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귀는 일로 한창 골머리를 썩히고 있을 때, 헤어져라 잡아라 어째라 하는 수만가지 조언 중에서 특히 기억에 오래

 

남았던 말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고 그래도 안된다면 그 때 접으라는 말이었다. 내게 처음 헤어지자고 얘기 했던 그녀는

 

사람의 맘을 낚는 것에 취미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상황판단 능력이 뛰어나고 현실적인 사고를 가졌을 뿐이었다. 그녀

 

는 나를 좋아하는 마음은 남아있지만, 나를 계속 만나다가는 자신이 더 큰 상처를 받을 것 같으므로 더 이상 만남을 지속할

 

수 없다고 얘기를 했다. 예전에는 언젠가 헤어질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이별의 아픔까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좋아한다고 얘

 

기를 했던 그녀였다.

 

 

처음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일주일간 열심히 잡았다. 나는 만나면 얘길 했고,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잘하지 왜 지금

 

에서야 이러냐며 날 치며 울었다. 그녀는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야 오빤 너무 끈질겨 하며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보통 이런 일을 겪게 되면 멀지 않은 날에 또 같은 이유로 갈등이 생긴다고 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럴것을 알고 있

 

었다. 같은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면, 같은 이유로 같은 갈등이 다시 불거지게 마련이겠다. (불완전한)회귀를

 

한 그녀는 앞으로의 갈등은 대부분 참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애정을 표현해주었다. 나중에 알았던 사실이지만 그녀의 그런 얘

 

기는 스스로 다지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수십일을 지내고, 나는 다시 이별을 통보받았다. 뜬금없는 얘기에 나는 어떠한 반항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신이

 

멍해지거나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 카페 안에서 오래 얘기를 하지 못하고 나는

 

금방 돌아서 일어났다. 그동안 그녀는 나의 끈질김에 많은 점수를 주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잡지 못했다. 지난 다섯 달, 그리

 

고 또 한 달. 사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이것은 "천하의 h가; 이만큼이나 했는데 네가 날 이렇게 대해?"하는 자존심 문제가 아

 

니었다. 그만큼이나 했음에도 상대가 충분히 만족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다시 잡아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이번 이별을 겪고 나서 내가 사랑에 대한 회의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이번 만남을

 

이어가면서 사랑을 받는 것과 사랑을 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배울 수 있었다. 사랑은 있다. 다만 영원하지는 않았을 뿐이

 

었다. 그리고 내가 잡지 못했고 유지하지 못한 것 뿐이다. 그런점에서 반년동안 이어왔던 내 연애생활은 충분히 성공적이었

 

다. 부끄럽게도 나는 지난 시간이 아깝지 않았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그녀가 돌아온다면 나는 당연히 기뻐하며

 

그 손을 다시 잡겠지만 내가 먼저 잡지는 않으리라 다짐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만족하지 못했다면 보

 

내줘야 하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헌데 지난주말부터 편도선이 심하게 부어 사흘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개판이었다. 몸이 그 모냥이니 정

 

신 또한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멍청하게도 다시 그 번호를 눌러제끼고 말았다. 말이 안나와서 문자를 보냈으니,

 

분명 실수로 버튼을 잘 못 누른 것이 아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답장이 왔다. 내 홈페이지를 통해 근황을 알고 있었다며, 아프

 

지말란다. 이런 메시지를 보고 누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핸드폰에 허용된 80바이트를 가득채워 메시지를 또 보냈다.

 

물론 캐오바였다. 젠장 역시 나는 40자 내외의 촌철살인에 약하다. 차라리 이 끈기의 장문을 살리는 메일로 보낼걸.

 

 

편도를 긁어내리는 내 약발이 핸드폰까지 닿았기 때문일까. 그날 밤 그녀는 아예 내 홈페이지에 글을 떡 하니 남겼다. 술을

 

마셨단다. 그녀는 언제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만나기 이전에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십수명의 남자를 건

 

성으로 만나왔고, 섹스는 커녕 제대로 된 감정의 교류도 없이 남자의 피를 말리고 살을 태운채 일방적인 이별을 선언해왔다

 

고 했다. 언젠가 악몽에 대한 얘기를 했을때, 그녀는 지난 날 자신이 상처주었던 남자들이 나와서 제 팔다리를 톱으로 자르

 

는 꿈을 꾼다고 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올 것 처럼 행동하더니 사실은 언제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첫사랑 이후에 사랑을 느껴본 것은 내가 처음이라했다. 그리고 다음에 누굴 만나도 나와 함께 있었을 때 처럼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얘길 해주었다. 그런 나와, 그랬던 그녀인데 이번에도 결국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어버리고 말았으니 그

 

녀의 죄책감은 더해가겠다. 나는 짧다란 글로써, 너의 꿈에 나타나 네 팔다리를 톱으로 자르는 남자가 되지는 않겠다는 다짐

 

을 전했다. 몰래 스토킹한; 그녀의 홈피 하루이틀 후 다이어리의 말미에는 하얀색 드래그 반전으로-_- '꿈에 나와서 톱으로

 

내 팔 다리를 잘라줘도 좋겠다.'라는 말을 적어두었었다. 그렇게 그녀 역시 이별이 쉽지는 않았나보다.

 

 

헤어진 남녀가 다시 만나는 것은 아예 만남을 재개하기로 하든지 혹은 단발성 약속을 잡았든지 그 이유는 둘 중 하나가 미련

 

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제 오후부터 비로소 목이 풀려서 쌀밥을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녀에게 오늘 저녁을

 

함께 먹자고 했고, 그녀는 의외로 흔쾌히 허락했다. 그리고 이제 두시간 정도가 지나면 우리는 언제나 만나던 곳에서 다시

 

만나서 저녁을 먹고, 카페나 던즐에 들어가서 간단히 입가심을 하겠지. 내 목이 아직 정상이 아니라 오늘은 술을 마시지 않

 

을 생각이다. 그리고 이상한 뻘짓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_- : 읽기 힘들다  (2007/04/19 17:25) 글삭제
-_- : 난 상당히 볼만 하다고 생각해;  (2007/04/19 18:09) 글삭제
현욱 : 일단 볼글; (2007/04/19 19:06) 글삭제
메딘 : 볼글!  (2007/04/19 22:39) 글삭제
또오칭 : 서로 최선을 다하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면, 시간이 흘러 상처가 아물고 나서 웃으면서 만날수도 있죠; 그게 아니라 서로 바라기만하다가 으르렁대며 헤어지면, 다신 꼴도 보기 싫고 이름만 들어도 콧방귀를 뀌게 되지만,,, 전자의 경우에도 맘이 편치는 않죠;;  (2007/04/21 21:41) 글삭제
또오칭 : 아무래도, 한번이라도 맘을주고받았던 사람은,, (2007/04/21 21:42) 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