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동생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기분나쁜 꿈을 꾸었단다. '무슨 꿈인데?' '내 눈 앞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사람이 쓰러졌는데, 두개골이 열려서 뇌가 막 보였어. 으으, 끔찍해.' '피도 철철 흐르던?' '응.' '로또 사라.' 동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사람이 죽는걸 보거나 피가 흐르는 꿈은 좋은 꿈이라고 이야기 해 주었지만 그래도 동생은 꿈 자체가 기분나빴다며 으스스한 얼굴로 집을 나섰다.
 
꿈은 미래의 일을 예견하는 거라 생각하며 이런저런 꿈 해몽들을 찾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면 '아, 무슨 일이 있겠구나..' 라고 대충 짐작은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그게 남들에게는 그 좋고 나쁜 정도가 크다면 나에게는 강도가 약하다고 해야 할까. 의치로 된 내 앞니가 빠지는 꿈은 수도 없이 꾸었고, 그렇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일어난 적도 별로 없었고, 꿈에서 유명인을 만나면 그리 좋다는데 나는 푸틴을 만나 퍼레이드까지 받았으면서도 그냥 이러고 산다.
 
심지어 돌아가신 분들과 꿈에서 본 1등번호까지 포함하여 로또 1등 번호는 네 세트를 받았다. 얼마전에는 꿈에서 죽은 사람을 붙잡고 '나 로또1등 되긴 돼?' 하고 물었더니 '돼!' 하는 짧고 명쾌한 대답까지 얻기도 했다. 그 주에 바짝 긴장하고 있었고, 두 개 맞았다. 뭐 몇년 전에는 1월 1일 되던날 꿈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로또번호를 불러주시는 바람에 아침에 식은땀이 주르르 흐르면서 일어났지만 하나도 안맞았었지 아마.
 
여름에 짧지 않은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꿈 속의 나는 계속 그곳에 있었다. 심지어는 '어, 난 2주전에 귀국했는데 왜 아직 거기 근처지. 꿈인가.' 하고 얼굴을 찰싹 때려보니 아프길래 '아, 꿈이 아니구나! 얼른 거기로 가야지!' 하고 좋아했는데 얼굴이 얼얼해지면서 잠에서 깨어 버렸다. 며칠 전 루프트한자 항공에서 발렌타인 특가 요금으로 말도 안되게 싼 비행기 요금이 나온걸 보며 구경과 고민의 중간쯤에 있었는데, 간밤 꿈에서 나는 다시 그곳에 있었다. 넓은 잔디밭을 달려가며 '또 왔다!' 하고 소리를 질렀다.
 
더이상 나에게는 꿈은 예지적 기능은 하지 못하는것 같다. 현실에의 집착이 그대로 꿈에 투영되는걸 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아, 오늘 로또 사라는 꿈이구만.' 해도, 최고 당첨금이 5천원인걸 보면 내 잠재의식에는 로또맞을만한 좋은 꿈을 꾸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지 않나 싶다. 차라리 슈퍼주니어에 집착하면 언젠가는 멤버들 중 하나와 (신동은 생각하지 않으련다) 하는 꿈도 꿀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더 정신적으로 만족도가 크지 않을까 싶다. 한동안 싸이 노래 열심히 들었다가 싸이와 리얼하게 하는 꿈은 좀 우울했다. 그래도 나는 돼지꿈이라고 로또를 샀다. 물론, 아무 일도 없었다. 대신 그 후로 싸이가 좀 더 다정하게 보일 뿐이다.

-_- : 꿈과 감동-_-이 있는 글이오... (2008/01/25 10:07) 글삭제
-_- : 이런게 준;문학; (2008/01/25 10:21) 글삭제
-_- : 수퍼주니어;;는 실제로 보면 수퍼마켓 총각보다 부실하니 리얼;;한 한번;;은 없을듯 사뢰오...  (2008/01/25 10:27) 글삭제
-_- : 꿈에서 로또 1등이 되어서 좋아했는데 1등 당첨번호가 5가 세개에 다른 번호 3개 -_- (2008/01/25 10:58) 글삭제
-_- : 얼얼해지면서 잠에서 깨어 버렸다; 하하. 간만에 재미난 글 -,-=b (2008/01/25 11:09) 글삭제
현욱 : 어제 꿈에서 전 드록바;;의 프리킥을 막는 골키퍼였습니다. 어째서 쟤는 첼시 유니폼인데 난 이운재;;의 형상을 하고 한국 국대로 출전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세 잡고 공 날아오는걸 기다리는데 오른쪽으로 날아오더라구요. 손만 뻗으면 막을 수 있겠다 생각해서 힘차게 뻗은 손이 벽을 강타하면서 잠에서 깼죠;ㅁ; (2008/01/25 11:22) 글삭제
현욱 : 그러고보니 축구 관련 꿈은 처음 꾼듯;; 마지막 문단의 묘사는 정말 볼글감이네요; (2008/01/25 11:22) 글삭제
우드스탁 : 싸이와 리얼하게 하는 꿈..;;ㄷㅎ밇머히ㅔ새ㅓㅁ (2008/01/25 14:37) 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