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서른" 이라는 글쓴 분이 스물아홉이시군요.
 
 
 
스물아홉이 되니까
 
센티한 소리하면 좀 쑥쓰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예전에는 여과없이 배출했던 표현이나 행동들도,
 
이제는 가끔씩 흠칫합니다.
 
이제 곧 서른인데.
 
 
 
느끼는 감정 자체는 크게 차이 없는데,
 
표현하는 양과 방식에서는 차이가 나는 것,
 
그게 "나이를 먹는다" 라는 것 같습니다.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이 많아질 수록
 
속으로 삭히는 외로움도 커지고, 벽도 높아지고 하는 것 일꺼구요.
 
서로 서로에게 벽을 느끼고, 사회 생활의 인간 관계에서 어려움도 느끼구요.
 
 
 
 
작년, 올해 결혼식을 꽤 자주 갔다.
 
결혼식 이라는게 한 개인에게는 유니크한 행사지만,
 
참가하는 입장에서는
 
약간은 빚 처럼 느껴지는 무언가; 아닐까.
 
 
 
참석을 하고, 얼굴 도장을 찍고,
 
부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동기들, 친구들 소식도 듣고
 
사진까지 꽝꽝 박아가면서,
 
나 왔다 갔소 라고 확인까지 마무리해야되는 거.
 
 
 
그래도,
 
아직은 결혼식에 가면 꽤 재밌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관하여, 
 
선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동기들의 자기 자랑도 아직은 편안하게(?) 듣고.
 
 
 
결혼도 하고, 개원도 하고, 임신 8주째라는 형에게
 
부러움을 느끼기 보다는, 놀리는게 더 재밌는 걸 보면 - 아내, 직장, 아이. 남자의 삼대 쇠고랑. 형 인생은 끝난거지. ㄲㄲ
 
나이를 덜 먹은 것 같기도 하고.
 
 
 
결혼식에 와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세상은 혼자 사는 것 같으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
 
결혼도 당사자들 간의 만남만은 아니겠고.
 
쉬워보였던 세상이 알아갈 수록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진다.
 
 
 
내 마음대로 살아왔던 시간을 접고, 
 
앞으로는
 
나만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아 가기로 선포하는 날.
 
어떤 이유로 선택을 했는지는 그들만 알겠지.
 
선택에 대한 책임, 만족도 그들의 몫이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여자를 또는 남자를 못 믿어서, 결혼을 못하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울메이트? 그런게 어딨냐
 
결혼하고 돈 가져다 주는게 제일 쉬운거다.
 
사랑을 주고 받으려는 어려운 걸 찾으니 결혼이 어려운거다라는 사람도 있고.
 
 
 
표현이 어떻든 간에,
 
다들 자기 몫을 해내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니 묘하다.
 
역시 정답은 없는건가 싶기도 하고.
 
 
 
전 날 밤새 마셨던 건 이미 머리속에 없고-_-
 
결혼식이 끝나고 낮이라 한 잔 할 곳이 없어
 
선릉 역 빌딩 숲 어느 편의점 파라솔 의자에 앉아,
 
요즘 결혼은 피로연이 없어서 글러 먹었다는 한탄과 함께,
 
주구장창 마셔대는 정장차림의 남자들의 안주거리 이야기 속에
 
대부분의 세상사는 재단;되고 재판;되고 결론난다.-_-
 
 
 
여자 때문에 속이 썩다썩어 십이지장 천공까지 나서
 
응급실에 실려갔던 형님의 시니컬한 이야기도,
 
세상의 여자를 다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스펙을 가진,
 
그리고 꽤 많은 여자들의 가슴을 태웠던 형의
 
결혼에 대한 쿨하고 의외로-_- 현명한 이야기.
 
남자들에게만 인기 있는 그 녀석의 하소연도
 
다 그럴듯한거 보면, 나는 황희정승인가.
 
형님 말씀도 맞고, 형 말도 맞고, 니 말도 맞다-_-
 
 
 
 
매연에 폐 깊숙한 곳 까지 찌들어 있는 서울 촌놈이라 그런지,
 
빌딩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그저 상쾌하기만 하더라.
 
 
 
선릉역
 
어느 편의점 파라솔 앞에서
 
스물아홉살의 4달남은 어느 하루를
 
그렇게 캔맥주 까면서 청승맞게 보냈다.
 
 
 
그래도
 
역시 남자들이란-_-
 
그렇게 술마셔대면서, 진지한 이야기 해가면서도
 
이쁜 여자 지나가면 이야기의 중지와 더불어
 
정확하고 신속하게 다 쳐다보고 있더라.
 
 

-_-여 : 재밌게 잘 읽었어요. (2008/08/25 12:11) 글삭제
-_- : 하하 마지막. 재밌어요. (2008/08/25 12:19) 글삭제
-_- : 접니다;님 아직도 서른 안됐어요?  (2008/08/25 12:20) 글삭제
접니다 : 아 예.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도 4달이나 남았네요. (2008/08/25 12:23) 글삭제
-_- : 결혼하고 돈 갔다 주는게 제일 쉬운거다. (x)
결혼하고 돈 갖다 주는게 제일 쉬운거다. 
(2008/08/25 12:25) 글삭제
-_- : 잼있따 ㅋ (2008/08/25 12:39) 글삭제
-_- : 저기 결혼하신 형의 현명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2008/08/25 13:07) 글삭제
벽계수 : 싸고 난뒤에 맥주한캔하면서 이야기했으면 아마 돌아보지 않았을지도 모릅;; (2008/08/25 13:21) 글삭제
-_- : 요즘은 왜 안마후기 안올리시나요? (2008/08/25 13:27) 글삭제
-_- : 설마 연...애?? (2008/08/25 13:44) 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