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치과에 있었다. 미열처럼 지속 되던 치통이 근래에 들어서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렸기 때문이었다. 4년 만에 찾게 된 치과는 여전히 재수 없을 정도로 청결했다. 그 어떤 약 냄새도 느껴지지 않고 죽음이란 그림자마저 빗겨가는 병원은 치과뿐이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치과가 싫었다. 검진만 받고 싶다고 하니, 일단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다. 내 입에 무언가를 물리고 바보 같은 자세를 요구하는 간호사. 그래야만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는 모양이다. 한참동안 무언가를 준비하다가 치통이 있는 쪽이 어디냐고 물었다. 나는 여전히 입에는 알 수 없는 것을 물은 채, 또 바보 같은 자세로 왼쪽 아랫니를 가리켰다. 간호사는 또 한 번 나에게, 최근 치아에 충격이 가해진 일이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냐고 물었다. 뭐라고 신세 한탄이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아직도 나는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상태와 자세를 취하고 있었기에 고개만 저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치통이 심해질 수 있냐고 묻고 싶었다. 아마 관련이 있는 것이니까 나에게 물었던 것이겠지. 나는, 요즘 나를 짜증나게 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려봤다. 그 새끼들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엑스레이를 찍고 나니 휴대폰 벨이 울렸다. 아무 생각이 받은 그 전화 통화 속에서 제일 먼저 들려온 것은 눈물 소리(그것은, 결코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눈물소리는 나도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는데, 눈물과 오열과 격한 감정이 뒤섞여있는 울음소리와는 다르다. 오로지 슬픔이라는 감정 하나만으로 가득 채워진 눈물만이 낼 수 있는 그런 소리이다.)였다. 그 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내 마음에 번져나가는 것 마냥, 조금은 잠겨있던 친구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알 수 없는 감정으로 퍼트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내 방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눈가를 만져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엄마를 불러서 내가 어딜 갔다 왔냐고 물어보았다. 엄마는 내가 치과에서 돌아온 이후로 줄곧 침대에 누워있었다고 했다. 나는 울지도 않았고, 그 아이의 장례식장에는 가지도 않았다. 나는 무얼 해야 할지 몰랐다.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슬프다는 감정뿐이었다. 저주하지는 않았지만, 그 아이는 지금까지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아이였다. 떠올려보면 순간순간 즐거웠던 시간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지금 너무 슬프고 이 아이는 내 치통만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그 아이가 너무 미워졌다. 죽여 버리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죽은 사람을 죽여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조금은 그 아이가 가여워졌다. 그렇게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생각 속을 거닐다보니까, 내가 정말로 슬퍼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생기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보다도 더 원시적인 질문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그 아이에게 갖고 있던 감정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그 것을 알아야만 내가 지금 느껴야하는 감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계속 고민을 했고 결국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의 ‘알 수 없는 감정’만을 받고 자란 그 아이. 생각이 그쯤 되니까 내가 그 아이의 장례식장에는 갈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다음 날, 나는 다시 치과에 들렸다. 계속 치료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의사는 엑스레이와 내 입 속을 번갈아보더니, 치통을 안고 있는 치아가 죽었다고 말을 했다. 이 지경까지 될 동안 많이 아팠을텐데 왜 이제야 치과에 왔냐고 의사는 다그쳤다. 나는 뭐라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의사는 내 입속을 손가락으로 휘젓고 있었다. 의사는 간호사에게 알 수 없는 말들을 계속 건네더니, 내게는 그저 발치하겠다고 말해줬다. 그리고는 긴장을 풀라며 나를 잠시 일으켜 세워졌다.
- 제 이빨이요, 언제 죽은 거예요?
나는 바보 같은 질문을 바보처럼 물었다. 의사는 서류에 무언가를 적다가 나를 힐끔 보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 충치가 너무 심해서 이제 못 쓰게 된 거예요. 그런 치아는 뽑을 수밖에 없어요.
- 언제 죽었는지는 알 수 없나요?
의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런 사람이 내 친구였다면, 아마 마주 칠 때마다 싸웠을 것이다. 아예 의사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는 혀끝으로, 지금도 통증이 느껴지는 그 치아를 꾸욱 눌러봤다. 누르면 누를수록 더 아프다. 그런 치아가 죽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한참동안 그 고통을 즐기다가, 의사를 보며 말했다.
- 어제 죽었다고 해주세요. 서류에 꼭 그렇게 적어주세요.
세련되기는 한데 재수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