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때였다.
다들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절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똥누다 걸리는 것 만큼
커다란 망신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개가 아까 화장실에서 똥쌌대 꺄하하~^0^" 라는 말은
어린 우리들에게는 정치적 사망;을 의미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재래식 화장실의 설계 자체가 초딩들의 인체비율을 무시한 채 만들어져
초등학교 1학년이 벌리;고 쪼그려 앉기에는 상당히 두려운;; 간격이었기도 했고.
여튼 그런 이유로 해서 아이들은 배가 아프더라도
모두 꼭꼭 참았다가 집에가서 싸곤 했었다.
그랬다. 학교화장실은 우리에게 사회화 훈련을 시켜주는 멋진 곳이었던 것이다;
어느날인가.. 아침부터 배가 부글부글거렸다.
걸으면 20~30분은 걸리는 학교까지 배를 움켜잡고 갔다.
4교시만 마치면 집에 가서 쌀 수 있기 때문에;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_-
여덟살 짜리 어린 소년에게는 설사를 피하는 방법따윈 주어져 있지 않았다.
4교시가 끝나고 아이들 눈을 피해 신문지;를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고
2층 교실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하체로 전해져 오는 충격과
시간차로 바늘로 찌르는 듯 한 고통이 반복되면서
겨우 일층까지 내려와서는 걸음을 내딛지 못한채
잠시 난간을 부여잡고 온몸을 꼬며
헉헉헉;;;거릴 수 밖에 없었다.
아차차...
저 앞쪽에서 6학년 누나들이 이바구를 까면서 떼로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내 노래진 머릿속에서는
'아 씨발 걸리면 큰일인데'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다.
난 정말 'xx는 똥싸개' 따위의 소릴 듣고 싶진 않았거든;
6학년 누나;들은 귀여운 1학년 동생이
한없이 슬프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계단난간을 붙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애처로워 보였는지
내게 와 질문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너 왜그래? 혹시 선생님한테 혼났니?"
난 말할 힘도 없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럼 친구랑 싸웠어?"
"(설레설레....)"
"무슨 고민이라도 있니?"
".........."
한참동안 그렇게 이런저런 말을 걸던 그녀들중 한명은
내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너 똥마렵지? 캬하하~~"
-_-
자존심상 대답할 수 없다.
여전히 고개를 가로젓자
그녀들은 재미가 없다고 느꼈는지 다시 재잘거리며 윗층으로 올라가버렸다.
씨발년들...;;;;;
나는 건물밖을 향해 뛰다시피 걸어갔고
마침내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후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지를 내리는 순간...
"넌 이미 싸고 있다"
잠시 온몸을 떨다가 사태를 파악한 나는
완벽하게 똥범벅이 된 묵직한; 팬티를 벗어 변기 아래로 집어던지고
잘 접어둔 신문지를 꺼내서 똥으로 도배;된 엉덩이를 연신 훔쳐댔다.
내게 말을 걸었던 6학년 누나뇬;들이 너무도 미웠다.
난 서러움에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챙겨왔던 소년한국일보;를 들어
바지에 묻은 똥국물들을 주섬주섬 닦아내었다.
그러다가 얼마후면 종례를 할텐데... 라는 생각이 번득 들면서
나는 무척 다급해졌던 것 같다.
선생님과 반 아이들 앞에 진한 향기를 풍기며
'나 똥쌌쪄요..헤헤;;' 이러면서 등장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던가...
난 수돗가로 어기적 어기적 달려갔다.
물을 틀고 바지에 묻은 똥국물을 대충 닦아내고
땀과 눈물;로 얼룩진 내 얼굴을 그 손으로 세수를 하고;
그렇게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들은 모두 서 있었고 선생님은 종례를 하고 계셨다.
차렷! 경례! 하는 소리가 들리자
난 그 누구도 마주치지 않을 요랑으로 마구 줄달음질을 쳐 집으로 달려갔다.
지금 생각엔 누가 봐도 어기적거리며 가는 내 뒷모습을 보고서는
'저새끼 똥쌌나보다' 했을거다-_-;
집으로 뛰어가면서 느껴지던
엉덩이 사이의 그 미끄덩거리던 느낌,
두 눈에서 연신 흘러내리던 눈물...
하아....-_-y=oO
한밤중에 사수가 내준 숙제;; 하느라 헤매다가
예전에 이 똥얘기 하려던 기억을 떠올려서;;;
문득 돌아보면 그렇게 똥싸던 순간에 오만 상념이 교차했었건만
묘한 쾌감역시 있었던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던 것 같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