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예비군 편제에서 제외 되어 이제 민방위 자원;으로 넘어 가는데, 다니는 직장에 민방위대;가 있냐고..

 

 

없다고 대답했다.

 

지역 민방위대;에 편입 시키겠노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내 없다는 말은.. 직장이 없다..는 말이었는데..

 

 

 

열달 산고를 겪고 와이프가 딸아이를 낳았다.

 

다행히 순산에, 산모 아기 모두 건강하다.

 

고이 들어 뒀던 적금을 깨고, 병원비를 정산한다.

 

 

경북의 촌구석 한 가운데에서 놈현이라면 맨날 욕만 질러 대고 살았었는데,

 

자연분만에 들어간 기본적인 병원비는 전부 나라에서 부담해 주더라.

 

 

이것저것 보험 예외대상 항목만 결재 하고 나니, 그나마 예상금액 절반수준...

 

남은 돈을 가슴 깊이 접어 넣으면서 왜 그렇게 그 순간엔 울컥 하던지...

 

노무현이가 해 준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맙더라..

 

 

몇장 째 이력서를 쓰는 것인지도 기억 나지 않고... 슬슬 지원한 직장들이

 

어디였는지도 혼동스러울 무렵, 청년실업 어쩌고 하는 기사에 눈길이 간다...

 

너희들은 가끔 면접 보러 오라는 소리라도 듣지 않니...

 

난 이제 가끔 면접관 보다 더 먹은 나이 때문에 질문도 안 하는구나...

 

 

 

출생신고를 하러 동사무소를 찾아 갔다.

 

이것저것 서류에 적어야 할 것이 많다.

 

인구통계상 필요한 데이터라고.. 보호자의 직업도 적는 난이 있다..

 

비워서 내니깐, 직원이 말한다.

 

'있으시면 채워 주셔야 합니다.'

 

 

 

...

 

 

 

'없어서 비워 놓았습니다.'

 

 

직원도 겸연쩍은지 미안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 사람이 무슨 죄가 있을까, 미안해 하지 말라는 뜻으로 씩 한 번 웃어 보인다.

 

뒷편 기둥에 걸린 거울 속의 내 웃음이 괜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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