없는 도입부를 지나

 

열렬한 사랑 부분은 생략하고

 

결혼을 한다.

 

 

정말 내 주위에는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한 남자들로 넘쳐 난다.

 

 

그리고 그사람들은 나에게 충고를 한다.

 

이제 가슴 설레는 사랑같은건 잊어버려

 

적당히 괜찮은 사람에게 정착하라구.

 

 

아아아

 

그런건 죽도록 싫었었다.

 

아저씨 피부를 갖는게 죽도록 싫었듯이.

 

그런데

 

점점 아저씨 피부가 되가고 있는걸 볼때

 

나도 별 수 없이 사랑없는 결혼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게 아닐까

 

초라한 노총각이 되버리는걸 내가 참을수 있을까

 

그렇지만

 

 

설레임은 억지로 만들수 있는게 아니다.

 

누군가에게 별 이성적인 이유없이 호감을 느끼게 되고

 

자꾸 생각나게 되고 밤잠을 설치게 되고

 

그런건

 

그런 기분을 느낄수 있는건

 

돈으로도 못하는 몇가지 안되는 것중에 하나인 것이다.

 

 

그래서 사실 여기다가도 그런거

 

설레이는 걸 잃어버린걸 졸라 억울해하고 불평하는 글을 몇번 쓴것도 같다.

 

사실 나같이 게으른 사람이 이런데 글까지 쓸정도면 굉장히 억울하다는 뜻인것이다.

 

게다가 나이든 남자들은 이런 감상적인 소리따위 들어줄 사람도 별로 없다구.

 

친구들끼리는 이런 얘기 왠지 낯간지럽잖어.

 

 

그래서 나도 거의 포기를 하기 직전인 지경이었었다.

 

설레임같은거 이제 못느끼게 된거구나 하고

 

나의 인생에서 그런 시절은 지나갔구나 하고

 

체념하고 받아들이려고 했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설레임을 느낀다는게 어떤건지 기억해냈다.

 

자꾸 생각이 나서 하루종일 안정이 안되고

 

잠도 안오고 그런거 말이다.

 

자꾸 보고 싶어지고 그런거.

 

실로 몇년만의 일인지.

 

 

그와 동시에 신의 불공평함을 새삼스레 깨닳은게 문제다.

 

나보다 내 친구가 몇주 일찍 그사람을 소개 받았다는것.

 

나는 내 친구에게 그녀를 "나의 그녀"라고 소개 받았다는 것

 

 

나는 정말 술이취해 친구에게 그여자를 포기하라 라고 말할 뻔 했다.

 

 

몇년만에 설레이게 하는 여자를 만났는데

 

인생의 마지막 일지도 모르는데

 

시도 한번 못해본다는건

 

기술한번 못걸어 본다는건

 

정말 불공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억울하다.

 

아 신이시여,

 

아 나 정말 이런 삼류스런 스토리를 진행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구요.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