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게된 이유가 사랑이 아니어서

그것때문에 결혼이 힘든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난 내 주위의 누구나가 다 말렸던 그 사람과

어쩔수 없는;; 상황때문에 황급히;; 결혼을 하게된 사람입니다.(이정도 이야기 하면 아시겠죠?)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라도 결혼을 그만두라는 무수한 사람들 속에서

그 이상으로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혼은 경작이다!!"란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에 힘입어

어려운 결정을 내렸죠.

 

결혼생활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출산후에는 둘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다보니 극단적으로 많이 다투게 되었죠.

더군다나 집사람이 우울증이 와서

괜한일에 감정이 복받치고

결혼을 괜히 했느니,

결혼이 자기 인생을 망쳤느니,

애기가 태어나지 않았어야 하느니,

정말이지 화가 나는 것을 넘어서 내 마음속에 있던 의지마저도

무너뜨리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었습니다.

같이 화를 내기도 하고

물건을 부수기도 하고

집사람은 애를 놔두고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고

누가보더라도 결혼생활이 위기였습니다.

집사람은 애기에게 애정을 쏟지 못하고 내가 출근해 있으면

애를 돌보거나 집안일은 커녕 오락과 TV에 몰입하였고

일하는 아줌마를 일주일에 한두번 불러도

쌓여지는 쓰레기와 설겆이들이 항상 밀려있기 마련이었습니다.

더해서 아줌마 오는것이 불편하다고 불평을 늘어놓을때도 있었습니다.

 

이때는 '내가 더이상 무얼 어떻게 하나' 이런 허무함이 들더군요

정말 더이상 할것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봉 7000 벌어다 주고

일하는 아줌마를 불러주고

친가에서 누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주는 것도 아니고

하도 힘들다고 해서 이유식도 시키고 반찬도 시켜먹었습니다.

아, 정말 내 마음속에서도 들어서는 안되는 생각이 자꾸 떠오르게 되더군요

이 결혼만 아니었더라면..

아니 이쯤에서 끝낸다면..

 

하지만 내가 하지 않은 일이 있더라구요

그건 난 실제로 집안일을 잘 하지 않은것이죠.

물론 일주일에 한두번은 설겆이도 하고 주말에는 청소도 같이 하지만

이건 나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뿌리박혀 있더라는 겁니다.

'난 연봉 7000을 벌어다주니 집안일정도는 쉬어야지.'

'집에오면 애기랑 재밌게 놀다가 쉬어야되는 자격이 있어.'

이런 생각이 아주 당연한 생각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집사람은 애기를 돌보면서 집안일을 잘해야 하는게 도리지'

이런 생각이 있다보니까 집안일이 안되어 있으면 화가 나는 겁니다.

 

그래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바뀌어 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집에가면 게임이든 TV를 보든 집사람 하고 싶은걸 다 하도록 하고

난 애기를 포대기에 딱 업고서 집청소랑 설겆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마음먹기가 힘든거지 하고나니 마음도 후련하고 걍 누워서 TV 보는것보다

기분이 훨씬 좋더군요

집사람도 처음에는 좋다고 게임을 하더니

나중에는 같이 청소하고 미리 저녁도 차려주고 하면서 급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말에는 일부러 친구 만나거나 아니면 쇼핑하라고 하고

난 집에서 피자 시켜먹으면서 애기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밤늦게까지 놀다가 오라고 해도 저녁먹고나서 부랴부랴 달려와서는

애기 보고싶었다고 눈물이 글썽이면서 젖을 물리는 집사람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 애기 첫 돌잔치때

으례히 형식적인 인사치레를 하는 애기엄마 아빠 인사때

우리 집사람은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 애기가 나중에 아빠의 인품을 닮는 것이 첫째 소원이고

나중에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둘째 소원이라는...

뭐 손님들은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을수도 있지만

제 마음속에는 감동의 눈물이..;;;

여튼 그리하여 우리는 지금은 잘먹고 잘살고 있습니다.

 

글쓴의 마음을 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그 알길없는 허무함..

하지만 글쓴이 무엇을 주었기때문에 남편은 이정도는 해야한다는 마음에서 벗어나시길 바래요.

결혼생활은 이기려고 하면 그 순간부터 불행해지고

지려고 하는 순간부터 행복해지는 것 같애요.

속 터놓는 대화 많이 하시고 먼저 남편에게 져보시길..

 
 
 
 
익명 : "결혼생활은 이기려고 하면 그 순간부터 불행해지고 지려고 하는 순간부터 행복해지는 것 같애요." 이 말이 가슴에 닿네요. 결혼하고 나서 힘들 때마다 되새겨봐야겠습니다.  (2007/03/02 11:49) 글삭제
-_- : 글쓴 아저씨 멋지네요 (2007/03/02 12:18) 글삭제
-_- : 볼글로~! (2007/03/02 12:47) 글삭제
-_- : 뭉클해요 (2007/03/02 12:58) 글삭제
아-_- : 형님 본 받고 싶습니다....어서 볼 글에도 왕림하심이... (2007/03/02 13:02) 글삭제
아홉시 : 아 눈물이 왈칵;  (2007/03/02 13:02) 글삭제
-_- : 멋지네요. 볼글로.  (2007/03/02 13:03) 글삭제
-_- : 아저씨. 멋져요.-_-b (2007/03/02 13:29) 글삭제
-_- : 결혼하고 싶어~ (2007/03/02 13:38) 글삭제
-_- : 내려놓음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셨군요. (2007/03/02 13:42) 글삭제
나2호 : 아홉시님은 이번 기회에 고정닉이 되셨군요 ㅎ 그건 그렇고 정말 멋진 글입니다 ㅠㅠ (2007/03/02 13:46) 글삭제
-_- : 아...무작정 결혼하고싶었다가 결혼에 대한 공포;;가 쌓여가는 요즘 참 좋은 글이네요..고맙습니다^^ 블글로~  (2007/03/02 14:48) 글삭제
-_- : 생각하기도 힘든 일을 직접 실천으로 옮기신 형님 존경합니다...어서 볼글로~ (2007/03/02 15:38) 글삭제
귀때기슛 : 앞으로도 쭉~행복하시길~~^^ (2007/03/02 15:39) 글삭제
빨간모자 : 흠..멋진 분이시군요.. (2007/03/02 16:12) 글삭제
-_- : 형님 멋지십니다!!! (2007/03/02 16:45) 글삭제
-_- : ...그래서 계속 청소빨래 다 하고 사는 유부남도 있습니다 -_-; 뭐 싫다는게 아니고, 와이프도 맞벌이하니 내가 그정도는 해줘야겠다고 맘먹고 나니 편해지긴 하더라구요. 다만 당연히 내 일이라고 말하는걸 들으면 욱 하는게 남아있긴 하지만.. 수양 부족이니, 저도 마지막 구절을 맘에 새겨놔야겠네요. ^^ (2007/03/02 17:15) 글삭제
-_- : 존경합니다.  (2007/03/02 17:36) 글삭제
zegal : 대단하십니다. 미혼이지만 표본으로 삼고 싶군요.

...여자가 없으니 에휴.
(2007/03/02 18:00) 글삭제
빵; : 아 정말 감동의 눈물이 왈칵;;
멋지시네요. 요즘들어 많이 느끼지만, 상대방에게 바라는 게 있으면 나부터 잘 해야한다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2007/03/02 19:26) 글삭제
-_- : 엉님 원츄~!!   ㅠ_ㅠb (2007/03/02 19:52) 글삭제
-_- : 두고두고 행복하세요 
원글은 이거 아직 안봤나? 
(2007/03/02 20:15) 글삭제
-_- : 이런분이-_-b...
이게 말처럼 참 쉽지는 않더이다...대단한분임다..
(2007/03/02 20:32) 글삭제
-ㅅ- : 왜 엠파스에는 글을 저장하는 기능이 없는거야!!! ㅠㅠ (2007/03/02 22:47) 글삭제
칸츄 : 아빠의 인품을 닮고.. 아빠같은 사람을 만나는거라..
와이프에게 들을수있는 최고의 말인거 같네요..
멋집니다..
(2007/03/03 01:01) 글삭제
-_- : 대인배;;; (2007/03/03 02:24) 글삭제
익명 : 최고 (2007/03/03 02:32) 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