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며칠전 시어머님이 신랑 먹이라고 보약을 해주셨다.
신랑이 농담삼아 보약 좀 먹어야겠다고 했더니 금새 해오신건데;
시아버님이랑 너랑 셋이서만 알자며 어머님이 사실은 개소주;다.
아들 알면 안 먹는다고 할지 모르니 그냥 녹용같은거라고 해둬라, 하신다.
...개소주...
사실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고 찝찝;해진건,
개소주라는걸 먹어본적도 없는 나는 개소주;니까
정말 소주가 들어가나-_-;;; 하는 짧은 생각에;; (신랑 운전해야된단 말이지;)
우리친구 네이버에게 물어본 것이 시작이다.
약값은 드려야겠으나 말씀을 안 해주셔서 개소주파는 홈피에 들어갔더니
메뉴;;에 개소주라고 되어있고 해맑게 웃는 똥개 사진이 나와있다-_-
국내산 똥개가 최고! 등의 문구가 써져있고;;;
....하아;
(개 먹는 사람들 뭐라 하자고 하는건 아닙니다. 이건 그냥 내 입장일 뿐;)
어릴적, 우리집은 마당과 정원이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이었다.
반지하에 살던 할아버지가 다른데로 이사를 가시면서 키우던 개를 주고 가셨는데
이름은 또순이; 정말 똑똑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순이를 시작으로 개를 참 많이도 키웠었다.
(많을때는 한번에 스무마리 가량;; 말 그대로 개판-_-;)
이 녀석이 아빠 들어오실 때 차 소리가 100미터 밖에서만 나도
아빠인걸 알고 반갑게 짖어대는 녀석이었는데,
어느날은 정말 아빠를 잡아먹을듯이 무섭게 짖어댔다고 한다.
알고보니 그날 아빠는 친구분들과 저녁을 드시러 가셨다가
개고기를 딱 두점; 잡숫고 들어오셨는데 그걸 또순이가 알았나보다.
그날 아빠는 체해서 그걸 다 게워내셨다-_-;;;
또순이는 똥개;;였고 줄을 풀어주면 알아서 지가 임신을 해오곤 했다;;
한번은 새끼를 네다섯마리를 낳아서
또순이 닮은 첫째는 한사랑이라 이름 짓고 언니가 키웠고
누군지 모를 아빠;닮은 얼룩무늬 둘째는 두사랑이라 이름짓고 내가 키웠다.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와보니(그때는 국민;;학생이었다)
두사랑이가 보이지 않았고 한참을 물어보자 엄마가 해준말이...
늘 묶어놓고 또순이를 키웠기에 아빠가 가끔 줄을 풀어주는데
그날도 줄을 풀어주자 또순이가 미친듯이;; 집밖으로 달려나갔고
한사랑이랑 두사랑이도 쏜살같이 쫓아 나갔다고 한다.
집 바로 앞은 도로였고 끼익 하는 소리에 아빠가 나가보니
두사랑이가 차에 치어 죽어있었단다.
아빠는 시체를 묻어줄 생각에 집으로 비닐봉지;;를 가지러 들어왔고
다시 나갔을때 두사랑이 시체는 이미 사라졌다고 한다.
...사건현장; 건너편에는 보신탕집이 있었고;
물증이 없는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_-
집에서 1~20미터 떨어진 그 도로에 나있는 핏자욱은 내가 이사할때까지 지워지지 않았고
난 그 자리를 지날 때마다 혼자 서서 묵념을 하곤 했다.
역시 또순이 새끼였던 아롱이가 또 있다.
아롱이는 연한 황토빛의 수컷이었는데, 유난히 몸이 약했다.
어느날 아롱이가 혈변을 보고 하길래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장염에 걸렸다고 했다.
개가 걸리는 장염은 세종류(?)가 있는데 그 중 두가지는 고칠 수 있고
한가지는 죽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아롱이는 그 죽는 장염이었다.
아롱이가 시름시름 앓던 날 그날이 마지막이구나 싶었고
밤중에 우리식구들은 아롱이를 방에 뉘어놓고 둘러앉아 있었다.
아롱이랑 나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는데
(아롱이가 옆으로 누워있었고 나는 아롱이 등쪽에 앉아있었다)
아롱이는 갈때가 되자 고개를 힘겹게 뒤로 돌려
나와 눈을 한번 마주치고는 다시 앞을 보고 바로 그렇게 죽었다.
그래도 내가 주인이라고 날 한번 보고 가던 아롱이의 그 눈빛이
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쓰다보니 존나 길어졌네-_-;;;
어쨌든..
어젯밤 내가 데워준 개소주;;의 정체를 모르는 신랑은
보약이다 보약+_+ 이러면서 쩝쩝;거리면서 참 맛있게도 먹던데.
오늘 아침에도 내가 데워서 보온병에 넣어준 그것;을 들고
신나게 출근하던데... -_ㅜ
냉장고 야채박스 한칸 가득 들어있는 저 한약팩들을 볼 때마다
아롱이의 그 눈빛과 개소주홈피;의 그 개의 눈빛이 계속 생각날 것 같다.
...씨발 존나 많던데 저거 언제 다 먹이냐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