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된장녀 얘기에 이제 흥미도 없고 질릴만큼 질려서

또 된장녀 얘기냐 하고 흥분할지도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한참 된장녀 열풍이 불고 나서 내 주변에 된장녀로 불릴만한 많은 여성들 사이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분명 학교나 회사갈 때 스타벅스 들려 커피 하나 들고 걸어다니던 여성들이, 그리고 밥먹으러 가자 그러면 아웃백가서 사진 찍어대던 

그 여성들이 된장녀 열풍을 의식한 탓인지 잠잠하다. 아침에 커피 들고 회사 들어오는 여성을 이제는 볼 수 없어졌으며 밥먹으러 가자 

그러면 다들 말하기를 주저주저하거나 쌈밥먹으러 가자고들 한다. 다들 된장녀 열풍을 의식하여 자신이 소위말하는 된장녀로 인식이 

될까봐 두려운 마음에 조심들 하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이제 주변에 반된장녀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자신이 된장녀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어 안달들이 나있다. 일단 만나서 앉을 때가 없어서 스타벅스라도 가자고 말을 꺼내면 

화부터 내기 시작한다. 어이없게. 그 비싼 데가서 왜 먹느냐? 자기는 돈 아까워서 죽어도 못가겠단다. 출근 때마다 스타벅스 들어나르던 

거 뻔히 아는데... 그리고 아웃백이라도 가자고 하면 비싸고 맛이 없어서 못가겠댄다. 왜 예전에 좋아했잖아? 라고 말이라도 할라치면 

씩씩 거리면서 자기가 언제 그랬냐고 그냥 사람들이 하도 아웃백 아웃백 거리길래 가서 먹어본 것 뿐이랜다. 그러면서 싸이에 가보면 

먹을 거 앞에 놓고 찍은 사진들은 하나같이 사라져있다.

 

그리고는 이제는 길을 가다가도 스타벅스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고 욕을 하기 시작한다. 한때의 자기 모습들에게. 저들은 생각이 있어서

 저기 앉아 있는 것인지 자기는 이해가 안된다며 저 맛없고 비싼 것 먹는 인간들을 보면 대한민국을 커피 공화국으로 만들어버린 섹스앤더

시티가 한심하며 그것을 보는 여자들은 어쩌고 저쩌고...


그러고선 회사에 들어가서 아직 된장녀 열풍을 의식하지 못한 막내가 스타벅스 커피를 빨고 있으면 다가가서 그게 맛있냐고? 자기는 맛없

고 비싸서 못먹겠다고 사내 자판기를 이용하라고 설득을 시작한다..

 

 

뭐 나와는 아무 관계없는 일임에도 그들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고 있자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아니 오히려 불편하다. 

처음엔 이런 생각도 해봤다. 사람들이 여성의 입지를 점점 좁혀나가는구나 라고.스타벅스를 가고 싶어도 못가게..아웃백도 못가게..

더이상 갈 곳이 없도록 통제하고 있구나..라고..

 

하지만 아니었다..그들은 스타벅스를 가고 싶어 간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다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그곳에 갔었고 남들의 시선이 바뀌자 그곳을 혐오하는 척 하기 시작한다.


아니 갈 곳 없어서 커피숍이나 가자는데 그렇게 화를 낼 건 뭐가 있는가..나보고 그런데 돈 쓸 일 있으면 저축이나 하라던지 이런 말이 

나오는 건 자격지심에서 나오는 것이지 절대 그들의 가치관이 바뀌거나 철이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닐거다.

마치 이쁜 연예인들 앞에서 남자들은 나같은 스타일을 더 좋아한다고 자신만만해하는 박경림을 보는 것만큼이나 짜증나고 안쓰럽다.

 

 

 

그냥 평소에는 점심먹고 스타벅스 커피 한잔씩 들고 오던 애들이 사내 커피 자판기 앞에서 줄을 서 있어서 기다리기 짜증나서 한 번 

써봤음. 커피 한잔하고 담배 피우며 음담패설 지껄이며 남직원들끼리 낄낄거리던 휴게실이 그리워진다.


된장녀 운운하며 사람들 계몽시켜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