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글들

(글을 읽기 전에 먼저

http://www.4kerface.com/827909 를 읽고 오시면 글이 올라온 맥락을 더욱 정확히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아는 한 유부녀의 이야기 - 무난한 남편에 관하여

-_-
2010.12.27 13:45:27
956
15 / 0

그녀는 이제 30대 중반을 넘겨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제가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음, 그러니까 한 6년 전 정도겠군요. 저의 직장 상사였었습니다. 현재는 아니지만 당시에 같이 열심히 일했던 기억이 있어 종종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곤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길 해보지요. 저는 그 시절 대리였고 그녀는 그 시절 차장이었습니다. 저 보다 서너살 많은 나이를 감안하고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빠른 행보였지요. 지금은 제가 차장이고 그녀는 이사입니다. 그녀는 흔히 잘 나간다고 하는 모 그룹의 모 부서에서 이사까지 승승 장구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녀의 업무 스타일을 보면 하나에 몰두하면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지요. 당시 둘 째 아이를 낳고 복귀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몸도 제법 피곤하였을텐데 일하게 된 그녀를 봤습니다. 해당 본부의 사장이 굉장히 관심 가졌던 프로젝트의 PM으로 그녀가 오게 되고 저는 곧 과장을 바라보는 한창 일할 중간밥 정도겠군요.


시작부터 더디고 고된 행보였습니다. 아이가 둘인 엄마가 집은 둘째고 일에만 몰두하기 시작하는데, 저 역시도 제법 제 성격 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피곤해 지는 그런 스타일이지만 정도가 저의 수준을 넘어서는 - 사실 그런 사람 처음 봤습니다. - 사람이었지요. 밤 12시에 일이 끝나서 집에 갈까 하면, 김대리 술 한잔 하고 가야지? 하며 근처 술집에서 이런저런 회사일을 또 늘어놓습니다.


그러다가 친해지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집안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정말 "무난한" 아저씨입니다. 외모가 아래 글 C컵 여자분의 남편 만큼 좋진 못합니다만, 책도 잘 읽지 않고 이름 난 대기업에서 상사 눈치보며 남들보다 비슷하게 혹은 조금 늦게 진급하여 그저그런 성적을 내는 아저씨였지요. 삶의 욕심도 별로 없고 아이 봐주는 시댁 식구에게는 그래도 대들보 같은 아들이지만


정말 잘 나가는 그 사람 눈에서는 정말 무난하고 한심하고 자기가 직장에서 맨날 갈구고 뒤에서 욕하는 한심한 직원 같은 사람이었지요. 그러면서 항상 술자리만 되면 저에게 남편 험담을 늘어 놓습니다. "걔는 도대체 직장 생활을 왜 하는거야?" . "그럴꺼면 확 때려치고 집에서 애나 보던가, 연봉은 내 반도 안되면서...", "대체 시어머니는 자기 아들이 마누라 잘만나서 이만큼 사는지도 모르고 왜 날 갈구는거야?"


그러다가,


저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였고 한 동안 뜸하던 차였지요. 그리고는 몇 달전에 만나서 오랜만에 이런 저런 일 얘기를 하고 저에게 다시 그쪽으로 들어와서 일할 생각은 없느냐? 같이 일하면 좋겠다. 요즘 어찌 사냐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고민이 있으면 또한 견디기 힘들어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저에게 요즘 고민 얘기를 합니다.


실제로 본인이 바람을 피는지 안피는지에 대해서는 저에게 얘기 하지 않았지만 남편이 자신의 바람을 의심한다. 너랑 지금 만나는것도 흥신소 직원이 따라와서 볼지도 모른다 깔깔깔, 남편의 의처증이 점점 심해지고 자격 지심이 심해진다. 밤에 잠자리를 같이 하자고 최근에 많이 조르는데 난 일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자기는 할 생각만 해서 답답하다. 내가 무슨 창녀냐 언제나 하고 싶을 때 해주게, 나도 동하지 않으면 안하는데 안해줬다고 삐져서 바람났다고 또 난리친다.


집안은 짜증나지만 최근에 본인의 일이 너무 잘 되어서 밑에 부서를 확장해야 할 만큼 일이 잘 되고 있다. 밖에서는 잘되는데 집에만 가면 짜증나고 미치겠다. 남편과 시 어머니가 대부분의 문제인것 같다.



저는 충고를 잘 안하는데 그날 따라 저도 좀 취했고 본인도 원하길래 한 마디 해줬지요.



이사님은 본인도 잘 알다시피 남의 "인정"과 "평가" 그리고 그 동기 부여로 이루어내는 "성취감" 을 지향하는 인간 유형이다. 그리고 남편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이사님 입장에서 보면 당신이 승리자요 우등생이며 남편은 패배자요 열등생이다. 그런 당신을 밖에서는 모두 떠받들어 주는데 집에서는 잘 난척하고 애들은 팽개쳐놓고 밤늦게까지 일하는지 뭐하다 오는지 모르는 며느리에 남편한테 상냥치 못하고 매몰찬 마누라로 몰린다.


이미 거기서 부터 틀어진 것이 아닌가? 당신의 불만은 밖에서만큼의 인정을 안에서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정와 밖은 접근의 방식이 달라야 한다. 우리 직장인들, 막말로 남 한테 돈 많이 벌어다 주니까 인정받는거 아니겠는가. 당신이나 나나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는 이유가 돈 잘 벌어다 주기 때문이고 그렇지 못하면 팽 당하는 것이 이 바닥 이치고 그렇지 않게 되기 위해서 발버둥 치면서 열심히 산다.


가정의 방식은 무엇인가? 돈? 정말 돈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게 아니란 걸 잘 알 것이다.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관심 가지며 보살피고 아껴주며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이미 당신 남편과 시부모는 모두 다 알고 있다. 사회적으로 당신이 워낙에 월등히! 잘난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 표현을 당신이 원하는 만큼 해주지는 못할지언정 감사하게 느끼고 또한 집안의 자랑으로 느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당신이 조금만 따뜻하게 남편과 시부모의 장점을 자랑해주고 고맙게 표현해주고 피곤하더라도 집에서만큼은 조금 더 부드럽게 해준다면 문제 될 것이 없을 것 같다.


좀 더 독하게 말할까? 내가 아는 당신은 밖에서는 당신이 봐서 조금 떨어지던 일을 잘 하던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면 배를 뒤집어 보일 정도로 대인 관계에도 능수능란한 사람이다. 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이 필요하고 개인 역량으로 봐서는 무시하고 싶더라도 그들이 없으면 일이 안되기에 그래야 된다는걸 자연스럽게 터득한거 아닌가? 밖에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살살 대면서 잘 하면서 집 안에 사람한테는 표면적으로 그렇게도 못하는가? 오히려 당신과 평생 같이 갈 사람들은 그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밖에 사람보다도 더 업신여기는게 집안 사람 아닌가?


당신은 승자이고 모든 걸 다 가졌고 당신 재채기에 집안 사람들은 온 신경을 다 곤두세운다. 그러니 그 사람들이 당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말고 인정하나 표현하지 못하는 그들의 자존심을 생각하고 조금만 부드럽게 대해줘라.


라고 한 한시간에 걸쳐 장황하게 얘기해줬더니 와~ 하며 정말 명쾌한 솔루션; 이라며 -_- 좋아하더군요. 결국 그 여자의 문제는 난 잘났고 너는 못났다 에서 시작하는 오만함이었습니다.


그것이 가족이던,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직장 동료던 친구던 그 오만함을 가지고 사람을 대해서 뭘 얻겠습니까? 말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아도 나를 우습게 여기고 날 무시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누구든 알아 챕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는 주위에 사람이 붙지 못하고 또한 그로 인해 큰 일을 하기도 어려우며 결정적으로 내 인생이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나와 내가 다른걸 인지하고 - 설사 그것이 내 가족, 내 남편 일지언정... - 사랑하는 눈으로 지켜보고 다른 모습을 어떻게 펼쳐가는지 사랑스럽게 지켜보고 기뻐하고 도와주고 그러면 됩니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방법을 조금만 바꿔 보시길 바라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연애할 때 아끼던 그 마음을 다시금 되새겨 보세요.


연애 때 처럼 조금 여유있게 시간을 가지고 잠자리도 좀더 가져보고 데이트도 하다 보면 분위기가 좋아지기도 하니까요.


이 글은 밑에 C컵의 여자분에게 잘못했으니 반성해라라는 의미로 쓴 글은 아닙니다. C컵의 알흠다운 슴가를 가지신 분은 오해하지 마십시요. 리플을 보니 이미 답을 다 아시는 것 같네요. 명석한 분이시니 잘 해결하시리라 봅니다. 저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의 관계에서 이런 이유로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경계하자는 의미로 쓴 글입니다. 저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이런 마음을 경계하면서 마음을 다스려도 잘 안되는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사랑이라는 마음을 생각하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곤 합니다.


제 얘길 좀 하자면 저 역시도 비슷한 오만함에 사로잡혀 말은 안하더라도 행동에 표가나는 와이프와 처가에 불만으로 가득찬 사람이었습니다만, 몇 번 그녀의 불만을 듣고 부모님과 오랜 상담을 하면서 문제를 많이 해결했지요. 요즘은 내가 가지지 못한 그녀의 장점으로 인해 나라는 사람도 많이 부드러워지고 여유를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여러가지 다른 것들이 보이더군요. 내가 보던 것 외에도 인생에는 여러가지 행복한 것들이 많더라구요. 난 날 소비하면서 얻는 성취감으로 인한 행복을 취했다면 그렇지 않고도 소소히 행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를 통해 배웠습니다. 고맙지요. 정말 고맙지요. 만약 저 같은 사람 둘이 만났다면요? 아이고, 둘 다 제 잘난 맛에 사느라 참... 생각도 하기 싫으네요. 참고 내 마음을 감동시켜준 그녀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합시다.

2010.12.27 13:58:52
1.   -_-
그것이 가족이던,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직장 동료던 친구던 그 오만함을 가지고 사람을 대해서 뭘 얻겠습니까?

아.....
2010.12.27 14:03:22
2.   -_-
아.. 정말 좋은 글이네요. 유부로써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글에 나오는 이사님-_-도 신랑이 자격지심이 심하다 어쩐다 말을 하지만, 정작 그 자격지심을 본인이 만들어줘놓고 자격지심을 탓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전에 여기서도 본 이야기인데 사실 결혼은 누구와 하느냐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내가 결혼생활을 어떻게 해 나가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2010.12.27 14:05:31
3.   -_-
내 와이프가 나 떠나기 전에 이 글을 보여줬으면...
2010.12.27 14:12:24
4.   -_-
ㅋㅋㅋ 근데 C컵여자한테 하는 말인것 같음
2010.12.27 14:16:58
5.   -_-
가족을 대하는게 참 어려운 일이죠. 어제 연말 가족용영화 헬로우 고스트 보고서는
마음이 찡해서 밤에 어머니께 전화드렸더니만 결혼하라는 얘기만 이러저러 돌려서
수차례 반복;;;

요즘에 매일 통화하면 정말 결혼얘기밖에 안 하는데, 괜히 전화했다 싶어서
1절만 좀 하시라고 하고 끊었네요. 끊자마자 나는 수련이 여전히 부족하구나하는 생각에
안타까워 지더라구요. 결혼을 하라고 구박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자식 마음이라도 좀 편하게 해주면 안되는지.. ㅠㅠ
2010.12.27 14:17:56
6.   -_-
글 잘 쓴다. 말도 이만큼 잘 하겠지.. 그냥 부러워서. ㅎ
2010.12.27 15:32:26
7.   -_-
지식과 지혜의 차이가 보이는 글입니다
2010.12.27 15:48:15
8.   -_-
저도 많은 걸 깨달아가네요.
2010.12.27 16:12:30
9.   -_-유부
좋은 글 잘봤습니다.

보이는 그대로 ..
있는 그대로..
그렇게 상대방을 믿고 배려해주면..
상대방도 나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된다..

결혼 후 몇년만에 터득한 간단한 사실입니다.

결혼을 이야기 하면서..
선택을 끌어들이면 ..
한 없이 많은 의견과 언쟁이 있을 수 있지만..
선택 보다는 ..
결국 자신이 결정했던 것들에 대한
책임이 선택보단 한 걸음 더 앞에 있는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현실은 시궁창 이다 라고.. 먼저 포기 하지 말고..

나부터 바뀌는게

부부, 가족관계에서는 정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0.12.27 16:17:17
10.   -_-
저런 오만함은,
자기가 완전히 박살 나서 바닥까지 떨어지면 저절로 없어집니다.

제가 지금 그렇습니다.
2010.12.27 16:20:32
11.   -_-
밖에 사람들한테는 잘하면서 집에 사람들한테는 표면적으로라도 잘해주지 못하느냐...결국 평생을 같이 갈 사람들은 그사람들인데..라는 말이 콱 박히네요.
2010.12.27 17:07:19
12.   -_-
독선과 오만은 스스로를 망친다.
2010.12.27 18:15:24
13.   -_-
뭐 이런 글이 화낙에 올라오구 그래... 빨리 볼글로~!!!
2010.12.27 21:04:20
14.   -_-
아.. 정말 미칠듯이 좋은 글입니다..
한구절 한구절을 세번씩 반복해서 읽었네요..
정말 글로써 배웠습니다..좋은글 고맙습니다.
2010.12.27 21:28:02
15.   -_-
요 최근에 화낙에서 본 글중에서 젤 좋은 글이다.
요즘 여기서 너무 싸움이 잦아서 오기가 좀 싫었는데
이런 좋은 글을 보니 정말 마음이 정화가 되는구나.
감사합니다.
2010.12.27 22:35:59
16.   -_-
아; 글 잘 읽었습니다.
당장 볼글로! -_-
전 부모님을 통해 부부애를 배웠고, 항상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하지만 때론 제 잘난 맛에 사는 여자때문에 속상하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알아주겠죠. 그 날을 위해 오늘도 사랑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렵니다.
2010.12.27 22:51:46
17.   -_-
가자 볼글.
2010.12.28 01:58:33
18.   -_-
아....아...눙물이 폭풍처럼!!!ㅠㅠ 멋지십니다...다가세요!볼글로!!!!
2010.12.28 08:03:34
19.   -_-
나도 일 잘하고 싶다 아 시발.......ㅠㅠ
2010.12.28 09:00:03
20.   -_-
볼글로 꺼지세요;
2010.12.28 10:15:11
21.   -_-
조흔글입디다
2010.12.28 10:25:31
22.   -_-
적재적소에 하늘이 내려준 글이네요. 많이 반성하고 다시 곱씹어 읽어 봅니다. 시간 내어 이런 글 써준 글쓴이에게 감사해요.
2010.12.28 15:44:56
23.   -_-
간만 좋은 글..
2011.01.11 12:53:12
[1]   -_-  a52773
발단이 된 글까지 써비스하다니... 오호~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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