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글들

전 작은 광고회사를 들어갔던 사람입니다.


중소 광고회사의 삶은 좀 쩝니다


제안서 작성은 전쟁 

피튀기는 피티

입찰 몇번 못따오면 차장 이상급은 살살 짐싸야 함

연봉은 혼자 다루는 물량의 10분의 1에서 회사 경비 빼는 정도 

제일기획-엘지애드- 애들이 1인당 물량이  20억 안팍입니다.

중소기업은 보통 7~8억 정도이고 그 이하면 좀 슬퍼지죠 


즉 중소기업이라도 어느정도 팀장 차장급으로 생활이 가능하려면  최소한 10~12억 정도는 굴려야.. 

나쁘지 않은 연봉도 받고 인센티브도 좀 받고 하면서 사는건데

광고판은 혈연-_-으로 맺어진게 아니면 진짜 새로운 광고주 물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우리나라 1000대 기업 중 광고회사 계열사 안둔 회사가 한 일곱여덟개 있어요 


물론 외국계 업체가 새롭게 들어오는 경우에나,

또는 진짜 공정하게 입찰 붙이는 경우도 있긴 한데 


혈연 다음은 혼연; 그리고 학연; 지연이 기다리고 있죠

내가 고딩때 아무리 공부를 했어도 버클리는 가기 좀 힘들었을거 같아-_- 


좋은대학 나와서 광고하겠다는 애들 보면 좀 말리고 싶음

물론 이 세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기는 합니다

워낙에 산업의 변화가 잦은지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극마이너였던 게임산업이 급팽창하면서, 아무래도 젊고 신선한 아이디어 아니면 죽는 판이라 

좀 더 공정하게 폏가 해보려는 그 쪽 ceo들덕에 광고판이 제법 공정하게 돌..뻔 한적 도 있었구요

인터넷 광고쪽으로 신시장을 찾아내서 대형 업체들을 제친 눈치빠른 광고쟁이들도 있긴 있습니다


이건 구타와 회사내 알력에 관한 제 직장이야기입니다 

처음 입사를 해서 자연스럽게 어떤 pt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입찰은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우리팀 전력이 거기에 투입되었었고

나는 그걸 거들고 있었는데, 새로운 입찰이 하나 떳었습니다

원래 하던거보단 살짝 규모도 작고 가능성도 희박해 보여 그냥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었는데

회사 사장님이 저보고 한번 해 보라고 하더군요

입사 20일만에 그 제안서 쓰는 PM이 되어서 저혼자 그걸 준비 했었습니다


팀 내에서 다들 불쌍하다고 여기며 원래 자기네들 하던거만 하면서 제가 하는거 간간히 챙겨봐 주더군요

그리고 같은날 시간차를 두고 PT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팀이 어느정도 믿고 들어간 PT결과는 정반대로 거의 꼴찌로 떨어졌었고..

저 혼자 들어간 PT가 덜커덕 되더군요


아마 신입사원 주제에 살짝 거만한 기운을 풍겼을지도 모릅니다.

보통 광고사는 PT를 따면 같이고생한  프로덕션(영상,디자인,음향 등 광고마다 다름)과 술을 한잔 합니다

그리고 술을 마시러 갔는데 분명 다른 팀원들이 기분이 마냥 좋을리가 없던 자리긴 했겠죠


그렇지만 일단 일 없으면 바로 쪼이는 팀 특성상 누군가라도 일을 따왔다는건 좋은일 아닌가해서

다들 어떻게든 분위기를 즐기고 웃고 있었는데


떨어진 PT를 주로 준비한 놈이 갑자기 저한테 와서 막 욕을 하더군요. 다른 회사 사람 다보는 앞에서 엄청크게 

일단 어이가 좀 없었지만 내가 좀 건방졌나 하고 꾹 참았었습니다.

나를 테스트한다는 느낌도 좀 있었구요

그래서 일단 제가 술을 따르며 화를 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람도 좀 차분히 참으려 들더라구요 


 몇일을 날샌 이유인지 졸려서 술자리서 살짝 엎드려 있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멱살을 잡고 끌고 가더군요

엄청 큰 호프집이었고 자리가 안쪽이어서 몇백명이 그걸 지켜본 꼴이었죠


그리고 가게 앞에 세우더니 막 지랄을 하더이다.

그냥 군대 다시왔거니 거지같은 놈이거니 하고 성질 안건드리려 꾹 참으려 했는데 

갑자기 주먹이 날라오더군요


처음에는 그냥 때리면 맞으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뒤로 좀 물러서긴 했죠 

놀랍게도-_-

주먹이 날라오다가 갑자기 펴지면서 귓볼만 스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처음엔 내가 술취했나, 이사람도 취해서 주먹을 제대로 못뻗는건가 하고 봣는데

그렇게 두번이 헛손질을 하는데 손이 펴치는게 다분이 의도적이더군요

제가 복싱을 좀 했는데.. 진짜 글러브 끼고 상대 동작 보면서 펀치치는 거 배운 사람이 아니면  사람이 사람을 칠 때는 눈동자에 뵈는게 없거나(대부분), 분노에 가득차 있어야 하는데


그 인간 눈에는 공포-_-가 가득차 있더군요


감이 딱 왔습니다.

이건 내가 받아치기를 바라고 뻗는 주먹이다.

갑자기 나타난 신입한테 자기 자리가 흔들릴까봐 두려워서, 내가 받아쳐서 자기를 쓰러트리기를 바라고 치는 주먹이다.

그리고 내가 혼자 고생해서 따간 프로젝트는 지가 먹으려고 하는 거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한번 더 주먹이 펴지는걸 목격하고는 일부러 살짝 더킹을 해서 주먹에 맞아 줬습니다.

엄청 당황 하더군요 


그러자 주변에서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웃기죠 그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회사 사람들이나 뭐나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참는게 이기는 거다라는걸 한번 배웠습니다. 내 성질대로 해서 얘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필요는 없겠다 

이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제가 웃으며 오해가 있던거 같으니까 풀자고 술을 한잔 더 먹었습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났고 저를 때린 그 사람은 몇달 뒤 결국 추락하는 성과에 상사와의 관계도 문제가 생겨서 회사를 떠났습니다.

지금은 고향에서 웨딩이벤트 업체 쫒아다니며 하는일 하고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내가 맞는걸 지켜보던 직원과 작년 쯤에 그 때 무슨 생각이 들었냐는 생각을 하니까 내가 뭐 큰 말실수를 한줄 알고 그랬다는 군요 

100% 다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그 뒤 시간이 지나고  이직이 잦은 광고쟁이 답게 약간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곳으로 잽싸게 이직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가끔 그런 생각은 합니다. 

그 때 내가 만약 참지 않았다면?

내 성질이 내가 피땀흘려 따낸 프로젝트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저한테 가장 중요했던건 제가 냈던 아이디어와 그걸 풀어내는 과정, 그리고 그걸 온 러닝 하는 일 이었고 그래서 수십명이 보는 앞에서 

그런 수모를 참을 수 있었던거 같습니다. 

단순한 싸움이었다면 모를까, 상대가 뻔히 바라는 수가 있어서 휘두르는 진짜 주먹을 맞아 줄 필요는 없었던거 같거든요

그 뒤에 그 폭력사건이 이사,전무선까지 귀에 들어가긴 했었고, 처음에는 저한테 불리해보였던 상황은 점차 개선 되어졌습니다. 

뭐 직장인이 성과로 말하는거죠. 


저는 싸가지 없어서 맞은놈이란 낙인이 찍혔었고 그것도 괘 저를 괴롭히긴 했으나 난 그걸 극복했었고 절  때린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낙인이 찍혔었고 성과가 안따라 주면서 결국 그 낙인을 떼내지 못하고 정리가 되더군요  


왕따당한 다는 여 직원 분께

진짜 너님께 중요한 가치가 뭐인지요.

직장인은 일과 성과 로말해야 합니당. 

이제 낙인은 그 미친년 쪽에도 2연타로 제대로-_-찍힌거 같네용 

누군가를 내보내기 위해 싸우는 직장인 치고 잘 살아남은놈 못봣음

한번더 그지랄 하면 이제 그 프린트 뽑은 미친년은 회사에서 알아서 정리할 거임


일 열심히 하세요, 분기가 몇차례 지나면 결국 회사는 평정심을 가지고 일을 계속한 쪽에 지지의 무게를 더해 줄테니


수정
2010.03.21 05:35:08
1.   -_-
조회수 1에 읽는 상쾌함..많은 생각이 드네요.

답 없는 위장; 장애 가진 상사 때문에 고생한 반공무원 여자분 잘 사시나..
짜잘하게 화내다 위에서 얼르고 지치기를 반복하던..으앍
수정
2010.03.21 05:38:08 
2.   -_-
맞는 말이네요. 직장에선 가슴에 참을 인자 세 개를 새기고 결과로 말해야 하는거죠.
수정
2010.03.21 06:44:19 
3.   -_-
복싱을배워야겠군요
수정
2010.03.21 10:03:06 
4.   -_-
일리가 있어요. 그 상황에서 차라리 맞아 주는 게 훨 낫지요.

다만 악다구니 치지 말고, 조용히 법으로 나갔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싸가지 없어서 맞았다는 오명도 안 쓰고, 그넘 버르장머리도 확실히 고쳐놨을 테니까요.

그정도 폭행이면 벌금 100 이상 먹일 수 있는데, 이 정도면 일단 공무원 시험은 응시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수정
2010.03.21 10:58:50 
5.   -_-
멋있다. 멋있어. 배울 점이 많다.
수정
2010.03.21 11:18:57 
6.   -_-
복싱 짱이다-_-;;
수정
2010.03.21 11:46:22 
7.   -_-
내일 중소광고회사 면접보러 가는 사람인데요.

형 고마워요 씨발;;
수정
2010.03.21 12:17:39 
8.   -_-
너무 공감하며 읽었어요.
사실..요즘 직장 문제로 정신병원에 갈 만큼 힘든 일이 있는데, 
이 글을 읽고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네요.

무표정에 가입하고 첫 덧글까지 달게 만들었어요.
너무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수정
2010.03.21 13:21:03 
9.   -_-
와 닿는 글이네요..굿!
수정
2010.03.21 16:06:07
10.   -_-
좋은 글이네요..많이 배우고 갑니다^^
수정
2010.03.21 17:19:22 
11.   -_-
진정으로 타인을 위한 글이다.
수정
2010.03.21 19:39:25 )
12.   -_-
생활복싱의 중요성을 깨우쳐 준 좋은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수정
2010.03.21 21:21:45
13.   왕따녀
감사합니다
수정
2010.03.21 22:06:17
14.   생활복서
왕따녀분, 초심을 잃지 마시길, 대게 남 괴롭히고 내모려고 드는 애들이 일을 안하거나, 못하면서 불만만 지껄이더라
수정
2010.03.21 23:46:43
15.   -_-
글쓴의 인내심도 대단하지만
역시 복싱을배워야겠군요(2)
수정
2010.03.23 16:45:14 
16.   -_-
업계 사정 아는 사람으로서 절절히 공감하고 잘 견디셨다고 감히 칭찬 말씀 드립니다.




예전에 한번 리플로도 글로도 길게 남긴 적 있는데 지금 정신이 혼미한 나에게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되어 간단하게 글을 써본다


나는 한대 맞았지만 참고, 프로젝트를 지키며 광고회사에서 입지를 다졌던 다부진 신입사원이었다.

신입 때 한방 터트린(그 덕에 한대 얻어터졌지만) 기획력을 눈여겨 본 사장과 기타 경영진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무서운 pt전쟁에 뛰어 들었다


혈연적으로 별거 가진거 없는 광고회사가 사는 길은 오로지 아이디어 쥐어짜내기와 열심히 하기 뿐

대부분의 광고회사들은 피티가 끝나고 결과가 어떻게 나건 리뷰를 한다.

어떤 점은 좋았는지 어떤점은 나뻣는지 하는.


그러나 대게 이러한 리뷰들은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자들의 기억으로만 남고 기록으로는 잘 안남았었다.

10여번 정도 떨어지고 붙던과정을 겪던나는 당시 열독하던 비즈니스 잡지들에서 지적하던 

이른바 '생산성 향상을 위한 프로세스 관리' 라는걸 이 피티 과정에 도입시켜 봤었다.

사실 삼성이니 하는 대기업서는 너무나 당연시 되던 시스템인데 내가 다니던 중소기업 류의 회사에서는 별다른 시도가 없었던

행동들 이었다.


뭐 간단하게 말해서

피티를 하기 위해서는 보통 시장분석-제품분석-포지셔닝-홍보컨셉도출-슬로건 또는 카피 선정-거래할 프로덕션(음향,2d,3d그래픽,cg등)선정-cf모델 선정-제안서 최종작성-피티작업-프리뷰-큐엔에이 도출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런게 약간 비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던게 맘에 안들어서 나는 각각의 프로세스들의 데드라인과 예산을 책정해서어느 시점을 넘기면 과감하게 제끼고; 넘어가는 프로세스를 도입했었다.


 나는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해서 주임 때 부터 이 시스템을 열라게 도입했었고 회사 윗선 에서는 처음엔 당혹해 하면서도 내 시도를 그런대로 좋게 봤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으로 어느정도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의 수주율은 상당한 향상을 거뒀었다.

그리고 나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대리로 고속승진할 수 있었다.


사장은 나를 엄청나게 이뻐했었고, 연봉이 박한 회사였지만 가장 빵빵한 성과급과 다양한 치사들로 나를 총애해 줬었고

예전에 싸가지 없어서 뚜드려 맞은 놈이라는 인상은 멀리 사라졌었다.

그리고 나는 그 회사에서 가장 큰 광고주의 담당ad로 점차 위엄-_-을 떨쳤었다.

그리고 그 광고주에선 나를 좋게 봐서 방계회사였던 다른 회사의 광고를 다시 우리회사쪽에 넘겨줬었다.

광고사에서 광고주를 물어올 수 있다면 23살 신입사원도 팀장 시켜달라고 할 수 있다. 

근데 아무 연고도 없이 그런 기업을 물어왔으니.. 내 발언권은 막강했었다.

한 25명 되던 회사에서 당시 내위치는 18~19위 쯤

그러나 발언권은 5위권 쯤 된거 같았다.

그러니 내 연봉이 좀 성에 안차기 시작했었다. 사장한테 연봉협상을 요구했고, 다시 또 했었다.

직장인은 일단연봉이 정해지면 다음 협상 때 까지는 발언을 하면 안되는건데, 이 때부턴 진짜 싸가지가 없던 셈

그리고 다시 어떻게 들어간, 회사의 사활을 걸고 싸웠던 피티,

내 아이디어는 막강한 발언권과 함께 실현되었고 피티에서 다시 성공을 거뒀었다.


당시 나는 하늘아래 무서운게 없었다. 회사 여직원들의 부러움 섞인 연모-_-의 시선을 느끼는게 부담 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 짧았던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는 다시 연봉협상을 요구했고 사장의 난처한 말을 들었다.

과장으로 승진시켜주겠지만 연봉을 더 올리기는 어렵다. 회사에도 규정이 있고 니도 그걸 한차례는 따라야 한다, 좀 더 기다려라 


그리고 나는 웃으며 그 회사를 정리하고 나왔다. 

워낙 좁은 바닥이어서 나를 오라고 하는 회사들은 몇군데 있었는데 당시 내가 갈 수 있던건 매우 보수적인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광고사와 아이디어 하나로 험한 광고판을 버텨나가던 외국계 광고사, 그리고 현재 내가 있는 더 작은 광고회사.

대기업 광고사는 승진이 느린편이어서 당시 내 짬으로는 대리 달기도 어려운 짬밥이었다. 대리급 이하면 연봉은 되려 줄 수 도 있던 상황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에 몇차례 물을 먹으며 내 커리어에 주목하던 외국계 광고회사는 꽤나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역시 조건은 대리. 

아직 나이가 많지 않으니 회사에서 좀 적응하는 기간을 가지자고 했다. 

그리고 지금 다니는 더 작은 광고 회사. 이 회사 사장은 내가 말하는 대부분의 조건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가장 작은 신생광고회사로 옮겼다.

나이 서른에 직급은 과장, 팀내에 부하 직원 4명.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도 있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광고계에 한파가 불기 시작했던게 그 때였다. 누가해도 어려웠던 시기에 나는 어린 과장으로 세상이 무섭다라는 걸 다시 맛보게 되었다. 

나에게 전적인 총애를 보여줬던 모 대기업 홍보팀은.. 사실 나에게 총애를 보인게 아니라 그 회사에 총애를 보여줬다라는걸 피티결과로 증명해 보였다. 내가 이뤘던 그 몇개의 성공엔 내 능력도 분명히 중요한 요소 였으나. 필수요소는 아니었던거였다.


내가 아닌 다름 사람이 했어도 충분히 성공시킬 만한 상황을 그 회사 사장과 이사들이 만들어 주고 나는 그 성공의 열매만 따먹고 있던건데.. 나는 작은 성공에 너무 오만했었다. 내가 거만떨 때 그런 대리급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유지하는게 회사를 위해서 더 좋다고 판단한 직장상사들이 참아주고 있던거 였을 뿐, 나보다 못한 사람은 그 회사엔 없었다.

그걸 깨달은 나는 예전에 싸가지 없이 대했던 상사들에게 머리박고 사죄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나는 떠난 인물이었다.


그리고 지금회사에서 나는 끝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되는게 없었다. 그리고 나와 동갑이거나 연상인 직원들은 내 능력에 의문을 표시하고 일처리에 반역? 비슷한 걸 나타내는 일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아마 내가 육체적으로도 더 약자였다면 내가 느꼇을 마음고생은 더 컸을거 같다.


그렇게 절치부심 하던 시간이 8~9개월 정도 이어졌다. 내 바로밑에 있던 동갑내기 대리는 내가 밟았던 성공가도를 그대로 밟기 시작했다.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술술 따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만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전부 자기가 했다는 듯이, 자기가 제일 잘났다는 듯한 태도 


나는 이때 처음으로 전 직장에서 나를 처다보던 직장상사들이 어떤 기분을 느꼈을 지 처음  느껴봤다. 역지사지가 이런거구나

사람은 정상에 올라도 산의 높이를 모른다. 다만 벼랑에서 굴러떨어져 봐야 산의 높이를 알 수 있던거였다.

너무 서럽고 여자친구랑도 헤어지고 아버지도 편찮으시고..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 

그렇지만 이제 다른데 갈 데도 없었기에 악착같이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늦게 들어가고 빨리 나왔다. 뭐 피티할거 있으면 책이라도 한번더 보고, 인터넷이라도 한번 더 들어가 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앞서 위에서 내가 말했던 그 시스템이라는거, 발언권이 개좆이라 회의시간에 대리한테 정면으로 '그딴거 해서 뭐하시게요?" 소리 까지 들으면서 무시당한걸 나혼자 시간 쪼개서 만들었다. 다행이랄까 불행이랄까, 광고회사들은 성공에 빨리 도취하고 그 순간  상승세는 

빠르게 꺽인다. 경기가 슬슬 살아나려고 하던 작년 연말 오히려 우리회사의 수주는 계속 떨어져 갔었다.


그리고, 조용히 있던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왔다. 그간의 기록들을 차분히 정리해 두고 실패 원인을 찾던 나는 유사한 주제의 프로젝트가 다시 나타나자

그간의 데이터들을 꺼내며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책이 무엇일지, 이번 프로젝트의 테마를 뭘로 가야할지를 나름대로 정리해서 보고하는 피티를 했었다. 그리고 정말 1년 몇개월 만에 사람들이 나를 신뢰하는 눈빛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아직 살아있구나 하는걸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사실 아주 작은 프로젝트였지만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성공한 피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뛰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성과가 나를 뒷받침 해 준다. 나한테 싸가지 없던 대리는 그래도 나보다는 똑똑했는지 살짝 자기가 한계에 다다른걸 알고 나한테 미안한척을 하며 묻혀가려고 한다. 

예전 같았으면 싸가지 없던 놈을 응징했던 나는 이제 가볍게 웃어주며 열심히 해보자고 손을 뻗으니까 이녀석이 자기가 잘못했던걸 아는지 대단히 미안해 한다. 나는 군대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용서의 리더쉽을 지난 1년간의 길고 지리했던 실패에서 배웠다.


사람은 성공에서 배우지만 실패에서도 배운다.

사실 성공에서 배우는게 더많지만 실패에서 배우는것은 실패를 통하지 않고는 절대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수정
2010.04.04 22:29:46 
1.   -_-
아. 진짜 도움되는 글이다.
수정
2010.04.04 22:29:49 
2.   -_-
사람은 정상에 올라도 산의 높이를 모른다. 다만 벼랑에서 굴러떨어져 봐야 산의 높이를 알 수 있던거였다..
수정
2010.04.04 22:41:38 
3.   -_-
아.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수정
2010.04.04 22:44:50
4.   -_--
글쓴, 정말 제대로 경험해보고 돌아왔군. 보통 어느정도 성취감을 맛 보더라도 겁이 좀 날텐데... 진짜 잘나갔던지 본인이 정말 뒤를 돌아볼줄 몰랐던지...

이제 더 강해졌겠네
수정
2010.04.04 22:57:58 
5.   -_-
'사실 성공에서 배우는게 더많지만 실패에서 배우는것은 실패를 통하지 않고는 절대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전 이 부분이 여러번 곱씹어집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수정
2010.04.04 23:24:18 
6.   -_-
멋지네요

경험과 마음자세도 멋지지만

그것들을 글로 잘 표현해내는 게 참 멋집니다
수정
2010.04.04 23:28:06 
7.   -_-
저번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분 참 야망이 크신듯. 하필 그 힘들고 뱍하다는 광고쪽 있는게 아쉬울 정도네요. 
전 뭐 일은 그냥 받는 만큼만 하자는 주의라...-_- 나중에 후회할진 모르겠지만 그냥 편히 다닐라고
수정
2010.04.04 23:29:41 
8.   -_-
무표정 생활 몇년만에 처음으로 볼글 추천....
수정
2010.04.04 23:39:13 
9.   -_-
무표정 생활 몇년만에 처음으로 존댓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수정
2010.04.04 23:40:11 
10.   -_-
광고업계쯤 되니까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제조나 금융 따위의 틀에 박힌 직장에서는 이렇게 하기도 어려워.
수정
2010.04.05 00:39:41)
11.   -_-
광고전공 학생인데 광고회사 꼭 가고싶습니다;
수정
2010.04.05 00:41:13
12.   -_-
역시 밖은 사파리였군요..지금 있는대가 좀 좆같아도 안전한곳이긴 한거야..어찌해야될까 난..-_-;
수정
2010.04.05 01:32:45
13.   -_-
당당하게; 볼글로 추천합니다
수정
2010.04.05 01:56:0)
14.   고시생
전에 제 글에 긴 리플도 달아주셨었죠.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뭐 생색내는 건 아닌 게 아니고;;;

제 나름의 72시간 글싸지르기 봉인;; 땜에

한참 전에 이 글 봐놓고 지금까지 기다리다가 답글 답니다.

감사합니다.
수정
2010.04.05 04:58:38 
15.   빨간모자
명문이 참 많네요

저도 볼글 추천합니다~
수정
2010.04.05 06:50:58)
16.   -_-
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좋은 글이네요.
수정
2010.04.05 08:54:16 
17.   -_-
숙연해 지는군요. 역시 남자는 복싱을 배워야...
수정
2010.04.05 09:35:43
18.   -_-
멋지네요, 자신의 실패에 세상을 탓하지 않고 조용히 준비하는 모습.
월요일 아침부터 좋은 배움 얻고 갑니다.
수정
2010.04.05 09:47:48
19.   -_-
쳇 월요일 아침부터 -_- 멋지잖아 제길
수정
2010.04.05 09:54:49 
20.   옛날왕따녀
ㅠ_ㅠ 저도 광고회사여서 PT라는것에 대한 위엄과, 발언권 그리고 주변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을때 느끼는 고립감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습니다. 
대단하시네요 정말 
배우고싶습니다 ㅠ_ㅠ
수정
2010.04.05 10:20:04 
21.   -_-
잔잔하게 좋은 글이네요
수정
2010.04.05 10:54:55
22.   -_-
숙연해 지는군요. 역시 남자는 복싱을 배워야...(2)

볼글로 추천합니다.
수정
2010.04.05 11:14:11 
23.   -_-
그러고보니 이글이 1000번째 게시물이군요!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
수정
2010.04.05 11:22:18
24.   -_-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다니..
수정
2010.04.05 11:34:08
25.   -_-
멋지다..
수정
2010.04.05 12:09:2)
26.   -_-
짝짝짝 브라보!
수정
2010.04.05 15:12:46
27.   -_-
1000번에 걸맞는 멋진 글이다.
수정
2010.04.05 15:26:59 
28.   -_-
^-^ b 굿 추천
수정
2010.04.05 16:54:22
29.   -_-
이건 아무래도 볼글로 가야겄다. 
지난 글을 델꾸 같이 가야겄다.
수정
2010.04.05 18:39:0
30.   -_-
아오 씨발 저번 글에 리플 달았던 작은 광고회사 면접 떨어졌어요.

당연히 붙을줄 알고 최대한 적게 보여주고 "볼 수록 진국"소리 듣자던 작전이 보기 좋게 빗나갔네요.

핵심 경력;을 몇개 숨겼더니 "나이에 비해 경력이 부족하다"며 탈락.

횽 글 보니 과연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싶으면서도, 내가 원하던 길이 어디인지 돌아보게 되네요.
수정
2010.04.05 23:01:26 
31.   -_-
진짜 도움이 되는 글.. 볼글감.-_-b
수정
2010.04.05 23:11:56 (128.180.64.38)
32.   -_-
역시 남자는 복싱을 배워야...(3)
수정
2010.04.06 01:23:0
33.   aa
멋진 글입니다!!!
수정
2010.04.06 12:55:25
34.   McQueen
지난번글까지 합쳐서 볼글로~
수정
2010.04.07 03:28:34 
35.   -_-
아직 볼 글로 가지 않고 뭐하고 있는 겐가? 지난 번 글도 꼭 데리고 가게나...
2010.05.09 19:50:51
[1]   -_-  719c63
글쓴님 이글 제가 퍼가도 될까요...제 동아리 후배들과 선배들 동기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이라서...

허락하시면 퍼갈려구요.. ㅎ
2010.05.17 21:47:26
[2]   -_-  e23bf2
뭐야. 이제 대놓고 퍼가겠다는 애도 생기네?
2010.06.13 23:45:50
[3]   -_-  5b1de6
1번을 좀 어떻게든 해야겠는데
2010.06.25 17:03:11
[4]   -_-  c4f0fa
멋짐.. 아아 사람은 정상에 올라도 산의 높이를 모른다.
추락해봐야 산의 높이를 깨닫는다..
2010.10.09 19:06:07
[5]   -_-  9dd1aa
좋은 글. 하지만 자만이나 만용도 어떤 때는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읽고나서 억지로 펴놨던 자신감, 자존감이 수그러들고 있어서 하는 이야기.
2010.11.10 11:37:30
[6]   -_-  6047aa
와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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