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씨...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입니다

 

친구따라 콘서트 갔을때 어느 60대 노부부의 사랑이야기(제목이 기억이 잘 안나네요)라는 노래를 듣고

 

다 큰 새끼가 질질 짜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떠난지 시간이 그렇게 되었군요

 

 

저 음악에 거리가 좀 있고,

 

또 그와중에 김광석씨 노래는 어지간해서는 어디가서 부를수 없는 노래;;;지만서도

 

제가 가슴에 담아두는 노래가 하나 있는데 바로

 

"그녀가 처음 울던날"이라는 노래입니다

 

 

 

저는 장돌뱅이 집안 사람입니다

 

아버지는 제가 국민학교 4학년이 되면서부터 용돈을 주셨습니다

 

당시(1984년) 제가 받았던 용돈은 6만원, 그리고 월말일에 다시 5만원을 돌려드리고

 

다시 월초일에 6만원을 받는, 이상한 종류의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따지면 순 용돈은 1만원이 되는거죠... 5만원의 부채와함께요

 

룰은 딱 두개, 월말까지 5만원을 돌려줄것... 못돌려주면 그다음달에 6만원으로 갚을것

 

그리고 50만원을 모아서 아버지께 저금하면 용돈 5000원 인상....

 

 

물론 만원도 당시 적은 용돈이 아니었지만

 

어릴때부터 돈에 환장했던 저로서는 5만원으로 돈을 늘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이 국민학교 4학년짜리가 시작한게 뭐였을까요?

 

학교에서 다음날 준비물을 알려줍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집에가서 돈을 받아서 다음날 아침에 사가지요

 

잊어버리고 못가져 오는 아이들도 많구요

 

저는 준비물을 약 10명어치 정도를 사갔습니다

 

그리고 안가져온 아이들에게 1~200원정도씩 더 붙여서 팔았어요

 

돈도 안가져온 아이들에게는 -_- 이자를 받고 돈도 빌려줬습니다

 

그런데 안팔리면 손해잖아요

 

그래서 문방구 주인에게 학교선생님이 준비물 여분으로 사오라고 심부름 시키셨다고

 

왕창씩 사갔다가, 남은것 돌려드리고 오랬다고 말하고 돈 다시 받았습니다....

 

학급 임원이라는 사실을 악용한 최초의 불법 행위였지요;;;;;

 

 

저에게 돈을 빌렸다가 못갚아서 (이자가 이자를 치니까 상당히 재미있더군요)

 

친구와 저와 꽤 큰 싸움이 나고 부모님이 학교에 오셔서야 제 교내 상행위는 끝이났습니다

 

 

아버지께선 눈치빠르게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용돈과 대출금을 크게 올려주셨고

 

중고등학교때 신문배달, 우유배달, 고리대금(-_-), 과제물 대신해주기, 등등

 

전 학교내에서도 꽤나 유명했던 "돈독오른 놈"이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아는 선배들과 부동산 장난을 시작했습니다

 

차명계좌 만들고, 허위로 사유를 만들고,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들여서

 

아파트를 사들이고 전세금을 받아서 또 돌리고.....나름대로 꽤 짭짤했습니다

 

(-_- 대학교때 제 성적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꽤 잘나가는 투수 방어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다가 여자를 하나 만났습니다

 

(3류소설 이야기 입니다... 닭살 싫어하시는 분은 바로 스크롤 다운하시길;;;)

 

 

순해빠진 착한아이, 그런데 조건 굉장히 안좋은.... 뭐 그런 거죠

 

저희집은 아버지 사업이 한창 잘되실 때였고

 

저는 저대로 제 나이 또래가 가지기 힘든 돈을 굴리고 있었습니다(재벌 2세 제외;;;)

 

전 항상 자신감에 넘쳐있었고, 특히 금전적인 면에서는 오만하기까지 했었습니다

 

(95년도에 제 별명이 백조였습니다 -_-;;;  제가 항상 전 백조를 모을거라고 말하고 다녀서요

 

그리고 정말 전 제가 백조를 모을거라고 믿고있었습니다;;;;;;;)

 

 

저는 여자들 마음같은거 잘 알지도 다루지도 못했고

 

또 나름대로 연애를 하기에는 바빴어요;;;   

 

돈도 벌러 다녀야 되고 사람들도 만나야되고 여기저기 알아보러도 다니구요

 

돈독오른게 더 올랐으면 올랐지, 전혀 줄진 않았거든요

 

그런데도 그 여자아이는 항상 미소로 절 안아주었습니다

 

 

제가요... 그친구 방을 하나 마련해줬었어요...

 

이상한 곳에서 하숙을 하길래 제가 좀 깨끗한 집을 하나 해줬습니다(월세로)

 

또 약간 궁상맞아 보이는것 같아서, 아주 솔직히 아는사람 보여주기 불편해서

 

옷이며 신발이며 이것저것 비싼걸로 많이 사줬어요

 

그리고 알바하지 말라고 소위 "용돈 -_-;;;"도 줬었습니다

 

소위 돈지랄;;;을 하곤 했던거죠...

 

 

그런데 이꼬마가 자기 생일이라고 한달 전부터 찡찡대는거에요

 

평소에 안부리던 애교까지 부려가며, 이번엔 제발 제손으로 만든 선물 하나만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뭐가 받고 싶으냐고 물어봤더니, 학을 접어달래요;;; 그거 받으면 소원 이루어 진다고

 

그래서 호기롭게 알았다고, 걱정말라고 했습니다

 

 

제 별명이 곰이에요... 손발이 두껍고, 손재주가 없습니다... 귀찮은거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구요

 

날짜개념 없고, 시간개념 없고, 사람이름 전화번호 못외구고, 남의 마음 잘 모르고...

 

남자친구로선 정말 꽝이죠...

 

그래도 장담까지 했으니 어떡합니까... 학 만드는걸 해봤죠

 

정말 농담이 아니라 다섯개 만드는데 세시간쯤 걸렸어요....(학이라고 부를수 있는 놈들은 말이죠;;;)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샀습니다...-_-

 

아는 친구에게 수소문해서 학 한마리에 300원해서 1000마리 -_-;;;;

 

샀죠... 뭐 장미꽃 잔뜩 주는거다 생각하구요

 

유리공에 넣어서 선물이라고 주면서, 굉장히 좋아하던 모습을 보면서

 

제가 접은 것도 아니면서 생색이란 생색은 다내면서 괜히 뿌듯해 했습니다

 

 

 

그리구서 한 두달인가 후 일입니다

 

집에 있겠다는 여자아이를 부득부득 불러내서 술을 마셨고

 

차 끊기기 전에 가겠다는걸 택시비 준다고 붙들어 놓고 새벽에야 집에 보내고

 

집에 들어와서 술취한 채로 자다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교통사고

 

전 눈앞이 깜깜해진다는게 시적표현이 아니라 실제로도 있는 것이란걸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고아였던 그애에게 유일한 연락처는 저였고

 

춥지도 않았는데 부들부들 떨면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수술하기 직전에 들어가는 그애 얼굴을 봤습니다.

 

정신을 잃은 얼굴은 아파서였는지 슬퍼서였는지 무서워서였는지 눈물범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 친구를 보냈습니다.

 

 

 

전 군대를 갔습니다

 

그리고 담배를 끊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다 잊혀졌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내가 술마시자고 불러내서 죽인거라고 죄책감을 갖지도 않고

 

다른 여자는 안보인다는 거짓말로 절 속이지도 않지요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연애도 하고, 술도 마시고

 

정말 시간이 지나면 모든게 묽어집니다...

 

지금은 옛날처럼 그녈따라 죽고싶다거나 하는 미친생각은 안해요

 

 

 

미국에 와서도 돈독은 안내려갔고

 

크레딧 조작에 은행과 모기지 회사에 인맥 늘려가면서

 

부동산 장난질 했고, 운이 좋아서 여기서도 꽤 짭짤했지요

 

나이도 먹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연애도 많이 하고...

 

 

 

 

하지만 어쩌다 김광석씨의 그녀가 처음 울던날을 듣게되면

 

그냥 그노래가 어찌나 제 가슴에 와닿었던지

 

소리내어 엉엉 울었던, 애꿎은 카세트만 박살냈던

 

그날이 떠올라서 가슴이 아직도 아립니다

 

 

짐 정리를 하러 그 친구 집에 갔을때

 

얌전하게 정리되어있던 옷들과 제가 준 돈을 모아둔 통장...

 

그리고 일기장 옆에, 학을 담아둔 유리공

 

유리공위 코르크마개 위에  제가 만든 학 다섯마리...

 

마지막날에도 사랑한단 말도 안했고

 

그애 집에 보내면서 했다는 말이 고작,  "그렇게 가고 싶으면 얼른 가라 가... 술맛 떨어지게..."

 

 

 

 

그 후로 많은 여자들을 만나봤지만

 

그녀가 말한대로 "난 네가 아무것도 아닌사람이 되어도 널 사랑할꺼야..."라고 말해주는 여자는

 

아직 한명도 못본것 같습니다

 

모두다 이 나이 되면 다 그렇듯 많은걸 저울질하지요...

 

싫다는게 아닙니다... 당연하죠.... 하지만 그냥 허전합니다

 

 

 

제 소원은 아직도 100조를 버는겁니다

 

하지만 소원에 하나가 추가 되었습니다

 

100조를 쓰는거요

 

 

그 꼬마가 저에게 했던 말이 있습니다

 

제가 100조 벌면 자기 1조만 빌려달라구....자기 병원도 짓고, 학교도 짓고, 미술관도 짓고싶다고...

 

자기가 평생 갚아 주겠다고...

 

 

제가 100조를 벌면

 

삼분의 일은 그녀의 성을 딴 병원을

 

삼분의 일은 그녀의 이름 앞글자를 딴 학교를

 

삼분의 일은 그녀의 이름 뒷글자를 딴 미술관을 지을겁니다

 

제 이름을 건 맹세입니다

 

 

 

 

유치한 삼류 소설같은 이야기... 제가 읽어도 우습군요...

 

 

술이나 한잔 해야겠습니다

 

 

 

 

 

그녀에 웃는 모습은 활짝핀 목련꽃 같아...

그녀만 바라보면 언제나 따뜻한 봄날이었네

 

그녀가 처음울던날 난너무 깜짝 놀랐네

그녀의 하얀얼굴 가득히 눈물로 얼룩이졌네

 

아무리 괴로워도 웃던 그녀가 처음으로 눈물 흘리던날

온세상 한꺼번에 무너지는듯 내가슴 답답했는데

 

이젠 더 볼수가 없네..  그녀의 웃는 모습을

 

그녀가 처음으로 울던날.. 내곁을 떠나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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