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를 연재하고 있는 윤태호 작가는 몇 컷 안되는 네모난 그림 안에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누군가가 자기 목줄을 쥐고 있는데, 그것에 순응하는 것은 개밖에 없다고.

천형사의 발자국을 밟기라도 하면 집 한채가 생긴다며 좋아하던 새로 부임한 소장을, 천형사는 개새끼라며 비웃는다.

..개 입니까? 사람입니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우울한 월요일이었다.

주말에 과다한 수면으로 보상받았음에도 아침 회의 시간에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축 쳐져 있었다.

이번주도 열심히 합시다.

형식적인 대화, 의례적인 인사치례들이 끝나기도 전에 사람들은 자리로 돌아갔다.

말을 마치고 있던 누군가의 흐려지는 목소리만 공기 중에 흩어져 사라질 뿐이었다.

누가 뭐라고 짖던지 어차피 사람들은 서로에게 관심 없었다.

 

자리로 돌아온 후 나는 과장이 전달한 얘기를 곱씹고 있었다.

오늘부터 퇴근시간 체크할거니까, 눈치껏 잘 하세요.

엘리베이터의 줄이 길어 늦지 않기 위해 12층까지 헉헉대며 걸어올라온 사람들에게 그 말은,

조금 부당한 얘기였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분위기가 굳어지자 과장은 면피성 멘트를 날렸다.

아, 글쎄.. 나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왜 하냐고 그래도, 팀장이 자기가 시키면 해야한다잖아. 어떡해. 하라면 해야지.

뭘 예민하게 그래? 그게 조직생활인데.

 

조직생활이라..

사회생활 6년째. 내가 알게 된 사회생활에 대한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이해할 수 없지만 내가 해야만 하는 어떠한 행동들은

돈을 벌기 위한 조직에 있다면 이유를 따질 필요가 없이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오늘 또한 그렇게 관망하고 넘겼다.

내가 집 한채를 갖기 위해선 이 조직의 발자국이라도 밟아야한다고.

나는 개였다.

 

빗방울이 굵어졌는지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12층 창 밖으로 보이는 어둑어둑한 서울 하늘아래, 새삼 집이 참 많다고 생각되었다.

바벨탑처럼 높은 아파트, 몇 십년간 지역의 돈을 긁어모았을 낡은 상가건물, 저 멀리 곧 재개발 될 것 같은

산동네의 스러져가는 흙집까지도..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바득바득 붙어있구나.

이 빗속에, 이 고층빌딩에서, 분명 그럴리가 없을텐데

어디선가 개 두마리가 으르렁대며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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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4.21 02:52:08 (119.235.244.11)
1.   요츠바
아아..추..추천..ㅜ.ㅜ)=b
수정
2009.04.21 03:04:55 (163.152.45.152)
2.   -_-
너무 멋부리셨다;;;
수정
2009.04.21 04:43:10 (221.150.17.26)
3.   -_-
좋은데? 2번은 멋부려도 좋으니 이런걸 좀 써줘봐 -_-
수정
2009.04.21 11:04:39 (118.33.47.22)
4.   -_-
어흐흑
(T_T)=b
수정
2009.04.21 11:15:55 (218.234.26.192)
5.   -_-
너무 멋부리셨다(2)
아아..추..추천..ㅠ_ㅠ)b (2)
수정
2009.04.21 11:40:23 (121.253.25.42)
6.   글쓴
비오는 날 새벽에 쓴 글이라 허세가 절로 생기더군요... 같은 회사 씹는 얘기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_-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수정
2009.04.21 13:23:42 (211.47.222.22)
7.   -_-
허세라도 괜찮아~
수정
2009.04.21 20:03:18 (125.238.148.109)
8.   -_-
뭐 과장이나 팀장이나 별수없는 개일 뿐인데 같은 개끼리 너무 미워하지 맙시다.
수정
2009.04.23 00:28:08 (218.237.91.125)
9.   -_-
또 서로 빡세다는 노예인증좀 해볼까?
수정
2009.04.23 13:12:18 (59.12.168.1)
10.   빨간모자
공감가는군요 추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