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하는 사람이 없긴 하지만,
고양이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나라는 사람은
고양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졌단 얘기야.
어릴 때 우리 메리를 그렇게 보내고 난 후
고양이에게도 겁을 먹고 난 후;
다시 찾은 애완 동물이 있다면,
병아리였어.
중학교때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던 어느 날
우리 동 건너편에 뭔가 삐악 거리는 소리에 가봤더니
박스 안에 병아리 5-6마리가 옹기종기 추운 겨울날
앉아 있더라구
그래서 집에 박스를 들고 갔더니,
어머니가 아이구 이게 뭐니 하면서 제일 관심있어 하시더라구
뭐 아버지야; 닭이 아닌 이상 -_- 먹질 못하는거
밖에 버리라고 하셨었고...
보아하니 100원에 한마리 짜리를 누가 샀다가
그 집도 시끄럽다고 그집 아버지가 내 보내라고 했던거 같애;
걸 내가 줏어온거 같고...
어머니는 동물을 참 좋아하시거든.
예전에 어머니의 어머니가 닭이 배를 베베꼬면서 있는걸;
배를; 갈라서 뭐 어쩌구 수술해서 살린 경력도 있을 만큼;
동물과는 친하다고 해야 될까.
어머니는 능숙한 실력으로
아스피린을 물에 녹인 다음에 (실제로 이게 좋은건진 몰라)
애들한테 먹이기 시작했어.
그중 몇마리는 입을 좀 대 보고
몇 마리는 그냥 아무것도 안먹고 기진맥진 하더라구...
아버지가 하도 시끄럽다고 해서 고놈들을 박스에 다시 넣은 다음
안방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뒷 베란다 책장; 근처에 놓고 담요를 쌓아놨었어.
물론 어머니가 더 신나해 하시더라구..
담날 아침 눈뜨자마자 담요를 걷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다 죽어 있고
딱 한마리만이 살아 있더라구...
고놈참...
그렇게 두달 정도 살았어.
깃털도 하얀 새 깃털이 나기 시작했고
숫컷이라 그런지 벼슬도 나오기 시작하더라구
잘도 돌아다녔어;
누워있으면 가끔 내 뺨을; 찝기도 하고..
걔가 날 에미로 각인했는진 모르겠지만
집에 오면 졸졸졸졸 쫓아 다니고..
모이 주면 좋아하고 그랬어
주말엔 하는 일이 우리 집 옆에 있는 강변에 나가서
모래를 씹고 벌레 먹이는 일을 시키기도 했었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가 동네 사람들이랑 만나서 병아리 얘길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 친구분네 집에서 그 병아리를
몇 달전에 겨울에 내놨었다고 하더군
참 그 아줌마도 웃긴게 걸 달라고 하더라고?
하긴 너무 많이 커서 이젠 더 이상 집에서 키우다간;;
아침마다 회를칠게 걱정이 되긴했어.
물론 그 정도 크면 할머니 댁으로 보낼려고 했었는데...
아무튼 그놈이랑 이별을 하고 나니 참 서운하더라.
병아리...
내가 키워본 놈 중에 도망가거나 죽지 않은 놈은
그놈이 첨이었는데...
다시 또 뺏기게 된거지.
정말 이건 뭐
▶빵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도 아니고
그랬었다.
우리 할머니가 그랬어. 아니 우리 어머니가 그랬어
이놈의 집안엔 정이 없어서 동물을 기르면 잘안된다고..
그도 그럴만한게 어머니를 제외한
할머니 아버지는 동물에게 정주는걸 잘 못하셔서
잘 크지 않는게 사실이야.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있다가
병아리가 아버지 근처에라도 가면 발로 차기 일수였으니까...
"절로 가라 이노마~"
아버지는 옛날에 집에서 키우던 소를 한번 판 이후로
동물에 정을 잘 못준다고 얘기 하시더군.
어릴 때 꼴 베어서 소죽 끓여주던 누렁이 보내고 나서
정을 잘 못준다고 할머니가 그러시대.
그러다가 한 10년 전일꺼야. 마지막으로
동물을 키웠었어.
고향 친구들이랑 술을 진탕 먹고 집에 돌아가던 때였어.
군대 때문에 휴학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있었는데,
그 추운 겨울날 우리 집으로 가는 다리 밑에
아까 말했던 그 고냥이 만한 강아지가 혼자서
발발 떨고 있더라고...
보니까 누가 버린것 같았어.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도 없고
이대로 놔뒀다간 얼어죽을거 같아서
안고 집으로 들어갔지.
어찌나 달달 떨던지 아직도 기억나네
담배 냄새 나던 내 코트 안에 몸을 웅크리던게...
집에 데리고 가서 일단은 내 옷장안에
수건을 깔고 재웠어 숨막힐까봐 옷장은 열어놨었어.
내가 술만 안취했어도 뭐라도 먹였겠지만
술취해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깔아 뭉게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어.
다음날 늦잠을 자려는 아침 이른 시간
어머니가 또 날 깨우려고 들어오셨다가
"야~ 저게 뭐로?" 하시네..
뭐라 하실까봐
그냥 모른척 하며 "뭐?? " 하며 잠꼬대로 말했더니
어머니가..
"아이고 세상에 강아지네?? " 하면서
자고 있는놈을 안고는 거실로 나가신다.
몇 시간 더 자고 일어났더니
이미 내 동생이랑 어머니랑 난리가 났다.
녀석은 첨 보는 사람들이 반겨해주니
기분이 좋았던지 잘 먹고;
잘 놀더라
아버지는 날 또 보시며
"니는 좀 고만 좀 줏어와;" 그러시네.
그놈이 참 별난게 다른건 줘도 안먹고
그 추운 겨울날; 하우스에서 제배되는
토마토;;를 갈아 주면 참 잘 먹었어
이름은 어머니가
"돌돌이" 라고 정하셨지.
떠돌이 였다고...
근데; 이눔이 알구 봤더니;;
그냥 새끼 똥개가 아니라
요크셔 테리어였어;;
병원에 갔더니 그러더라구...
이쁘긴 참 이뻤어 새끼에다가..
어머니랑 동생이 예방 주사도 맞히고
먹을 것도 사고...
나는 사실 예전에 메리 죽고 나서는
그리고 병아리 돌려보내고 나서는..
정 주기가 무서워서 많이 친한척은 안했어.
그래도 이놈이 날 은인으로 생각해서였는지
밤엔 꼭 내방에 들어와서 내 겨드랑밑에 고개를
파묻고는 잠들었어.
그런 밤에는 참 한없이 이뻤지만
아침엔-_-
아 온얼굴을 핥아 대는데 죽겠더라고;
그놈 눈뜨자마자 바로 방문 열어 던졌;었어.
그 놈도 좀 크면서
똥 오줌도 가릴줄 알게 되고 아버지 앞에서 아양도 좀 떨고
그랬었어. 물론 아버지는 가까이 오면 발로 확 밀었지.
우리가 너무 이뻐 하니까 차마;; 차진 못하고;;;
그때도 입버릇처럼 "제발 저거 어디 좀 갖다 줘라." 그러셨어
그 해 봄이 와서 그녀석을 데리고
강변에 나가면 완전 스타였어
입대 기다리는 백수가 뭐 할일 있나.
강변에 나가서 돌돌이 데리고 산책하고 있으면;;
인근 여자 고삐리 애들이 집에 가는길에 막 붙는다;;
-_- 개 가지고 여자 꼬실려고 마음먹으면 쉽겠구나란걸
그때 느꼈다.
돌돌이 녀석이 또 주위에 사람이 많으면
난 안중에도 없이 막 쫓아가다가 한참후에야
아차차차; 쟤가 주인이지 하면서 돌아오곤 했었어.
참 이뻤는데....
그러다가 그해 봄에 난 군대를 갔어.
그 기차역에서 어머니는 내가 탄 자리의 창문이 보이는데서
펑펑 우셨어. 내가 볼까봐 정말 멀리서 기차가 없어질때 까지 서 계시면서
우셨지만; 난 다 봤지.
입대 전날 밤에 통화하면서도 펑펑 우셨고
군대 들어가기 직전에도 펑펑 우셨어.
그러다가 한 이등병 말쯤일까 돌돌이가 꽤 컸을때 즘
아버지 때문에 결국은 돌돌이를
인근 집에 또 보내줬대.
어머니는 그때 돌돌이를 보내주려는 차안에서
날 군대 보내는 것 만큼이나 펑펑 우셨다고 하더군.
보내고 나서도 많이 울고...
그땐 좀 아버지가 야속했지.
아들 대신에 정주는 강아진데..
그렇게 몇번째 동물을 보내고 나서
요즘은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뭐랄까... 근심이랄까? 걱정이랄까?
뭔가 묵직한 마음부터 들어.
당연히 귀여운건 사실이지만,
무덤덤한.. 아니 좀 멀리 떨어져야 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
내 아들한테는 꼭 좋은 강아지를 선물로 해주고 싶은데,
그런 사람이 아닌 아이가 보살펴줘야 하는 그런 대상이 있다는게
정서에 참 좋은거 같애.
조건없이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가진다는것도 참 복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