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외로운 마음은 익숙한 그녀의 체취를 갈구하기 시작하니.
미니홈피라는 간편한 도구는 무뎌진 가슴을 어렵지 않게 따뜻하게 데워놓고,
사람이 얼마 찾아오지 않는 내 홈피에 투데이수가 오를때엔
왠지 그녀도 나처럼 나를 찾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괜스레 은유적인 비유로 가득 담은 내 일기장은
그녀도 볼 수 있게 전체공개로 바뀌어져 있고
초조한 기다림 끝에 그녀의 일기장에 작은 파문이 이는 순간
바뀐 단축번호를 눌러 용기를 내본다.
드라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이별이 아니었음에도
나도 그녀도 너무나 반가운 건지 무엇이 그리웠던건지
마음 속에 자리잡아둔 자물쇠가 풀리는 데는
나도 그녀도 그리 오래걸리지 않는다.
같은 이불 속에서 태연하게 웃고,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즐거운 기분으로 헤어지고 나니
내 마음은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라 오기된 혼자라는 외로움에,
내 몸은 그녀에 대한 집착이라 오기된 대상에 구애받지 않는 욕정에
쌓여있음을 알게 되지만,
머리로는 그렇다고 외쳐봐도
마음은 이미 다름을 구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결국 사랑이란 이름으로 치장하기 보다는
말 그대로 그저 좋으면 될 뿐이라고 나를 위로한다.
갖은 야채와 조미료를 넣고 냄비에 물을 담고 불을 조절하며 음식을 만들어 먹기와
편의점에서 전자레인지에 3분 넣고 돌린 음식을 먹는 것이
만족도는 다르더라도, 그 포만감에 차이는 크지 않으니
새로운 도전으로 어렵게 내 몸의 포만감을 채우는거 보다,
익숙하고 간편한 방법으로 포만감을 채우는 것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날 만나는 속마음도 이러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